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코르의 석방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의 좋은 날이 계속되었고 어느 덧 세 번의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엘다르가 정착한 곳에 낯익은 발라가 하나 찾아옵니다. 겉으로는 훌륭하고 친화적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에는 잔뜩 뒤틀린 복수심을 품고 있었던 그는, 다름이 아닌 발라 멜코르였습니다.
시간을 잠깐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한동안 조용했던 타니퀘틸 궁정의 심판의 원. 그곳에 낯익은 발라가 앙가이노르라 불리는 쇠사슬을 차고 등장하니, 그는 바로 가운데땅을 차지하려 한 죄로 만도스의 성채에 구금되는 판결을 받았던 멜코르였습니다. 일찍이 그는 세 번의 시대가 지나고 난 뒤 다시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이제 그 약속된 시간이 찾아와서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멜코르는 한때 자신의 동료이자 적이었던 이들에게 한 번만 봐주면 착하게 살겠다며 사정했습니다. 그의 호소는 많은 발라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울모와 툴카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표 결과, 아르다의 왕 만웨는 멜코르를 석방했습니다.
멜코르는 자유의 몸을 되찾자마자 엘다르에 대한 복수를 꾸미기 시작했는데, 그의 생각으론 그가 이 아름다운 땅을 차지하지 못하고 발라들의 방해로 자신이 전쟁에 패해서 구금된 것이 모두 발라들이 보호하려 했던 엘다르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이전의 적대적인 인상을 깨고 친근한 인상으로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에, 멜코르는 엘다르를 도와주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는 특히 놀도르에게 접근했는데, 바냐르는 멜코르를 별로 탐탁지 않아 했으며 텔레리는 멜코르가 자신의 보복 계획에 활용하기에는 별로 유용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마릴의 탄생
한편, 놀도르 왕 핀웨의 첫째 아들 페아노르는 자신의 모든 재주, 힘, 능력을 총 동원하여 아르다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보석 세 개를 만들어냈습니다. 수정처럼 생긴 이 보석은 그 안에 발리노르의 두 나무 텔페리온과 라우렐린의 빛을 담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었으며 매우 단단했습니다. 그는 이 보석을 실마릴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보석이 바로 실마릴리온, 즉 실마릴 이야기라고 불리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보석이었던 것입니다.
실마릴에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자 아만 대륙의 발라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이 보석을 경이롭게 바라보았습니다. 별의 여왕이자 발리에 바르다가 이 실마릴을 축성함으로써 악의 무리가 이 보석에 닿으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도록 했으며, 영의 주재자이자 발라 만도스는 이 실마릴은 아르다의 운명과 연관이 되어있다고 예언했습니다. 또한 발라 멜코르 역시 실마릴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는데 그는 이 보석을 마치 자신의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이 소유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위해선 페아노르와 놀도르를 패망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후부터 멜코르는 더 적극적으로 엘다르 패망을 모색했습니다.
멜코르의 이간질
멜코르는 우선 발라와 놀도르를 이간질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오랜시간 공을 들여서 놀도르와 친해져 있었던 멜코르는 귀가 얇거나 이야기를 부풀리는 이들을 고른 뒤, 발라가 엘다르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아만 대륙으로 데려왔다거나 일루바타르의 둘째 자손에게 가운데땅을 넘겨주기 위해 첫째 자손인 엘다르를 아만 대륙으로 데려왔다는 등 거짓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이 거짓은 곧 진실처럼 여겨지게 되어 결실을 맺었으며, 놀도르는 자신들의 세공 및 대장 솜씨에 점점 거만해졌을 뿐만 아니라 발라에 대한 경외심마저 잊어버리곤 발라에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가운데땅에 대한 갈망도 깊어져갔습니다. 그러나 아직 발라는 놀도르의 이런 불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발라에 대한 놀도르의 인식이 나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멜코르는 놀도르 사이에 새로운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핀웨의 재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페아노르는 이복동생들인 핑골핀, 피나르핀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마침 이 시기에 이 둘은 모두 존경받는 군주였을 뿐만 아니라 오만해져서 서로 부친인 핀웨의 권한과 재산을 탐냈습니다. 이를 알고 있었던 멜코르는 실마릴을 가지고 있는 페아노르를 파멸시키기 위해 이것을 이용하여 페아노르와 핑골핀, 피나르핀을 이간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페아노르에게는 핑골핀과 피나르핀이 발라를 등에 업고 페아노르를 몰아내려 하고 있으며 발라가 실마릴을 탐내어 이 일에 동조하고 있다고 했으며, 핑골핀과 피나르핀에게는 페아노르가 둘을 투나에서 쫓아내려고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멜코르는 그들에게 무기에 대한 것을 알려주었고 이때부터 놀도르는 남몰래 무기와 방패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만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자 페아노르는 공연히 발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으며 놀도르는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를 걱정한 놀도르의 왕 핀웨는 놀도르 군주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러나 회의 시작에 앞서 핑골핀이 핀웨를 찾아왔는데 그는 아버지 핀웨에게 형 페아노르가 핀웨가 있음에도 놀도르 전체를 대변하는 듯이 말하고 있으니 페아노르를 제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하필 그때 어찌된 일인지 페아노르가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갑옷과 무기로 완전무장한 그는 핑골핀과 함께 핀웨의 저택에서 나오자마자 칼로 핑골핀의 가슴을 겨누며 한 번 더 자신의 위치를 넘봤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때, 핀웨의 저택은 엘다르의 도시 티리온에서 가장 높은 탑인 민돈 앞 광장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놀도르가 이 광경을 목격했으며 이제 발라도 놀도르의 동요를 눈치챘습니다.
