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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10화 사아아… 피타고라스는 시티 시큐리티 센터를 떠나서 상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무색할 만큼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바람을 따라 조용히 흐르는 모래의 발소리뿐. ‘도시 전체가 종말로 향하는 거대한 모래시계가 된 것 같군.’ 모래알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건물들의 앙상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얼마 안 가서 이 시계는 끝을 맞이할 것이다. ‘…아.’ 그 무엇에도 큰 관심을 주지 않고 걷고 있던 피타고라스가 돌연 멈춰 섰다. ‘오랜만인 걸.’ 익숙한 무엇인가를 발견한 그의 두 눈동자에는 아름답게 핀 분홍 잎사귀들이 담겨 있었다. 홀로그램 따위가 어설프게 흉내를 낸 것이 아닌 진짜 벚꽃.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것은 그의 안경..
[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9화 시티 시큐리티 센터 블로섬 레지던스 지구 저벅… 저벅… 저벅… 이곳에 낯익은 이방인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안경을 쓰고 딱딱한 인상을 하고 있는 그는 신중하게 주변의 흔적을 살펴봤다. 이윽고 그의 시선은 한 곳에 멈춰 섰다. ‘발자국.’ 그것은 고운 모래 카펫을 거침없이 헤집어 놓고 있었고 어딘가로 곧장 향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남자는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따라갔다. 상당히 오래 전에 버려진 도시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가 경계심을 늦추는 일은 결코 없다. 발자국은 건물 안으로 이어지더니 망설임 없이 계단으로 향해 층계를 올라갔다. 저벅… 남자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발자국이 어느 한 층에서 계단을 벗어나 복도로 이어진 것이다. 그것은 이어서 곧장 어느 방안으로 이어졌다. 방의 입구에는..
에바 헤세에게 보낸 편지(with 베네딕트 컴버배치) 솔르위트가 에바 헤세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발췌 성격상 잔걱정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큰 도움이 되는 영상! 가끔은 세상에 꺼져라고 말할 줄 알아야돼, 너는 그럴 권리가 있어. 그만 생각하고, 그만 걱정하고, 불안해 하지 말고, 망설이고,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상처받지 말고, 쉬운길만 찾지 말고, 혼자 낑낑거리고, 욕심 부리지 말고, 혼란스러워하고, 가려워하고, 긁고, 머뭇거리지도 말고, 우왕좌왕 하고, 투덜거리고, 비약하고, 휘청거리지도 말고, 조작하고, 횡설수설하고, 도박하고, 구르지도 말고, 문지르고, 밀쳐내고, 꽉 묶어버리고, 깨버리지도 말고, 욕하고, 신음소리 내고, 끙끙 앓지도, 불평하지도 말고, 분석하지도, 허튼소리 하지도, 따지지도 말고, 트집 잡고, 찝찝해 ..
엔픽셀 재직 당시의 관리자 롤 조언 본격적으로 실무를 완전히 손에서 놓아야 하는 관리자 롤을 수행했던 엔픽셀 재직 당시, 롤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던 주변 분들의 조언들. "관리자는 혼자서 100을 하려고 하면 안된다. 20만큼의 일로 팀을 움직여서 80을 만드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고, 이 팀과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관리자는 이제 자신이 직접 작업한 것이 자신의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팀이 다같이 만든 결과가 곧 내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처음 관리자를 맡게 되면 누구나 피터의 법칙을 겪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은 이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8화 F 섹터 블로섬 시티 외곽에 위치한 블로섬 레지던스의 한 버려진 주택. 저벅 저벅 저벅 그곳으로 키가 훤칠한 남자 하나가 두건으로 얼굴을 둘둘 감은 채 들어왔다. 스르륵 탁탁 탁탁 남자가 두건을 풀고 얼굴과 안경에 붙은 모래를 털어냈다. 두건 때문에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네모난 안경을 바르게 고쳐 쓰는 남자. 피타고라스는 마침내 가이드봇을 통해 노엘과 대화를 나눴던 장소에 도착했다. “후우…”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미간에 드리워진 깊은 골짜기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다행히 무사히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의 여정이 쉬웠을 리 없었다. 멸망의 날 이후, 세상은 이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이모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홀로 여행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피타고라스와 ..
[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7화 피타고라스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렸다. “하아…” 정적. 주변에는 그의 무거운 호흡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좋아.” 띡, 즈응… 돌연 그는 가이드봇 조작 홀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적당한 바위 하나를 발견하여 그곳으로 다가갔다. 탁탁 털썩 “후우…” 그는 바위 표면을 가볍게 털고 그 위에 앉아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자세를 바르게 고친 뒤 팔짱을 낀 채 다시 눈을 감았다. 이것은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면 으레 하는 그의 독특한 습관이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피타고라스는 이 난관을 열고 나갈 열쇠를 찾기 위해서 천천히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며칠 전, 블로섬 시티 인근의 이름조차 잊혀진 ..
[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6화 올리버는 정신없이 노엘을 쫓았다. 그녀에게 똑바로 뛰어가는 몸과 달리 머릿속은 혼란했다. ‘거짓? 거짓이라고? 어떤 부분이? 왜? 왜 그렇게 생각했지? 아니야, 난. 난, 아니야. 아니야.’ 소년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이 그녀를 쫓아야 하는지 몰랐다. ‘쫓아가서 그 다음은? 뭘 어떻게 하려고? 따져? 따질 거야? 무엇을?’ 의문의 실마리를 쫓고 쫓자 소년은 미로의 끝에서 첫 번째 답을 발견했다. ‘아니, 아니야. 난 지금 화난 게 아니야. 저 소녀가, 노엘이 싫은 게 아니야.’ 놀랍게도 소년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달리는 소년의 심장은 거칠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숨이 차오르는 것 치고는 너무 크고 흥분해 있었다. 지금 이 소년. 올리버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
[블레이드 코드] Act.1-1장 말없는 소녀 - 5화 ‘아….’ 애타게 찾았던 소녀가 눈 앞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입을 열지 못했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생전 처음보는 데저트 타이거의 습격만으로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괴수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 저 소녀가 날 구해준 거야?’ 처음 그녀를 봤을 때는 누구든 그녀를 지켜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 괴수의 죽음을 확인한 소녀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 눈은 방금 전까지 사람을 손쉽게 찢어발길 것 같은 괴수와 대면했는데도 처음 본 그날처럼 평온하고 고요했다. ‘너는 대체….’ 소년은 그녀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이 신비로운 소녀를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그러나 소년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