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창고/조직관리론

생산성 : 업무 비효율 개선

1. 시작하기 전에

  많은 조직이 자주 경험하는 이슈 중 하나로는, 구성원이 충분히 많고 개개인의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업무 비효율은 특히, 업무에 깊숙이 매몰되어 있는 구성원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적응해버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을 찾아서 개선하고 정리하는 것은 조직 전체를 보는 관리자의 몫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업무 비효율을 만드는 요인은 무엇이 있고, 관리자는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업무 비효율 해결은 곧 조직의 생산성 증가로 연결됩니다.

 

2. 업무 비효율의 위험성

  업무 비효율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여기 객관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팀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맡겨보았더니 업무 비효율 때문에 생산성이 몹시 떨어지고, 결과물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또한, 업무 하나를 완료하는 데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걸리면서, 야근 비율이 높아지고 팀의 체력이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업무 비효율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것이 발견되지 못하고 방치되자, 갈수록 생산성은 떨어지고, 팀의 평가는 계속 내려가며, 팀의 체력은 점점 바닥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팀원이 하나 둘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팀이 무너집니다.

 

다소 과장되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해온 바로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이런 위험성을 생각하면 업무 비효율 개선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무 비효율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업무 비효율 개선은 조직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

 

3. 업무 비효율 종류와 개선

가. 열악한 작업 환경

  작업 환경이란, 얼마나 편리하게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가령, 게임 회사 기획팀의 경우, 기획자가 게임에 들어갈 데이터를 작성하고 테스트하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열악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두 가지 예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 테이블 구조의 문제인데, 간혹 구조가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 수준으로 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구현의 자유도나 확장성은 있을지 몰라도 데이터 작성에 많은 시간을 요구하고, 많은 실수를 유발하기까지 하여, 기획자의 생산성 저하를 불러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는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데이터 테이블 구조를 프로그래밍 비전문가가 보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되, 특히 반복이 많은 부분은 자동화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테스트 환경의 문제로, 데이터를 게임에서 확인 및 검증하는 과정이 불편한 경우입니다. 보통 시간을 가장 많이 소요하는 기획 업무는 테스트입니다. 문제 없고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테스트와 개선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데, 1회 반복 소요 시간이 길다면 들어가는 시간 대비 생산성이 크게 감소합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려면 매 반복 과정이 짧아지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 데이터는 유효성 검증을 제공하고, 쉽고 빠르게 테스트 할 수 있는 각종 툴과 치트를 만드는 한편, 온라인 게임은 서버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획자마다 개인 서버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보통 각종 툴을 구매/개발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프로세스의 부재

  게임을 개발할 때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 범위는 구성원에서 시작하여 파트, 팀, 실을 넘어 외부 부서, 다른 국가 회사까지 이어집니다. 이런 협업 환경에서는 업무의 진행 순서, 즉 프로세스가 잡혀 있지 않다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팀의 문건이 올 때까지 한참 기다리거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잘못된 것이 전달되기도 하고, 전달 시기를 놓쳐 제작이 무산되거나,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전달되기도 하여,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협업 팀 간의 업무 순서 및 효율을 생각하여 프로세스를 명확히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만 합니다. 업무를 시작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전체 과정을 정규 공정으로 만듭니다. 몇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느 부서가 핵심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어떤 결과물을 어디에 전달해야 하는지 정의합니다. 또한, 각 문건의 양식을 통일하여 누가 전달해도 동일한 구성의 문건이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프로세스를 세울 때는 각 부서의 일이 병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협업 부서가 많으면 전체 공정이 길어지기 마련인데, 이것을 무조건 직렬 진행으로 하려고 하면, 첫 부서와 후반 부서 간의 간격이 몇 개월 차이로 벌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때 병목 현상까지 발생하면 심각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를 가능한 세분화하여, 먼저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하여 선행 작업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합니다.

프로세스를 도입했다면, 유지 및 보수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프로세스를 문서로 남겨서 담당 인력이 변경되어도 유지되도록 해야 하며, 프로세스를 맹목적으로 따르려고 하기보다는, 불필요하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지속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프로세스를 지키려고 병목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프로세스를 지켜야 하니 기다려야 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지점에 병목이 발생하여 조직 전체가 멈춰있게 됩니다. 만약 병목이 발생했다면, 그 공정 과정에 왜 병목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합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잘 잡힌 프로세스는 중요합니다.

 

다. 정책의 부재

  게임 개발팀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입니다. 종합 예술 콘텐츠인 게임은, 그것이 담고 있는 방대한 정보 때문에 어느 업무 하나 한 사람이 전담하는 일이 없으며, 같은 작업을 여러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사람들의 취향이나 성향이 모두 다르다 보니, 적절한 기준이 없으면 같은 업무를 진행하는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취향에 맞게 결과물을 만들어서 게임이 중구난방 해지거나, 협업 부서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작업을 진행할 때 지켜야 하는 기준, 즉,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책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게임 혹은 콘텐츠 하나하나가 추구하는 방향성부터 시작하여, 사냥터의 기준 크기나 대사 한 줄을 작성할 때 들어가야 하는 최대 글자 수 같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정책이 필요합니다.

