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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2-15. 퀜타 실마릴리온 : [태양 제1시대] 곤돌린과 마이글린

 

놀도르와 신다르의 불화

  과거, 투르곤과 핀로드가 발라 울모의 계시를 받아 각자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투르곤은 에워두른 산맥 중앙에 있는 비밀스러운 곳 툼라덴을 발견한 뒤, 다시 비냐마르로 돌아와 그 위에 건설할 도시의 구상을 시작했고, 그런 그의 머리에는 저 멀리 발리노르의 투나 언덕 위에 있던 영광스런 도시 티리온이 아련히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다고르 아글라레브가 끝나자 투르곤은 먼 미래를 대비해 피난처를 만들라는 울모의 계시가 불현듯 생각나서 백성 중 솜씨좋은 자들을 데리고 비밀리에 툼라덴으로 가서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고, 같은 시기에 핀로드 펠라군드 역시 나르고스론드를 건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로 도리아스에서 지냈던 갈라드리엘에게 멜리안이 다가와 의미심장한 말을 건냅니다.

 

"당신의 얼굴에는 슬픔과 어두운 기억이 서려있네요.

 하지만 전과 달리 아만 대륙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어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놀도르는 왜 다시 가운데땅으로 돌아왔죠?"

 

당시 많은 신다르는 놀도르가 발라의 명을 받고 모르고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돌아온 것이라고 믿었지만 멜리안은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차마 놀도르의 불경한 과거와 알쿠알론데의 살육에 대해 말할 수 없었던 갈라드리엘은 지나간 일이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그러나 멜리안은 갈라드리엘을 계속 추궁하기 시작했고 결국 갈라드리엘은 놀도르가 스스로 발라를 거역하고 실마릴을 찾기 위해 돌아온 것과 핀웨 왕이 모르고스에게 살해당한 사실에 대해서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알쿠알론데에서의 텔레리 살육과 로스가르에서의 페아노르 배신은 끝내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멜리안은 갈리드리엘이 무언가를 더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곧장 싱골 왕에게 가서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핀웨와 엘웨 싱골로는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핀웨의 죽음을 들은 싱골은 몹시 슬펐습니다. 하지만 멜리안은 어떤 이유든 놀도르는 발라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싱골은 놀도르가 모르고스의 적인 것은 틀림없으니 그들은 분명 도리아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멜리안을 타일렀습니다.

 

  그러던 중, 신다르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놀도르가 아만 대륙에서 저지른 일에 대한 것이었는데, 신다르 조선공 키르단은 이 소문이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지만 진실을 역시 안고 있다고 판단하고는 싱골 왕에게 달려가서 이 소문에 대해서 전했습니다. 싱골 왕은 크게 격노했습니다. 특히 그는 텔레리 출신이므로 알쿠알론데의 텔레리 살해는 가족이 살해된 것과 같은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때마침 이때 피나르핀의 자식들이 도리아스 궁정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싱골은 당장 그들에게 달려갔습니다. 싱골 왕은 그들에게 그런 일을 벌여놓고 어떻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멀쩡하게 이곳에 앉아 있을 수 있냐며 크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페아노르의 아들들과 불화가 있었던 앙그로드가 일어나더니 싱골 왕에게 알쿠알론데 동족 살해의 경위와 만도스의 심판, 그리고 로스가르의 페아노르 배 방화에 대해서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곤, 배신당하여 살을 에는 얼음 헬카락세를 건너온 자신들이 어찌하여 배신자라고 불려야 하냐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싱골 왕은 피나르핀의 자식들은 페아노르에 의해 가담된 것이니 이해하며, 핑골핀의 가문 또한 살을 에는 얼음 헬카락세를 건너왔으므로 용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다시는 놀도르의 언어는 듣고 싶지 않다며 신다르에게서 놀도르 언어를 금지시켰습니다. 이 소식은 도리아스를 벗어나 벨레리안드 전역으로 퍼져나가더니 이윽고 앙그반드에 앉아 있는 모르고스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검은 미소를 띄웠습니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마침내 나르고스론드 왕국이 완성됩니다.

 

곤돌린 이주와 울모의 예언

  투르곤이 툼라덴에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지 52 년 후, 마침내 꿈에 그리던 도시가 완성되자 그는 도시의 이름을 뮬의 음악이 흐르는 바위 온돌린데라고 지었습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후에 신다르의 언어 신다린으로 숨은 바위 곤돌린으로 더 알려졌습니다. 도시가 완성되자 투르곤은 백성들을 데리고 네브라스트를 떠날 준비를 했는데, 바로 그때 발라 울모가 직접 그에게 찾아왔습니다. 울모는 투르곤에게 한 가지 예언이자 경고를 전했습니다.

 

"강에 내 힘을 남겨 둘 것이니 아무도 너와 백성들의 곤돌린 입성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며 너의 허락없이는 누구도 시리온 계곡의 입구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니라."

