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나른 이 힌 후린은 '후린의 아이들'이라는 뜻으로, 하도르 일가의 후린의 자녀들에게 일어난 비극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
저주
"조용해졌는데 한번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하지만 니니엘과 브란디르도 사라졌는데..."
이곳은 니니엘을 따라 나왔다가 글라우룽의 포효를 듣고 겁먹어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브레실 숲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 끔찍한 포효는 멈췄지만 여전히 겁에 질린 사람들은 니니엘에 대한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길 좀 보세요! 누가 오고 있습니다!"
"저건... 브란디르가 아닙니까?"
용의 포효가 들렸던 방향에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투린도 니니엘도 아닌 브란디르였습니다. 의아했던 사람들은 서둘러 그에게 달려가서 니니엘과 투린의 행방을 추궁했습니다.
"브란디르, 어째서 그쪽에서 오는 거예요?"
"용은 어떻게 됐습니까? 투린과 니니엘은요!"
"그들은... 죽었습니다. 용도 투람바르, 아니 투린과 니니엘도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죠?"
"풋...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까?"
"뭐라고요?"
"다들 모르고스가 내린 투린의 저주에 대해 알잖아요?
하하. 차라리 잘 됐네요. 그의 죽음으로 이제 더는 누군가 그의 운명 때문에 희생되진 않을 테니!"
"이 자가... 미, 미쳤군... 드디어 미쳐버렸어..."
브란디르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광기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놀랍게도 그의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들 여기 있었군요! 안심하세요, 용은 죽었습니다."
"투람바르...?"
"누군가 내 손을 치료해 준 걸 보고 근처에 사람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니니엘도 왔습니까?"
"투람바르, 들어보세요. 글쎄 브란디르가..."
사람들은 브란디르가 투린과 니니엘이 죽었다고 했으며 심지어 그게 잘 된 일인 양 떠들어댔다고 말했고, 그것을 들은 투린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습니다.
"본색을 드러내셨군, 브란디르."
"......"
"니니엘에게 들었지. 당신이 전부터 우리 사이를 질투했다는 걸 말이야."
"......"
"갈 곳 잃은 날 받아준 은혜를 생각해서 눈 감고 있었는데, 이렇게 비겁하게 나오나?"
"......"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무슨 속셈이냐, 니니엘은 어디 있지?"
"자신은 무고하다고 생각하죠? 투린. 좋아요, 제가 들은 걸 말해주죠.
그녀를 더는 니니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진짜 이름이 있으니까."
"... 무슨 소리야?"
"그녀의 이름은 니에노르 살리온. 후린과 모르웬의 삼녀이자 당신의 여동생이에요."
"!!"
"당신 손에 묶인 그 천은 분명 니니엘, 아니 니에노르가 묶어준 거예요.
실신한 당신을 발견한 그녀가 자신의 옷을 찢어 묶었죠.
그때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용이 눈을 떴고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 투린은 많은 죄를 지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여동생'인 그녀가 제일 잘 알 거라고...
그리곤 웃으며 숨을 거두더군요."
"그게 무슨 헛소리야..."
"그녀는 그 후 제가 막기도 전에 절벽으로 뛰어내렸어요. 이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진 않겠죠?"
"뭐...? 거짓말... 거짓말이지!"
"생각해 봐요. 왜 그녀가 유독 당신에게만 그렇게 마음을 쉽게 열었을까요?"
"나, 난 글라우룽을 알아. 그건 거짓말이야. 그걸 좋다고 떠들어대다니!"
"하아... 말해봐요.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당신 때문에 희생되어야 되는 거죠?
당신은... 당신을 보호해 준 사람들에게 저주에요... 그것도 끔찍한..."
"닥쳐... 닥쳐! 거짓말쟁이 자식! 그 더러운 입을 찢어주겠어!"
스릉... 자, 잠깐! 휙! 크, 크악! 투람바르 기다려요! 어딜 가는 겁니까!
니에노르의 진실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었던 투린은 분노에 눈이 멀어버렸고, 앙글라켈로 브란디르를 죽여버린 후 숲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진실
핀두일라스가 잠든 하우드엔엘레스까지 달려온 투린은 그녀의 무덤을 부둥켜안고 대답 없는 그녀에게 외쳤습니다.
"핀두일라스... 제가 가는 곳마다 불행이 찾아와요... 제발 알려줘요...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 혹시 투린? 투린인가?"
