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창고/조직관리론

메타인지와 조직관리

1. 시작하기 전에

  메타인지(metacognition)언제부터인가 자기개발 콘텐츠들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단어입니다. 저는 이 단어를 2010년도 초 대학교 특강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이 강의은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특히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가능한 것을 생각한다'라는 문구입니다. 이 특강이 끝난 뒤 수년 동안 이 문장은 제 인생 슬로건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메타인지를 잊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뉴스와 유튜브 등에 점점 메타인지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철학 유튜브 채널도 이 주제를 다루었는데, 이것을 보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메타인지 기반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알고 있는 메타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업무와 조직 관리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2. 메타인지

  우선 메타인지에 대해서 알아보야 할 텐데, 글로 설명하기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철학 유튜버님께서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으니 설명을 이 영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위 영상 속 설명에 의하면, 메타인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 무엇을 알고 모르는 지를 아는 것

● 무엇을 할 수 있고 못하는 지를 아는 것

●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하는 것

 

이것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주관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문답법으로 대화했고 끝에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조직 관리와는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위의 핵심 세 줄 요약에서 의도적으로 '누가'라는 '주어'를 생략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메타인지에 근거하여 제가 여러분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것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 관리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위의 세 가지 핵심 하나하나를 어떻게 조직 관리에 적용하면 될 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아는 것

  무지의 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다소 모순되어 보이는 이 말은 사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대부분을 실제로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콘텐츠 업계에서 자주 말하는 재미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재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쉽게 '이 게임 재미있다'거나 '이 영화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하지만 만약 '그래서 그 재미란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데'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조직에서 업무할 때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0년에 들어 게임 업계의 화두로 등장한 서브컬처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단어를 뉴스, 유튜브, 광고에서 듣거나 봐왔고, 그것을 표방하여 나온 수많은 콘텐츠를 경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브컬처를 주제로 논의가 시작되면 으레 '서브컬처는 이래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그래서 서브컬처가 정확히 무엇인데? 무슨 의미인데? 어느 범위까지가 서브컬처인데?'라고 질문하면 정확히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개념적인 이야기가 일하는데 왜 중요하냐고 반론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업무의 방향이 크게 바뀌기도 합니다. 서브컬처를 예로 들면, 이 단어는 학문적으로 개념이나 범주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설령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공부하여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즉,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사람은 미소녀만 나오는 콘텐츠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애니메이션을 전혀 보지 않는 사람은 원피스도 서브컬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게임 자체를 서브컬처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업무를 할 때도 자주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매력적인가'라는 의견을 교환한다면 어떨까요? 이때 10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 중 대부분이 매력이 무엇인지 설명 못하거나, 할 수 있다고 해도 기준이 서로 다를 것입니다. 이것은 던전 콘텐츠, 보스 전투, 스토리의 재미를 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실무자가 관리자에게 보고를 하든 관리자가 실무자에게 피드백을 하든 상관없이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업무를 진행하면 의도와 다른 결과물이 나오거나 서로 다른 기준을 놓고 무의미하게 토론하느라 의미없이 시간을 허비합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저는 해답을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발견했습니다. 저는 어느 상황에서든 무엇인가 기준이 안 맞는 것 같다는 것이 감지되면 즉시 소크라테스 문답법으로 되묻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서 캐릭터의 매력을 논하는 경우 '이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담당자님이 생각하시는 매력의 기준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고는 끝에 '그것이 정말 매력적일까요'라는 질문까지 던집니다. 그래서 무엇이 매력인지 이해하고 작업했는지 체크합니다.

제가 의견을 전달할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이 매력적이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단편적인 이야기만 하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이 캐릭터의 매력은 이런 부분에서 이런 감성을 자극하여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 이렇게 해야'라는 형태로, 제가 생각하는 개념과 기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먼저 설명한 뒤에 의견을 전달합니다. 물론 관리자라고 해서 경력이 많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그럴 때는 그 사실을 감추기 보다는 솔직하게 말합니다. 저는 '저도 답을 내리기 어렵네요, 담당자 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신가요'라고 물어본 뒤, 그 사람의 생각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따라가주는 편입니다.