 

"모든 왕국 중 곤돌린이 가장 오래 모르고스에게 맞설 것이나 놀도르의 희망은 서녘에 있으며 바다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만도스의 심판으로 인해 끝내 곤돌린 내에서 반역이 일어나 도시는 불구덩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 모든 생명의 희망이 될 인물이 네브라스트에서 불길을 넘어올 것이니, 후에 그를 알아볼 수 있도록 이곳에 그의 사용할 병기와 칼을 남겨두고 가거라."

 

울모가 돌아간 후, 투르곤은 결연한 마음으로 미래의 희망을 위한 병기와 칼을 남겨둔 뒤, 놀도르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와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신다르를 데리고 에레드 웨스린의 그늘을 통해 비밀리에 곤돌린으로 들어갔으며, 마지막에 투르곤이 가족을 데리고 들어간 뒤 입구를 닫음으로써 이주는 끝났습니다. 그후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될 두 인물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곳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350년이 지나 비탄의 해가 올 때까지 곤돌린의 백성 누구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에워두른 산맥 사이에 숨겨진 도시, 곤돌린


아레델의 모험

  곤돌린의 왕 투르곤에게는 백색의 아레델이라는 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랜 곤돌린 생활에 싫증이 나기 시작한 그녀는 옛날처럼 드넓은 들판을 거닐기를 원했으나, 투르곤은 동생을 위험한 바깥 세상에 홀로 보내고 싶지 않았을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곤돌린의 입구가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아레델이 완고했기 때문에 결국 투르곤은 영주 3명을 뽑아 아레델에게 호위를 붙이고 그들에게 가능한 아레델을 핑곤이 있는 곳으로 이끌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아레델은 막상 곤돌린 밖으로 나오니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보고 싶다며 남쪽으로 가길 원했습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곧장가려면 도리아스를 지나야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도리아스 인근에 닿자 도리아스 변경수비대가 그들을 가로막았습니다. 놀도르와 신다르의 불화를 생각하면 그들이 도리아스를 지나가게 해줄리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변경수비대는 굳이 가려면 도리아스를 지날 필요가 없다며 도리아스를 북동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추천했습니다.

아레델 일행은 별수 없이 딤바르를 지나 에레드 고르고로스 남쪽의 난 둥고르세브를 지나기로 했습니다. 난 둥고르세브, 끔찍한 죽음의 골짜기라는 이름을 지닌 이곳은 먼 옛날 실마리를 두고 다퉜다가 쫓겨난 웅골리안트가 숨어들었던 곳으로, 여기에는 그녀가 자아내는 어둠 그물만큼이나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골짜기의 음험함은 아레델 일행이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아레델을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일행은 사라진 아레델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곤돌린으로 돌아와 투르곤에게 그녀의 실종을 보고했습니다. 난 둥고르세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던 투르곤은 동생이 살아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한 편, 용감한 아레델은 일행과 떨어졌다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홀로 어둠을 뚫고 나아가 결국 난 둥고르세브를 빠져나와서 쿠루핀과 켈레고름이 주둔해 있는 힘라드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사르겔리온으로 카란시르를 보러가서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자 슬슬 지루해진 아레델은 홀로 말을 달려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났습니다.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 아레델은 우연히 난 엘모스 숲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날이 많이 어두워진 탓일까 아니면 말을 오래 달려 지친 탓일까, 아레델은 숲을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그녀가 도착한 곳에는 숲속에 숨겨진 집이 있었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어두운 복장을 한 신다르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을 난쟁이들과 교역하며 살고 있는 검은 요정 에올이라고 소개한 그는, 아레델을 환영하며 그녀를 극진히 대접했고 에올의 호의에 마음을 연 아레델은 그와 부부의 연을 맺고 이곳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난 엘모스 숲이 먼 과거에 도리아스의 왕 엘웨 싱골로와 멜리안이 만났던 장소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낭만적인 만남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숲에 들어온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에올의 계략이라는 것을 아레델은 알지 못했습니다.

 

아레델을 맞이하는 에올

 

마이글린, 그리고 도주

  시간이 흘러 둘 사이에서 사내 아이가 하나 태어났는데, 에올은 그 아이에게 예리한 눈길이라는 뜻으로 마이글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성년이 된 마이글린은 체격과 외모는 놀도르의 혈통을 닮았지만 머리카락은 텔레리 혈통처럼 검은색을 띄었으며 기질과 생각은 에올을 닮았습니다. 그는 에올을 따라 난쟁이의 도시로 가서 기술을 배웠지만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인 아레델을 더욱 사랑했고, 그녀가 해주는 놀도르 군주들의 영웅담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이야기를 해주면 해줄수록 아레델은 곤돌린이 그리웠고 마이글린 또한 위대한 놀도르 군주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레델은 마이글린에게 절대 곤돌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마이글린은 그런 방법보다는 어떻게든 놀도르 군주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에올이 딱히 아레델을 감금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를 난 엘모스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아레델에게 기대하기 지친 마이글린은 결국 에올에게 가서 놀도르의 군주가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에올은 크게 분노하며 말했습니다.