"당신은... 도리아스 경비대의 마블룽?"
"정말 투린이 맞군! 이게 얼마 만인가. 검은 검이 나타났다기에 혹시나 했는데 정말 자네였군."
"여긴 어떻게..."
"숲에 용과 검은 검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듣고 싱골 폐하께서 자네를 도우라고 우리를 파견했네."
"그렇다면 한발 늦으셨군요. 글라우룽은... 이미 죽었습니다."
"뭐라? 그게 무슨 소리인가?"
투린은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그것을 들은 마블룽 일행은 매우 놀라워하며 찬사를 보냈지만 그는 즐거워할 수 없었습니다. 투린은 그때 문득 아이린이 모르웬과 니에노르가 도리아스로 떠났다고 했던 것이 떠올라 마블룽에게 그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는 가족들이 도리아스로 피난 갔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모르웬과 동생 니에노르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아, 그, 그게 말이네..."
"...?"
"그래, 자네 가족 이야기를 숨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겠네."
"그들이 도리아스에 있었던 것은 맞네.
나르고스론드 멸망 소식과 함께 자네에 대한 소문이 난무했네.
돌로 변했다는 둥, 죽었다는 둥... 진실을 파악하기가 어려웠지.
그러자 자네 어머니는 갑작스레 말을 타고 홀로 서쪽으로 달려갔으며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니에노르 역시 몰래 도리아스를 탈출했지.
가까스로 그들을 발견해서 다시 데려가려고 했지만 어찌나 고집이 센지 듣질 않더군.
결국 우리는 함께 나르고스론드로 향했네.
하지만 글라우룽은 우리가 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어.
놈은 유독한 증기를 내뿜고 불시에 기습했지.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고 생존자는 거의 없었네.
안타깝게도 자네 어머니는 아직까지도 행방불명이야...
그래도 니에노르는 발견할 수 있었지만 뭔가 이상했네.
마치 돌이 된 것처럼 굳어있었고 나를 알아보지도 않고 불러도 반응이 없더군.
그래도 손을 잡고 이끌면 따라 걸었기에 도리아스로 데려가려고 했네.
그런데 도중에 오르크의 습격을 받았고 놀란 니에노르가 숲으로 도망가 버렸어...
다행히 추격하는 놈들을 모두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끝내 그녀를 찾지는 못했네..."
"이, 이럴 수가 그럼... 정말로..."
"미안하네, 투린. 그들을 지키지 못한 것은 온전히 내 잘못이야..."
"그게 아닙니다. 그럼 정말 니니엘은..."
마블룽의 말을 모두 들은 투린은 광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브란디르는 진실을 이야기한 것이었으니 자신은 부당하게 그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었고, 비록 몰랐다고는 하지만 친동생을 아내로 맞이했으니 이 또한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하, 하하, 하하하..."
"투린...?"
"하하! 정말이지! 장난치고는 이건 정말 지독한 일이군요! 하하하!!"
"투린! 어딜 가는 겐가! 투린!!"
종막
광기에 빠져든 투린은 어디론가 달려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고 불길한 예감이 든 마블룽은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갔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달린 끝에 글라우룽이 최후를 맞이했던 계곡에 당도한 투린은 절벽 끝에 서서 검은 검 앙글라켈을 들고 똑바로 쳐다봤습니다. 그리곤 피가 얼어붙을 만큼 서늘한 검은 칼날을 보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 어떤 적과 피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검은 검 앙글라켈이여...
만약 네가 정말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 저주받은 투린의 피도 받아줄 수 있겠느냐..."
검은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운석으로 단조된 서슬퍼런 칼날에서 반사된 투린의 얼굴이 이렇게 대답하는 듯 했습니다.
기꺼이 당신의 피를 받겠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제 주인 센활 벨레그와 부당하게 죽은 브란디르의 피에 대한 대가로.
당신의 피로 제 목을 적시겠습니다.
마침내 결심이 선 투린은 바닥에 앙글라켈을 세워놓은 뒤 일말의 주저도 없이 그 위로 몸을 던졌습니다.