놀도르의 동요에 대해 알게 된 발라는 그중 페아노르가 가장 불만이 많고 오만하고 이번 사건의 주동자라고 판단하여 페아노르와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심판의 원에 불러모은 뒤 만도스가 어찌된 일인지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도스의 앞에서는 거짓을 고할 수 없는 페아노르는 모든 실상을 낱낱히 밝혔고 드디어 멜코르의 이간질이 발각됐습니다. 강자인 발라 툴카스가 그 즉시 멜코르를 체포하려 달려나갔지만 이미 멜코르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페아노르와 일곱 아들의 추방
비록 멜코르가 모든 일의 주범이이었지만 페아노르는 공공연히 발라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으며 동족에게 칼을 겨누었으므로 죄가 없다고 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발라 만도스는 페아노르에게 12년 동안 티리온을 떠날 것을 명하고 그 뒤 이와 관련된 이들이 그를 용서하면 이 일은 없는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때 핑골핀은 그 자리에서 즉시 페아노르를 용서한다고 말했지만 페아노르는 말없이 그곳을 빠져나와 발마리를 벗어났습니다.
일곱 아들과 함께 티리온에서 추방된 페아노르는 발리노르 북쪽의 포르메노스라는 언덕에 튼튼한 성채를 짓고 그곳에 무기와 보석들을 보관하며 지냈는데, 실마릴 역시 이곳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누구보다도 가장 사랑했던 미리엘과 자신의 아들이자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들인 페아노르를 버릴 수 없었던 핀웨 역시 페아노르와 함께 지냈기 때문에 티리온의 놀도르는 핑골핀이 통치했습니다. 이후 이날의 원한은 뿌리깊은 씨앗이 되어 먼 훗날에도 페아노르와 핑골핀 후손 사이에 불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라졌던 멜코르가 포르메노스에 나타났습니다. 페아노르와 만난 멜코르는 자신 역시 발라라서 잘 아는데 발라는 믿을 것이 못되므로 그들을 떠나 자유를 찾아 가운데땅으로 떠나라고 부추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 심판의 원에서 받은 수모에 화가 나있던 페아노르는 그의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멜코르는 그의 속내를 드러내는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실마릴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는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실마릴도 안전하지 못할 거라고 경고했는데, 그 말을 들은 페아노르는 그 역시 실마릴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멜코르의 면전에서 욕을 하며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비록 굴욕을 당하긴 했지만 멜코르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하며 포르메노스를 떠났습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왕] | ||
핀웨 | ||
[핀웨의 두 아내] | ||
미리엘(사별) | 인디스 | |
[핀웨의 세 아들] | ||
페아노르 (쿠루핀웨) | 핑골핀 | 피나르핀 |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 [핑골핀의 자녀] | [피나르핀의 자녀] |
장신의 마이드로스 | 핑곤 | 신실한 핀로드 |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 투르곤 | 오로드레스 |
아름다운 켈레고름 | 백색의 아레델(딸) | 앙그로드 |
검은 얼굴 카란시르 | 아이그노르 | |
재주꾼 쿠루핀 | 갈라드리엘(딸) | |
쌍둥이 암로드 | ||
쌍둥이 암라스 |
※ 종족 대백과
요정 | 퀜디 |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
요정 | 엘다르 |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바냐르 |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
요정 | 놀도르 |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
요정 | 텔레리 |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
요정 | 난도르 |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
요정 | 아바리 |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
요정 | 우마냐르 |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모리 퀜디 |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
요정 | 팔라스림 |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
요정 | 에글라스 |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
요정 | 신다르 |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
난쟁이 | 나우그림 |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
※ 아만 대륙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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