 

"너는 텔레리의 아들이지 놀도르가 아니다!

 나는 너를 동족의 피를 흘리게 한 자들과 이야기하게 두지 않을 것이며 내 말을 거역할 경우 널 가두어 두겠다. 알겠느냐?"

 

아버지의 분노에 마이글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 부자는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에올은 더는 외출할 때 마이글린을 데리고 가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에올이 난쟁이들의 잔치에 초대되어 자리를 비우자 마이글린은 무언가를 결심한듯 결연한 얼굴로 어머니 아레델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머니와 아들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집을 빠져나와 서둘러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에올에게서 도망쳐 곤돌린으로 가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난쟁이들의 잔치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예정보다 빨리 집에 돌아온 에올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레델을 만나기 전에 이 집에 자리잡고 있다가 사라졌던 달갑지 않은 적막을 감지했습니다. 아닐 것이라는 의심은 집안을 뒤지는 매 순간 아내와 아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으며, 둘이 떠난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은 에올은 자신이 가진 가장 빠른 말을 타고 서둘러 그들의 흔적을 뒤쫓기 시작했으며, 그의 얼굴은 엄청난 분노로 매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습니다.

난 엘모스 숲을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올은 갑작스레 놀도르 기수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는 근처에 있던 놀도르 진지로 끌려가서 어느 놀도르 군주 앞에 무릎 꿇려졌는데 그는 다름이 아닌 페아노르의 아들 쿠루핀이었습니다. 다른 이도 아닌 놀도르 군주에게 끌려온 에올은 일단 아레델과 마이글린이 도망갔다는 사실은 숨기고, 그들이 쿠루핀을 만나기 위해 간 것 같은데 자신이 동행하는게 맞는거 같아서 따라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에올은 그들이 도망갔다는 것만 알았지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몰랐기 때문에 혹시 그들이 쿠루핀을 만나러 왔을 경우를 염두해둔 대답이었습니다. 그러자 쿠루핀은 한심하다는 듯이 웃으며 그들은 얼마 전에 서쪽으로 갔으니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그들이 너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쿠루핀은 자신의 기수들이 아레델과 마이글린이 난 둥고르세브로 향했다는 보고를 듣고 수상한 낌새를 느껴 그들이 향한 길목에 진지를 세운 것이었습니다. 에올은 놀도르 군주의 태도에 속이 터질듯 끓고 있었지만 간신히 그 분노를 참아낸 뒤, 자신이 따라가서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으며, 에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쿠루핀은 더는 꼴보기 싫다는 듯이 에올에게 당장 자신의 땅을 떠나라고 했습니다. 이제 확실히 아레델과 마이글린이 곤돌린으로 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에올은 더욱 큰 분노에 휩싸여 서쪽으로 둘을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레델과 에올의 죽음

  한편, 곤돌린을 향해 도주하던 아레델과 마이글린은 천신만고 끝에 곤돌린으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입구에 도달합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대는 시간이 꽤 오래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백색의 아레델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기쁜 마음에 즉시 둘을 곤돌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때 이 광경을 누군가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는 있었는데, 기쁨에 겨운 나머지 이들 중 누구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윽고 곤돌린에 도착하여 그곳의 왕 투르곤 앞에 선 아레델과 마이글린. 투르곤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살아 돌아오자 너무나도 어찌할 줄 몰랐는데, 그런 그의 기쁨을 한층 더 크게 만들어준 것은 다름이 아닌 마이글린의 존재였습니다. 투르곤의 아내는 놀도르의 대이동 당시 헬카락세를 건너던 도중 숨을 거뒀기 때문에 그에겐 외동딸 밖에 없었습니다. 즉,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던 투르곤은 동생의 아들이 놀도르 군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곤돌린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게 된 마이글린은 크게 놀랐습니다. 그곳은 무엇을 보든 자신이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화려하며 웅장했는데, 그의 눈을 유독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이 아닌 어머니를 닮아 아름다운 금방을 휘날리고 있는 투르곤의 하나뿐인 딸 이드릴 켈레브린달이었습니다.