일단 정책을 세웠으면 그것을 문서로 정리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공용 문서로 관리하지 않으면 인력이 갑자기 이탈했을 때 정책이 유실될 수 있으며, 새로운 인력이 합류했을 때도 매번 구두로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는 정책 문서를 통해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정책은 여러 구성원의 작업이 서로 엇나가지 않도록 하는 테두리이기도 합니다.

 

라. 업무의 홀(Hole)

  아무리 꼼꼼한 사람이라고 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업무의 구조상 누구든지 자주 빠지기 쉬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업무 중 자주 발생하는 실수나 문제를 업무의 구멍, 홀(hole)이라고 합니다. 이 홀은 구성원의 역량이나 꼼꼼함과 무관하게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뒀다가는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빠져서 생산성이 저하됩니다.

 

따라서, 맨 처음 업무의 홀에 빠진 사람은 다른 구성원이 빠지지 않도록 홀을 메꿔서 수정하거나, 당장 홀을 메꿀 수 없다면 조직에 적절히 경고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홀 또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의 원인과 경과를 분석하여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보통 트러블슈팅(trouble shooting)이라고 하며, 트러블슈팅을 진행했다면, 홀의 발생 경과, 원인, 해결책을 문서로 명시하여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먼저 홀을 발견했다면, 다른 구성원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 업무 편중

  업무 편중 현상은 보통 두 가지 경향으로 발생합니다. 첫 번째는 특정 구성원의 책임감이 너무 뛰어나서, 자신의 한계 이상의 업무를 가져가는 경향이며, 두 번째는 관리자가 특정 구성원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그에게만 업무를 할당하는 경향입니다. 이것을 방치하면 구성원의 번아웃과 함께 그가 진행 중이던 업무들 대한 질적 저하와 생산성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리자는 항상 소속 구성원이 현재 업무를 얼마나 많이 진행하고 있는지 점검하여, 특정 구성원에게 업무가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책임감이 뛰어난 구성원에게는 구성원의 컨디션, 건강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춰 설득하며 업무를 줄이는 한편, 다소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는 구성원은, 그에게서 업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역량이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업무 편중은 장기적으론 인력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바. 일을 위한 일

  어떤 일이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보고하기 위한 새로운 보고 체계 혹은 원래 과정에는 없던 특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들을 말하는데, 흔히 말하는 보여주기식 업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업무들이 위험한 것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야근을 불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 전체가 전혀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관리자는 업무를 지시할 때 그것이 일을 위한 일이 아닌지 유의하면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업무도 면밀히 검토하여 프로젝트 전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불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사. 무의미한 회의

  다수의 인원이 모여야 하는 회의는, 인원수에 진행 시간을 곱한 만큼의 시간이 사용되는 업무 형태입니다. 즉, 회의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업무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조직 관리 서적들이 잦은 회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곤 하는데, 아마 그 이유가 이런 지점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회의가 무의미해지게 만드는 경우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대화가 회의 안건과 상관 없는 것으로 빠지는 경우입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로, 비유를 하자면, 치킨집에 들어와서 누군가 중국집 짜장면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러면 또 다른 누군가 어디 파스타집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특히, 회의는 메신저로만 보던 사람들을 대면하기 때문에, 평소 쌓아뒀던 이야기가 쉽게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회의의 안건을 명확히 하여, 이야기가 안건과 상관없는 곳을 빠지기 시작하면, 회의 주최자나 의사 결정권자는 논의가 다시 안건으로 돌아오도록 대화를 중재해야 합니다. 

또 다른 경우는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매듭을 잘 짓지 못한 경우입니다. 보통 회의에서는 정말 많은 의견이 제시됩니다. 안건 하나에 수십 가지 대안이 제시되기도 하는 상황이 흔히 벌어지는데, 이것을 잘 매듭지어 회의의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후속 조치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회의 주최자 혹은 의사 결정권자는 회의가 끝날 때 의견 중 어떤 것을 채택할 지 명확히 결론을 내리고, 그에 대한 후속 조치를 어떻게, 누가, 언제까지 진행할 것인지 정리하여 회의에 참여한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합니다.

 

회의는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잘못된 경우 큰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 우선순위의 부재

  조직은 언제나 시간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업무가 유의미하다고 해도, 관리자는 항상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업무 100개가 있고 다음 달까지 해낼 수 있는 업무가 현실적으로 50개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남은 50개의 업무는 처리를 미뤄야만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조직에서 이런 상황은 거의 매일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 작은 업무 처리에 집중한다면, 정작 중요한 업무가 뒤로 밀려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에 큰 타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조직의 관리자, 의사 결정권자는 각 업무의 중요도, 작업 대비 효과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매 업무 주기마다 어느 선까지 처리할 지 구분하여 조직의 역량이 효율적인 곳에 투자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설정했다면, 그것을 잘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4. 마무리하며

  관리자를 맡은 이후로 좋은 관리자란 무엇인지 물음을 많이 가져왔습니다. 그리하여 얻은 정답 중 하나는, 관리자는 단어 그대로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실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며, 구성원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구조를 발견하여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좋은 관리자의 역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정답에서 출발한 고찰이었으며, 이제 막 관리자 직책을 수행하게 된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