저 역시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때 이 문제가 감지될 때는 '말씀하신 것의 의도가 혹시 이것이 맞을까요'라는 형태로 상급자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캐치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도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물을 가져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ch12524

 

과거에 관리했던 조직의 실무자분들께 '리더님께 피드백을 듣다보면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분들이 이런 말을 해주셨던 이유는 제가 무지의 지를 깨닫게 하는 이런 피드백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할 수 있고 못하는 지를 아는 것

  제 삶과 조직관리의 모토는 사람은 절대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왜 이 말을 하느냐면 조직에서 업무를 할 때면 이것을 망각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조직에는 수많은 업무가 있고 그것들은 저마다 다양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요구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으니, 저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의 한계를 지닌 채 살고 있으며, 생명체로써 사람은  일만 할 수 없고 반드시 쉬어야만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각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물리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것과 해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장단점과 한계를 아는 것은 먼 옛날부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포스트 도광양회

 

이처럼 관리자가 조직의 장단점과 한계를 알고 있느냐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조직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아야 장점을 살려서 과업을 완수하는 한편, 약점은 보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리자는 조직원들 역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특정 업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할당할 수 있으며, 그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피드백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해낼 수 없는 사람에게 업무를 할당했다가 결과물이 좋지 않았다면, 그것은 관리자의 잘못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조직의 퍼포먼스와 해낼 수 있는지 물리적 한계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에 새로운 과업이 부여됐을 때 그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얼마나 야근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지, 야근을 해도 달성할 수 없다면 인력은 얼마나 충원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 없이 그저 열정으로 해낼 수 있다거나 어떻게든 된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모른 채 일단 항해부터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배는 얼마 항해하지 못하고 보급품이 떨어져서 침몰하거나 반대로 과적하여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직원의 성향이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합한 일을 할당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단점이 있다고 하여 그와 관련된 업무를 할당하지 않으면, 그 조직원은 영영 성장할 수 없으니 중요도가 낮은 일부터 할당하고, 그에게는 제가 생각하는 그의 단점을 설명한 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피드백하며 성장을 유도하는 편입니다. 
과업을 설정할 때도 현재 우리 조직이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충원하거나, 조직원이 그것을 해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준비하거나,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는 편입니다. 반복적인 업무들에 대해서는 기준 워크데이를 설정한 뒤, 그것을 통해 물리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정인지, 인력을 충원한다면 몇 명을 혹은 몇 년차의 실무자를 채용해야 하는지 등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5. 열심히보다 전략적으로 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 일은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접하는데, 잔인하지만 이 말은 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이야말로 조직 운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전략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 답은 앞선 두 가지 항목에서 이미 모두 설명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사실들을 깨닫지 못한 채 조직을 운영하면 최악의 상황에는 어떻게 될까요? 조직원들은 각자 서로 다른 기준을 놓고 그것이 다르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몇 시간이고 탁상공론을 벌일 것입니다. 긴 싸움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그것이 상급자의 기준과 다르면 또 다시 맞추느라 몇 번이고 업무를 다시 하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관리자는 자신이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피드백을 할 것이며, 실무자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 채 업무를 진행하며 두루뭉술한 개념을 맞추느라 시간을 허비합니다.

장단점과 한계를 모르고 있는 관리자는 업무를 처음부터 해낼 수 없는 사람에게 할당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지연되고 결과물은 좋지 않게 나오며, 관리자는 왜 못하지라는 불만이 쌓이고 실무자는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불만이 쌓입니다. 처음부터 물리적으로 일정상 불가능한 일을 밀어붙여서 조직이 점점 과열되거나, 반대로 나중에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마음 놓고 있다가 끝에는 어떻게 해도 해낼 수 없는 시기까지 도래하게 됩니다. 현재 조직의 구성이나 전문성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고 추진했다가 실패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메타인지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 의견을 교환할 때 각자가 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말하고 있는지 체크하여 혼선을 줄일 것입니다.

● 조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업무를 배분할 것입니다.

● 조직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 조직의 퍼포먼스를 분석하여 물리적으로 해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분석할 것입니다.


여기에 '열심히'가 더 해진다면 말 그대로 '잘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마치며 : 가능한 것을 생각한다.

  이토록 놀라운 메타인지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객관화를 하다보면 나 혹은 우리 조직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버리고는 그 안에 갇히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메타 인지를 통해 얻은 결과로 인해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메타 인지를 안 하느니만 못한 효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 초반에 언급했던 '가능한 것을 생각한다'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한계를 알고 불가능한 것을 알았다면 그렇기 때문에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