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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코드] Act.1-2장 피타고라스 - 6화 올리버는 정신없이 노엘을 쫓았다. 그녀에게 똑바로 뛰어가는 몸과 달리 머릿속은 혼란했다. ‘거짓? 거짓이라고? 어떤 부분이? 왜? 왜 그렇게 생각했지? 아니야, 난. 난, 아니야. 아니야.’ 소년은 왜 그렇게까지 자신이 그녀를 쫓아야 하는지 몰랐다. ‘쫓아가서 그 다음은? 뭘 어떻게 하려고? 따져? 따질 거야? 무엇을?’ 의문의 실마리를 쫓고 쫓자 소년은 미로의 끝에서 첫 번째 답을 발견했다. ‘아니, 아니야. 난 지금 화난 게 아니야. 저 소녀가, 노엘이 싫은 게 아니야.’ 놀랍게도 소년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두근 두근 두근 달리는 소년의 심장은 거칠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은 숨이 차오르는 것 치고는 너무 크고 흥분해 있었다. 지금 이 소년. 올리버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상..
게임 개발은 서비스업이다 1. 시작하기 전에 처음 모바일 게임을 접했을 때는 거의 과금을 하지 않다가 이제는 꽤 많은 과금을 하게 되면서 들기 시작한 생각이 있습니다. 것은 '내가 이 돈을 게임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썼다면 VIP가 돼서 갖가지 혜택을 받았을 텐데, 게임은 왜 이렇게 유저를 챙겨주지 않지'라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개발 의식이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서 발생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게임이 서비스업과 같이 변화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 상품으로써 게임 사람마다 게임을 보는 시각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개발자 역시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그저 게임 개발이 좋은 사람,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 유저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은 사람..
[블레이드 코드] Act.1-1장 말없는 소녀 - 5화 ‘아….’ 애타게 찾았던 소녀가 눈 앞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입을 열지 못했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생전 처음보는 데저트 타이거의 습격만으로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런 괴수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 저 소녀가 날 구해준 거야?’ 처음 그녀를 봤을 때는 누구든 그녀를 지켜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 괴수의 죽음을 확인한 소녀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봤다. 그녀의 푸른 눈은 방금 전까지 사람을 손쉽게 찢어발길 것 같은 괴수와 대면했는데도 처음 본 그날처럼 평온하고 고요했다. ‘너는 대체….’ 소년은 그녀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이 신비로운 소녀를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그러나 소년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블레이드 코드] Act.1-1장 말없는 소녀 - 4화 부스럭 부스럭 “하아… 젠장할” 그날 밤, 올리버는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두 번째 달도 뜨지 않은 날이라서 잠들기 더할 나위 없이 좋았으나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왜, 뭣 때문에 못 잠드는 건데. 왜…” 답답함에 혼잣말을 중얼거렸지만 사실 소년은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됐어. 아니, 아니야. 헛된 기대를 품어 봤자…’ 밤은 점점 더 깊어 가는데 소년의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이 더욱 가득차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만약 쫓아버리지 않았다면…’ 소년은 이제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온갖 상황을 상상했다. 그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제발 그만 좀…” 끝없이 이어진 질문과 ..
[블레이드 코드] Act.1-1장 말없는 소녀 - 3화 올리버는 눈을 의심했다. ‘소녀… 소녀가 있어.’ 오래 전에 버려진 이 황량한 도시에. 그것도 자연 재해뿐만이 아니라 세계가 멸망한 뒤 등장한 괴물들까지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소녀 혼자라니. ‘아니야. 잘못 봤겠지.’ 소년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싶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는 선명하게 보였다. ‘꿈이 아니야. 정말로 사람이…’ 소년은 눈을 비비고 이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자세히 살펴봤다. 버려진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순백색 단발머리의 소녀. 나이는 10대 후반 정도 같았다. 다소 고생을 많이 했는지 피부가 거칠어 보였지만, 핏기가 느껴지지 않는 백옥 피부는 여전히 고왔다. 감은 두 눈 때문에 도드라진 속눈썹은 유별나게 길어서 그녀를 성숙해 보이게 했다. 소녀는 허리까지..
내러티브와 신비감 : 정보의 제한 1. 시작하기 전에 저는 개인적으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IP 중 디아블로를 매우 좋아합니다. 학창 시절 디아블로2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에 매료되어 디아블로3와 임모탈, 디아블로4 역시 출시와 동시에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디아블로4는 여러 측면에서 1~2편의 느낌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게임 내러티브 부분이 디아블로2의 방식으로 많이 돌아왔다고 느꼈고 그 경험은 매우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디아블로3와 4를 비교해보자 오랜 기간 즐겼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그만두게 만들었던 부정적인 경험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디아블로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모두 개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그 부정적인 경험이 무엇인지 깨달았는지, 디아블로4에서는 이 문제를 ..
[블레이드 코드] Act.1-1장 말없는 소녀 - 2화 몇 일 전. F 섹터, 속칭 버려진 구역(Fallen Sector)의 어느 도시. 끔찍한 사막화가 덮쳐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번화가. 그곳 사거리 중심에 소년 하나가 죽은 듯 누워있었다. “지직… 시민… 지직…” “으… 시끄러워…” “대피… 지지직… 서둘러…” 태양의 뜨거운 손길과 고장 난 홀로그램의 괴성을 견디지 못하고 소년은 눈을 떴다. 말라 비틀어진 몸과 극한의 건조함으로 푸석푸석해진 머릿결. 검은색이지만 모래 때문인지 고생 때문인지 회색에 가깝게 보이는 머리색. 거지꼴이나 다름없이 헤져버린 옷.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외모에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운 갈색 눈. 이 소년의 이름은 올리버였다. “하아…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의 얼굴은 실망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한껏 일그러졌다. “역시나 ..
자작 소설 업로드 시작 1. 머릿글 몇 개월에 걸친 사전 준비가 끝나서 본격적으로 자작 소설 블레이드 코드(Blade Chord)의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이런 주제로 게임을 한 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컨셉입니다. 다만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기약이 없기도 하고, 투고하기에는 본업이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취미 생활로 하는 것이니, 타인의 눈치를 안 보고 쓰고 싶은데로 써보고 싶어서 블로그에 자유롭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상업적 재미나 퀄러티, 대중성보다는 글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내용을 더디더라도 담담히 한 번 풀어나가볼 생각입니다. 제 글 성향이 아무래도 많이 어둡다보니 몇몇 분들에게는 너무 무거울지도 모르겠네요! 몇 장, 몇 화를 완결로 하여 마무리짓자는 계획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