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웨의 슬픔
페아노르가 티리온을 떠나 가운데땅으로 향한 뒤 만웨는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는데, 그의 슬픔은 두 나무의 죽음도 멜코르의 타락도 아닌 페아노르의 타락 때문이었습니다. 페아노르는 일루바타르의 자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을 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 누구도 그를 능가할 수 없을 것이며, 만약 페아노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경지에 비했을 것이라는 것을 만웨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만웨의 전령이 페아노르의 선언에 대해 전하자 만웨는 깊은 슬픔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발라가 놀도르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노래로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자, 만웨는 이에 수긍하여 놀도르가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많이 겪겠지만 그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귀한 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비록 페아노르가 행한 일은 악이지만 그것은 선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도 말입니다. 하지만 영의 주재자 발라 만도스가 이때 "악은 악이지요. 페아노르도 곧 제게 올겁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두 나무의 마지막 결실, 이실과 아노르
페아노르 일가가 가운데땅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발리노르에 전해지자 발라는 모르고스를 방해할 새로운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놀도르가 잘못을 저질러 떠났지만 발라는 그들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며 아직 가운데땅에는 아바리나 모리퀜디들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또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힐도르(뒤에 오는 자들)를 어둠 속에 내버려 둘 수도 없었습니다. 발라는 과거에 퀜디를 구했던 것처럼 모르고스와 전쟁을 벌일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이 출현할 지역까지 모두 파괴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에 만웨는 대지의 발리에 야반나와 슬픔의 발리에 니엔나로 하여금 치유와 성장의 힘으로 두 나무를 살려보도록 지시했으나 별다른 효험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때 텔페리온은 은빛의 꽃 한송이, 라우렐린은 금빛의 열매 하나를 맺고는 마침내 정말로 시들어 죽어버렸습니다. 아르다의 왕 발라 만웨는 이 꽃과 열매를 축성하자 대장장이 발라 아울레는 이 두 빛을 담을 용기를 만들었는데, 은빛 꽃이 담긴 용기를 은빛의 이실이라고 하고 금빛 열매가 담긴 용기를 황금불 아노르라고 불렀습니다.
여담이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모리아에서 간달프와 모리아의 발로그가 싸우는 장면을 보면, 간달프가 "나는 아노르의 불을 섬기는 자"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아노르의 불이 바로 라우렐린의 열매를 담은 용기인 황금불 아노르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노르와 이실의 왕래
은빛의 이실과 황금불 아노르가 만들어지자 발라 만웨는 별의 여왕 발리에 바르다로 하여금 이들이 별들보다 더 아래에서 빛나게 하도록 일러뒀는데, 이들을 운반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을 자로 두 명의 마이아가 발탁됐습니다. 먼저 아노르를 운반할 마이아는 아리엔으로 나무의 시대 당시 라우렐린의 금빛 이슬을 받아서 정원에 물을 주던 불의 영입니다. 그녀의 빛은 너무 강렬해서 엘다르는 감히 아리엔의 눈을 쳐다볼 수도 없었으며 모르고스조차도 그녀를 타락시킬 엄두를 못냈다고 합니다. 아리엔은 불의 영이기 때문에 아노르의 불에 상처를 입지 않아서 이 일이 적합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실을 운반할 마이아로 틸리온이 선택됐습니다. 그는 발라 오로메의 사냥꾼 중에 한 명으로, 은빛을 대단히 좋아해서 사냥이 끝나면 텔페리온의 아래에서 잠들곤 했습니다. 그는 그가 사랑했던 텔페리온이 시들어 죽자 자신이 이실을 운반하겠다고 가장 먼저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아노르보다 이실이 먼저 완성되자 틸리온이 하늘로 떠오를 준비를 했습니다. 그가 이실을 가지고 아만 대륙으로부터 떠오르자 가운데땅의 많은 생명이 잠에서 깨어났으며 퀜디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고 모르고스의 하수인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일루인과 오르말이라는 두 등불이 쓰러지고 나무의 시대 동안에는 줄곧 가운데땅은 어둠 속에 잠겨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 시각 놀도르의 상황
잠시 시간축을 맞추기 위해서 이 시기 놀도르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실이 뜨기 전, 발리노르의 두 나무가 마지막 꽃과 열매를 맺고 아울레가 용기를 만들고 있을 때 가운데땅에서는 다고르누인길리아스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또한, 페아노르에 의해 버려졌던 핑골핀의 무리는 고민에 고심을 더한 끝에 결국 살을 에는 얼음 헬카락세를 건너기로 결심했는데, 이실이 맨 처음 떠오르던 시기에 핑골핀 일가는 이제 막 헬카락세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아리엔이 아노르를 가지고 떠오르기 전, 먼저 떠올랐던 틸리온은 이실을 가지고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을 일곱 번 횡단했으며 아리엔이 떠오를 때 쯤에는 아르다의 동쪽 끝, 즉, 가운데땅에 가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리엔이 아노르를 이끌고 서쪽 끝에서 떠올랐을 때 핑골핀 일족이 페아노르 일가가 있던 미스림 호수 근처에 들어섰습니다.
