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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2-9. 퀜타 실마릴리온 : [나무의 시대] 페아노르의 맹세

발라와 페아노르의 갈등

  웅골리안트와 멜코르가 발리노르의 두 나무를 죽이고 도주한 뒤 모든 이이가 타니퀘틸 궁정의 심판의 원에 앉아서 이제 더는 빛이 없다는 것에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발리에 야반나가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페아노르의 실마릴만 있으면 두 나무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발라는 페아노르에게 실마릴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봤으며 발라 강자 툴카스는 원래 실마릴의 빛도 야반나의 것인데 어떻게 거절할 것이냐며 말했지만, 발라 대장장이 아울레는 이 일은 생각보다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므로 페아노르의 대답을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페아노르가 마침내 입을 열었는데, 그는 자신의 인생에 실마릴과 같은 것은 다시는 만들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은 곧 자신의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빛을 꺼내기 위해 이것을 부수면 자신이 모든 엘다르 중에서 가장 먼저 죽는 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발라 심판관 만도스는 모든 엘다르 중에 처음으로 죽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야말로 세계의 운명은 이제 페아노르와 그의 세 실마릴에 엮이게 되었습니다.

 

핀웨의 죽음과 실마릴 강탈

  발라의 말을 들은 페아노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의 생각에는 이들이 실마릴을 탐내고 있으며 어차피 그들도 멜코르와 같은 족속이므로 똑같은 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끝내 자신은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강요한다면 당신들이나 멜코르나 똑같은 이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페아노르의 거처가 있는 포르메노스에서 놀도르가 급한 전갈을 가지고 왔는데, 그 소식을 그야말로 충격적이며 무시무시한 것으로, 바로 멜코르에 의한 핀웨의 죽음과 실마릴의 강탈이었습니다. 발리노르의 두 나무를 죽인 멜코르는 그 길로 포르메노스로 가서 홀로 남아 페아노르의 집을 지키고 있던 핀웨를 살해한 뒤 페아노르의 보석들과 실마릴을 강탈한 것이었습니다. 발라 심파노간 만도스가 말했던 모든 엘다르 중에 처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의 의미는 핀웨의 죽음을 의미했던 것입니다. 그는 영의 주재자이므로 핀웨의 영혼이 그의 궁정에 온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핀웨의 죽음과 실마릴의 강탈로 충격 받은 페아노르는 그 자리에서 멜코르를 모르고스(세상의 검은 적)라는 이름으로 불으며 저주했습니다. 이때부터 발라 멜코르는 원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계속 모르고스로 불립니다. 자신과 자신의 군대가 포르메노스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쉽게 당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 페아노르는 아르다의 왕 발라 만웨에게 마저 불평을 돌린 뒤 심판의 원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놀도르의 왕 핀웨가 모든 아들들 중에서도 페아노르를 가장 사랑하였듯, 페아노르 역시 세상의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버지 핀웨를 사랑했기 때문에 상심이 대단히 컸습니다. 또한 실마릴이 모르고스의 손에 들어가자 발리에 야반나는 푸른 둔덕 에젤로하르 옆에서 구슬피 울기 시작했습니다.

 

모르고스 바우글리르, 이후 그가 발라 멜코르라 불리는 일은 없습니다.

 

모르고스와 웅골리안트의 다툼

  한편 북쪽으로 달아난 웅골리안트와 모르고스는 마침내 살을 에는 얼음 헬카락세에 도착했습니다. 이때 음흉한 모르고스는 양손에 있는 것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싫어서 웅골리안트로부터 몰래 도망갈 생각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웅골리안트는 모르고스의 무기고 앙그반드의 옛 터에 가까워지자 그를 불러세워 이제 약속을 지키라며 요구했습니다. 모르고스는 원래 발라 중 하나였지만 힘이 꽤 약해져 있는 상태였으나, 웅골리안트는 발리노르의 두 나무 힘을 흡수해서 더욱 강해져 있었기 때문에 모르고스는 어쩔 수 없이 페아노르의 보석들을 내놓았고, 웅골리안트는 그것을 모두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모르고스가 내놓은 것은 한 손뿐이었습니다. 뒤로 숨긴 그의 나머지 한 손에는 실마릴이 쥐어져 있었고 발리에 별의 여왕 바르다가 축성한 실마릴이 그의 손을 까맣게 태우고 있었지만 그는 애써 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웅골리안트가 보석을 다 먹어치우고도 실마릴을 요구하자 모르고스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웅골리안트는 자신의 거미줄과 암흑으로 모르고스를 조여오기 시작했고 모르고스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질렀는데, 이 일로 이곳은 람모스(큰 메아리)로 불렸으며 먼 미래에도 이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모르고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의 비명소리는 엄청나서 가운데땅 곳곳까지 울려퍼졌으며 마침내 앙그반드 폐허 지하에 숨어 있었던 발로그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자신들의 주인이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잽싸게 람모스로 달려가서 불의 채찍으로 웅골리안트의 거미줄을 모두 찢어버렸고, 이에 겁먹은 웅골리안트는 급히 남쪽으로 내려가 벨레리안드의 에레드 고르고로스(공포 산맥)의 골짜기에 숨어들었습니다. 이후로 이곳은 난 둥고르세브(끔찍한 죽음의 골짜기)라고 불렸습니다.