참담한 현장에 뒤늦게 마블룽 일행이 도착했고 곧이어 브레실 숲 사람들이 왔습니다. 마블룽은 그들에게도 진실을 알려주었는데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되자 그곳에 있었던 모두가 투린의 가혹한 운명에 충격을 받아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장작을 모아 글라우룽의 시신을 태워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투린은 산산조각이 난 앙글라켈과 함께 묻고 그 위에 신다르어로 투린 투람바르 다그니르 글라우룽가 및 니에노르 니니엘이라고 적혀진 비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린의 옆에 니에노르는 있지 않았습니다. 꽃이 떨어진 비명을 지르는 거친 강물이 그것을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에필로그
1년 후, 한때 우람한 체격을 지녔을 법한 늙은 노인이 앙그반드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용맹하고 듬직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늙고 쇠약해진 몸만이 남은 그는 바로 도르로민 하도르 일가의 왕 후린이었습니다. 모르고스는 무슨 속셈인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를 풀어줬습니다. 후린이 감금되어 있는 동안 그는 어떤 음흉한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지켜보는 후린 일가의 일생을 후린도 함께 보도록 손을 써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린은 가족에게 일어난 불행을 낱낱이 알고 있었는데, 손을 뻗으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이 가까이 보였던 자녀들의 비극을 마지막까지 지켜봤던 그는, 모르웬은 혹시 집에 돌아와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향 도르로민으로 향했습니다. 이때 모르고스의 군대 일부가 그를 호위했으며 동부인에겐 존경받는 인물이 오고 있다는 전갈이 전해지자, 그 모습을 본 하도르 일가 사람들은 후린이 모르고스와 손을 잡아서 극진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여 그 누구도 그를 반기지 않았습니다. 폐허가 된 집에서 가족도 찾지 못하고 일족에게 환영도 받지 못한 후린은 쓸쓸히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후린이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도리아스 북부의 에레드 웨스린이었습니다. 그는 곤돌린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영광스러운 땅에 발을 들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전쟁 후 한층 더 폐쇄적으로 바뀐 곤돌린의 입구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 계곡에 멍하니 서있는 그를 본 독수리가 이 소식을 투르곤 왕에게 전했습니다. 앙그반드에 끌려갔던 후린이 무사히 풀려났다는 것에 깊은 의심이 들었지만 그와 그의 동생 후오르가 전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것을 잊을 수 없었던 투르곤은 독수리에게 그를 곤돌린으로 데려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후린은 이미 사라진 뒤였으며 어디에서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는 곤돌린의 에워두른 산맥 절벽 끝에 서있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원망과 간절함을 가득 실어 투르곤을 불러봤지만 누구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오직 그가 앙그반드에 붙잡힌 시점부터 지금까지 쭉 그와 시선을 공유하고 있었던 자만이 곤돌린을 향한 그의 외침과 시선을 느끼고 음흉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산맥을 내려와 깊은 잠에 든 후린은 꿈을 꾸었습니다. 사방이 칠흑으로 덮인 공간에서 그는 서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그리워진 그 목소리.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오감을 모두 잃어버린 듯한 두려움과 사무치는 그리움에 휩싸인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깼습니다. 그는 그 후 생각을 멈추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동하여 브레실 숲에 당도했습니다. 그는 사방이 불타고 무너져내려 황폐해진 그곳에 처음 왔지만 그곳이 어딘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곳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돌이 무엇인지, 그 돌에 새겨진 두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역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거기에는 돌 앞에 주저앉아있는 한 노파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노파의 앞까지 나아가 눈을 마주친 그들은 무언가에 이끌린 것처럼 단번에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그 노파는 다름 아닌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르웬이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너무나 오래 기다렸어요..."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달려왔소..."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는걸요... 흑, 흐흑..."
시선을 비석으로 옮긴 모르웬은 흐느껴 울었습니다. 투린과 니에노르가 어떻게 만났고 왜 비석 하나에 이름을 같이 올리게 되었는지 알 방도가 없었던 모르웬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 말해달라고 했지만, 후린은 그 모든 비극, 절망, 죄악을 차마 꺼낼 수 없었습니다. 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돌 앞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르웬의 생명의 불꽃은 아무런 예고 없이 후린에게 슬퍼하지 말라며 달래 듯 조용히 꺼졌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주름투성이 얼굴을 본 그는 흐느끼며 그녀의 눈을 감겨주었습니다. 후린은 모르웬을 자녀들이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자리 서쪽 언덕에 안치했습니다. 인생의 절반마저 떠나보낸 후린은 가족의 무덤 앞에서 차가운 비를 맞으며 생전 마지막 결심을 했습니다.
"잘 가요, 사랑하는 모르웬.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과 조금만 기다려요.