 

이드릴 켈레브린달

 

한 편, 곤돌린의 입구를 감시하고 있던 경비대는 몰래 곤돌린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수상한 신다르를 하나 붙잡았습니다. 자신이 백색의 아레델의 남편이자 마이글린의 아버지라 주장하는 그 신다르는 바로 에올이었습니다. 경비대에게 이 사실을 투르곤은 그를 자신의 앞에 데려오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과는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는 크고 화려한 곤돌린의 궁정에 옥의 티처럼 서게 된 에올. 이윽고 곤돌린의 왕 곁에 서있는 아내와 아들을 발견한 그의 얼굴은 삐뚤어진 소유욕과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든 둘에 대한 분노로 오르크 같이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대한 투르곤은 동생의 남편에게 곤돌린에서 살아도 좋으나 이곳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얄궂게도 운명은 이제 에올이 모자에게 강요했던 것을 이제 자신에게 강요하고 있었습니다. 에올은 단호히 제안을 거절한 뒤 아레델은 이곳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아들 마이글린은 자신의 소유이니 그는 자신과 함께 이곳을 나가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남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고 떠나야 할 이유는 단 하나도 남지 않은 마이글린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관대한 제안을 거절하고 마이글린에 대한 삐뚤어진 소유욕을 부리는 에올의 태도에 화가 난 투르곤은 그에게 여기서 살든가 죽든가 둘 중에 하나만 정하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던 에올이 돌연 함께 죽자며 마이글린을 향해 숨겨둔 짧은 창을 던졌고, 이를 본 아레델이 다급히 몸을 던져 창을 몸으로 대신 받아냈습니다. 에올은 급히 끌려갔으며 아레델은 창에 찔렸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지만 차마 가족을 죽게 둘 수 없었던 아레델과 이드릴은 즉시 투르곤을 찾아가 자비를 청했고, 에올의 처분을 놓고 고심하던 투르곤은 일단 둘을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녀의 모험은 끝을 맺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에올이 던진 창에는 독이 발려있었는데 사건의 긴박함에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아침이 되자 아레델의 영혼은 이제 육신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투르곤의 분노는 이로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재회한 동생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그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에 에올에게 절벽 너머에 던져버리는 형을 선고했습니다. 형벌은 신속하게 진행됐는데 그가 절벽에서 가차없이 던져지는 순간에, 마이글린은 형 집행장 옆에 서있었지만 분노에 포효하는 아버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절벽에 던져지는 에올과 외면하는 마이글린

 

그 후 마이글린은 배움에 전념했습니다. 그는 배울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빨리 배웠고 능력이 매우 뛰어나 곤돌린에서 대단히 추앙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하지만 마이글린에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슬픔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드릴 켈레브린달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놀도르는 가까운 친인척과는 혼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드릴은 이런 마이글린의 마음을 알고 그를 더욱 멀리했는데 그녀가 느끼기에 마이글린의 내면에는 삐뚤어진 무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마이글린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으며 그 색깔은 어느 누군가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핀웨의 두 아내]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핀웨의 세 아들]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놀도르의 2대 왕 핑골핀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핑골핀의 자녀] [피나르핀의 자녀]
장신의 마이드로스 핑곤 신실한 핀로드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투르곤 오로드레스
아름다운 켈레고름 백색의 아레델(딸)
(사망 : 마이글린을 낳고 얼마 뒤 창에)
앙그로드
검은 얼굴 카란시르   아이그노르
재주꾼 쿠루핀   갈라드리엘(딸)
쌍둥이 암로드    
쌍둥이 암라스    
  [핑골핀 일가 3세대]  
  이드릴 켈레브린달
(투르곤의 딸)
 
  마이글린
(아레델의 아들)
 

※ 종족 대백과

요정 퀜디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요정 엘다르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요정 바냐르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요정 놀도르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요정 텔레리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요정 난도르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요정 라이퀜디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요정 아바리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요정 우마냐르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요정 모리 퀜디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요정 팔라스림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요정 에글라스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요정 신다르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난쟁이 나우그림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인간 힐도르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 벨레리안드 지도

앙그반드 모르고스의 거점. 상고로드림 아래의 지하에 있다.
상고로드림 모르고스가 세운 다섯 산봉우리
도리아스 은둔의 왕국. 신다르의 왕 싱골과 그의 아내 멜리안의 왕국.
넬도레스 숲, 레기온 숲을 감싸는 멜리안의 장막 내 왕국.
메네그로스 천의 동굴. 동굴로 이루어진 도리아스의 수도
노그로드, 벨레고스트 나우그림들의 도시
옷시리안드 일곱강의 땅이라는 뜻으로, 난도르(라이퀜디)의 거주 지역.
브리솜바르, 에글라레스트 팔라스림의 항구 도시들.
로스가르 페아노르의 일족이 배를 타고 상륙한 땅.
에이셀 시리온 에레드 웨스린에 위치한 히슬룸과 아르드갈렌 사이의 협곡
마이드로스 변경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구성한 앙그반드 포위선
나르고스론드 메네그로스를 본떠서 만든 핀로드 펠라군드의 동굴 궁정
곤돌린 투르곤이 티리온을 본떠서 만든 산맥 사이에 숨겨진 비밀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