원래 만웨와 바르다의 생각은 나무의 시대 당시의 발리노르가 그랬듯, 아노르와 이실이 동서를 오가며 계속 빛이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세계에 밤이 사라지는 것으로, 현실 세계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졌으면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동쪽에서 떠야 하는데, 서쪽에 도달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서 동쪽으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그런데 틸리온이 아리엔에게 끌려서 자꾸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다가 아리엔과 달리 틸리온은 혈기왕성하여 이동하는게 불규칙했습니다. 또한, 퀜디는 별을 사랑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가끔은 별빛이 그리웠으며, 밤이 사라지면 땅에서의 잠과 휴식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꿈의 발라 로리엔과 잠의 발리에 에스테는 만웨와 바르다에게 세계가 항상 밝아선 안된다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바르다는 아노르와 이실이 한 번 서쪽에 도착하면 땅 아래를 지나서 다시 동쪽으로 떠오르도록 했습니다. 또한 틸리온으로 하여금 아리엔이 해를 이끌고 완전히 사라지면 떠오르도록 했으나, 틸리온은 여전히 변덕스러운데다가 자꾸 아리엔의 광휘에 이끌려서 빠르게 떠오르곤 했는데, 심각한 경우에는 틸리온과 이실의 그림자에 의해 아리엔과 아노르가 가려지는 경우까지 발생했습니다. 또한, 성미가 급한 틸리온은 땅 아래를 지나 동쪽으로 가는 도중에 길을 헤메서 늦게 오는 때가 있었습니다.
※ 아노르와 이실에 대하여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아노르는 태양, 이실은 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노르와 이실의 왕래에서 언급하는 둘의 이동은 해와 달의 이동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틸리온이 아리엔에 이끌려 빠르게 떠오르는 것은 해가 지기 전에 달이 떠있는 것, 틸리온과 이실의 그림자에 아리엔과 아노르가 가려지는 것은 일식을, 틸리온이 길을 헤메서 늦게 뜨는 것은 해가 졌지만 달이 늦게 뜨거나 뜨지 않는 밤을 의미합니다.
발리노르의 은폐
그런데 이때 아노르와 이실의 빛을 보고 두려워하면서도 격렬하게 시기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모르고스였습니다. 그는 아리엔의 광휘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밝지 않은 틸리온과 달을 노리곤 했습니다. 모르고스는 틸리온이 이실을 이끌고 서쪽 끝에 도달해서 땅 아래로 들어가려는 순간 공격했으나, 그의 힘은 이미 부하들에게 퍼져 약해져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발로그나 오르크는 틸리온의 상대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틸리온은 언제나 승리를 거두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발라는 언제 다시 모르고스가 노리려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만 대륙을 감싸는 높은 산맥을 세웠습니다. 이로써 아만 대륙의 서쪽을 감싸던 펠로리 산맥은 아만 대륙을 완전히 감싸게 되었으며, 이제 대륙 내부로 갈 수 있는 길을 오직 칼라키랴뿐이었는데, 이곳은 해안에 사는 텔레리와 가운데땅을 그리워하는 바냐르 및 놀도르를 위해 막지 않았습니다. 또한 발라는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의 거대한 대해 벨레가이르에 마법의 열도를 만들어 누구도 통과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단 한 사람, 먼 훗날 가운데땅의 모든 생명을 구원하게 될 단 한 사람이 이곳을 넘어 아만 대륙에 당도하게 됩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 ||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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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웨의 두 아내] | ||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
|
[핀웨의 세 아들] |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
핑골핀 |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 [핑골핀의 자녀] | [피나르핀의 자녀] |
장신의 마이드로스 | 핑곤 | 신실한 핀로드 |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 투르곤 | 오로드레스 |
아름다운 켈레고름 | 백색의 아레델(딸) | 앙그로드 |
검은 얼굴 카란시르 | 아이그노르 | |
재주꾼 쿠루핀 | 갈라드리엘(딸) | |
쌍둥이 암로드 | ||
쌍둥이 암라스 |
※ 종족 대백과
요정 | 퀜디 |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
요정 | 엘다르 |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바냐르 |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
요정 | 놀도르 |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
요정 | 텔레리 |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
요정 | 난도르 |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
요정 | 라이퀜디 |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
요정 | 아바리 |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
요정 | 우마냐르 |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모리 퀜디 |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
요정 | 팔라스림 |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
요정 | 에글라스 |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
요정 | 신다르 |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
난쟁이 | 나우그림 |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
인간 | 힐도르 |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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