우리 가족을 곤경에 빠뜨린 모든 자들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린 뒤에 따라갈 것이니..."
후린은 폐허가 되어버린 나르고스론드로 향했습니다. 글라우룽마저 사라진 거대한 동굴 궁정에는 이제 아무도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곳에서 난쟁이 하나를 만났습니다. 그는 후린을 막아서며 누구 맘대로 이곳에 발을 들이려 하냐고 물었고, 후린 역시 엘다르 군주 핀로드 펠라군드의 궁정에 들어가는 것을 난쟁이가 무슨 권리로 막아서냐며 반문했습니다. 그러자 난쟁이는 자신의 이름을 밈으로 소개하며, 이곳은 엘다르들이 가운데땅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자신의 동족이 파 놓았던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난쟁이의 이름을 들은 후린의 얼굴에는 묘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는 천천히 칼을 빼들고 말했습니다.
"참, 내 소개를 깜박했군.
내 이름은 후린 살리온, 용을 죽여 이 궁정을 해방시킨 자 투린 투람바르의 아버지다...
그리고 난 내 아들이 누구에게 배신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잘 알고 있다네..."
밈은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그는 바로 과거에 투린에게 바르엔단웨드를 소개했고 또 오르크에게 그들을 팔아넘겼던 자였기 때문입니다. 밈은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후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의 목을 베어버린 후 궁정으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 나온 그의 손에는 가운데땅 출신의 보물 하나가 들려있었습니다.
후린은 이번에는 도리아스로 향했습니다. 그를 알아본 도리아스 국경수비대는 그를 정중히 환영하여 메네그로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많이 나약해진 모습에도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의 영웅을 알아본 엘웨 싱골로는 그를 정중히 맞이했지만, 반대로 싱골을 바라보는 후린의 눈빛은 결코 따뜻한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품속에서 나르고스론드에서 가져온 보물을 꺼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닌 나우글라미르였습니다. 이 왕관은 과거에 벨레고스트와 노그로드의 난쟁이들이 핀로드 펠라군드를 위해 만든 것으로, 그 위용이 대단하여 핀로드가 살아생전 가장 아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연, 후린은 그 보물을 싱골의 발 앞에 거칠게 던져버린 후 신랄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댕그렁!
"... 왕께서 제 가족을 보살펴주신 수고비입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싱골은 후린에 대한 연민으로 화를 꾹 눌러 참고 있었는데 멜리안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습니다.
"후린 살리온.
그대는 분명 모르고스의 저주를 받아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것을 절대 그대로 믿어서는 안됩니다.
누구든 그의 눈을 통해 보게 되면 뒤틀리고 거짓된 것만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리아스는 그대의 가족을 환대하여 극진하게 대접하였을 뿐만이 아니라
싱골 왕은 투린을 양자로 들여 왕자처럼 취급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이 끝내 비극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이곳을 떠난 것 역시 그들의 선택이니,
그 잘못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멜리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후린은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했고, 곧 머릿속에 잔뜩 끼어있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온갖 분노와 복수심이 눈이 녹아내리 듯이 사라졌고 동시에 모르고스가 보여주고 들려줬던 거짓이 아닌 진정한 진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 나우글라미르를 다시 집어 들고는 그것을 싱골에게 정중히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것으로 모르고스의 마지막 간교가 완성되었으나 맹세컨대 저는 더 이상 그의 노예가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이 못난 자의 결례를 용서하시고,
이 나우글라미르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 후린의 마지막 기념품으로 받아주시옵소서."