 

모르고스와 웅골리안트의 다툼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모르고스는 자신의 모든 부하를 끌어 모은 뒤 앙그반드 옛 터로 돌아가서 지하 요새를 건설했고 그 위에 상고로드림이라는 거대한 세 개의 봉우리를 세웠습니다. 그리곤 실마릴 세 개를 강철 왕관에 박아넣고 자신을 세상의 왕이라 칭했습니다.

 

강철 왕관에 실마릴을 박아 넣은 모르고스

 

페아노르의 웅변과 맹세

  어둠이 엄습해오자 놀도르는 속속들이 티리온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때 페아노르가 티리온에 나타났습니다. 그의 티리온 추방은 아직 유효했기 때문에 사실상 발라의 명을 거역하고 나타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모든 놀도르를 투나 언덕 가장 높은 탑 아래에 모이게 한 다음 대단한 웅변을 토해냈습니다. 그의 웅변을 정리하면 핀웨가 죽었으니 그의 장자인 자신이 놀도르의 왕이라는 것과 이미 아만 대륙에는 빛이 없어 희망이 없고 모르고스나 발라나 똑같은 족속이니 믿을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핀웨를 죽이고 실마릴을 강탈한 모르고스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니, 이곳 아만 대륙을 떠나 고향 땅 쿠이비에넨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화술은 정말 대단해서 많은 놀도르의 가슴에 다시 가운데땅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습니다. 또한 페아노르와 일곱 아들은 실마릴을 탐내는 자는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며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할 것이라고 일루바타르에게 맹세합니다. 일루바타르에게 맹세하면 그 누구도 맹세를 어길 수 없었습니다.

 

페아노르와 일곱 아들의 맹세

 

놀도르의 대이동

  그러자 핀웨의 또 다른 아들이자 페아노르의 배다른 동생인 핑골핀이 그의 아들 투르곤과 함께 페아노르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의견 차이는 점점 심화되어 칼부림 직전까지 갔으나 페아노르의 또 다른 배다른 동생 피나르핀과 그의 아들 오로드레스가 놀도르를 진정시키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페아노르와 일곱 아들처럼 떠나길 원했던 자는 핑골핀의 아들 핑곤과 피나르핀의 자녀 갈라드리엘, 앙그로드, 아이그노르였으며 반대하는 자핑골핀과 그의 아들 투르곤, 피나르핀의 아들 핀로드는 였습니다. 하지만 오랜 토론 끝에 결국 페아노르가 승리를 거두었고 피나르핀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설득해봤지만 놀도르의 마음이 변심되는 걸 우려한 페아노르는 가운데땅으로의 출발을 재촉했습니다. 이때 아르다의 왕 발라 만웨는 이 모든 걸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그의 생각으론 그래도 페아노르가 모든 놀도르를 통솔할 순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막상 출발하려고 하니 또 다시 놀도르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습니다. 많은 이가 가운데땅으로 떠나고 싶긴 했으나 티리온의 주민들은 페아노르보다 핑골핀을 더 신뢰했고 페아노르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핑골핀은 떠나고싶지 않았으나, 가운데땅으로 떠나려 하는 자신의 백성을 버릴 수도 없었고 장자인 핑곤이 가운데땅으로 떠나길 재촉했으며, 특히, 타니퀘틸 궁정의 축제에서 페아노르의 뒤를 따르겠다고 맹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 못해 떠나야 했습니다. 사정은 피나르핀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놀도르의 10분의 1은 떠나지 안고 잔류했습니다.

 

계속되는 페아노르와 핑골핀의 갈등은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가운데땅으로 떠나려는 놀도르는 페아노르를 따르는 선두와 핑골핀을 따르는 두 번째 무리로 ​정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핑골핀을 따르는 자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두 번째 무리가 규모가 더 거대했습니다. 드디어 출발하려하던 찰나 아르다의 왕 발라 만웨의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페아노르에게 이 앞의 길은 대단히 험난하고 고된 길이 될 것이며 모르고스 또한 발라의 일원으로 엘다르로썬 이길 도리가 없으니 떠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페아노르는 이미 절망은 이곳에서 충분히 보았으며 모르고스를 쓰러뜨리진 못하더라도 공격을 멈추진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만웨의 사자는 두 말 없이 물러났으며 놀도르도 페아노르의 말에 압도되어 군말없이 출발했습니다.

 

이렇게 놀도르는 가운데땅으로 향하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핀웨의 두 아내]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핀웨의 세 아들]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핑골핀 피나르핀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핑골핀의 자녀] [피나르핀의 자녀]
장신의 마이드로스 핑곤 신실한 핀로드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투르곤 오로드레스
아름다운 켈레고름 백색의 아레델(딸) 앙그로드
검은 얼굴 카란시르   아이그노르
재주꾼 쿠루핀   갈라드리엘(딸)
쌍둥이 암로드    
쌍둥이 암라스    

※ 종족 대백과

요정 퀜디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요정 엘다르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요정 바냐르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요정 놀도르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요정 텔레리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요정 난도르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요정 아바리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요정 우마냐르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요정 모리 퀜디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요정 팔라스림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요정 에글라스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요정 신다르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난쟁이 나우그림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 아만 대륙의 지도

 

※ 벨레리안드의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