말을 마친 후린은 그 길로 메네그로스를 빠져나와 서쪽으로 향했는데 그의 얼굴을 본 그 어떤 누구도 감히 그를 붙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도리아스 변경을 빠져나온 그는 대해 벨레가이르가 나오는 해변까지 나아간 뒤, 모든 목적과 희망을 상실해버린 눈으로 끝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물거품을 응시하다가 그 거대한 품에 몸을 맡겨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 ||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
||
[핀웨의 두 아내] | ||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
|
[핀웨의 세 아들] |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
놀도르의 2대 왕 핑골핀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 [핑골핀의 자녀] | [피나르핀의 자녀] |
장신의 마이드로스 | 놀도르의 3대 왕 핑곤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핀로드 펠라군드 (사망 : 베렌의 임무 중 톨인가우로스) |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 놀도르의 4대 왕 투르곤 | 오로드레스 (사망 : 제 6전쟁 탈라스 디르넨 전투) |
아름다운 켈레고름 | 백색의 아레델(딸) (사망 : 마이글린을 낳고 얼마 뒤 창에) |
앙그로드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검은 얼굴 카란시르 | 아이그노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
재주꾼 쿠루핀 | 갈라드리엘(딸) | |
쌍둥이 암로드 | ||
쌍둥이 암라스 | ||
[페아노르 일가의 3세대] | [핑골핀 일가 3세대] | [피나르핀 일가 3세대] |
켈레브림보르 (쿠루핀의 아들) (실종 : 제 6전쟁 탈라스 디르넨 전투) |
에레이니온 (핑곤의 아들) | 핀두일라스 (오로드레스의 딸) (사망 : 나르고스론드 패망 후 이송 중) |
이드릴 켈레브린달 (투르곤의 딸) | ||
마이글린 (아레델의 아들) |
※ 3대 에다인 일족 백과
[베오르 일가] | [말라크 일가] | [할레스 일가] |
[초대 지도자] | ||
도르소니온 초대 왕 보로미르 (사망 : 시기 미상) |
도르로민 초대 왕 하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할단 (사망 : 시기 미상) |
브레고르 (사망 : 시기 미상) |
||
[다고르 브라골라크 1세대] | ||
브레골라스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갈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할미르 (사망 : 자연사) |
바라히르 (사망 : 다고르 브라골라크 이후 저항 중) |
군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
[다고르 브라골라크 2세대] | ||
[바라히르의 아들] | [갈도르의 두 아들] | |
베렌 에르카미온 (사망 : 부활 후 톨 갈렌에서 조용히) |
도르로민의 왕 후린 (사망 : 자살) |
할디르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후오르 (사망: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
[다고르 브라골라크 3~4세대] | ||
디오르 아라넬 (베렌과 루시엔의 아들) |
투린 (후린의 아들. 사망 : 자살) 랄라이스 (후린의 둘째 딸. 사망 : 역병) 니에노르 (후린의 셋째 딸. 사망 : 자살) |
한디르 (사망 : 탈라스 디르넨 전투 직전) |
투오르 (후오르의 아들) | 할레스 일가의 우두머리 브란디르 (사망 : 투린의 오해로 인해) |
※ 종족 대백과
요정 | 퀜디 |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
요정 | 엘다르 |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바냐르 |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
요정 | 놀도르 |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
요정 | 텔레리 |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
요정 | 난도르 |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
요정 | 라이퀜디 |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
요정 | 아바리 |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
요정 | 우마냐르 |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모리 퀜디 |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
요정 | 팔라스림 |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
요정 | 에글라스 |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
요정 | 신다르 |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
난쟁이 | 나우그림 |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
인간 | 힐도르 |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
인간 | 에다인 | 요정의 친구들. 엘다르를 도와 모르고스에 대적한 3대 인간 가문 |
인간 | 동부인 | Easterlings. 마이드로스 산하에 있었으나 배반한 인간들 |
※ 벨레리안드 지도
앙그반드 | 모르고스의 거점. 상고로드림 아래의 지하에 있다. |
상고로드림 | 모르고스가 세운 다섯 산봉우리 |
도리아스 | 은둔의 왕국. 신다르의 왕 싱골과 그의 아내 멜리안의 왕국. 넬도레스 숲, 레기온 숲을 감싸는 멜리안의 장막 내 왕국. |
메네그로스 | 천의 동굴. 동굴로 이루어진 도리아스의 수도 |
노그로드, 벨레고스트 | 나우그림들의 도시 |
브리솜바르, 에글라레스트 | 팔라스림의 항구 도시들. |
에이셀 시리온 | 에레드 웨스린에 위치한 히슬룸과 안파우글리스 사이의 협곡 |
마이드로스 변경 |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구성한 앙그반드 포위선 |
나르고스론드 | 메네그로스를 본떠서 만든 핀로드 펠라군드의 동굴 궁정 |
곤돌린 | 투르곤이 티리온을 본떠서 만든 산맥 사이에 숨겨진 비밀 왕국 |
톨인가우로스(구 미나스 티리스) | 시리온 통로에 있는 톨 시리온 섬에 세워진 감시탑 |
발라르 섬 | 투르곤이 서녘으로 배를 띄우고 있는 섬 |
※ 벨레리안드의 전쟁
1차 전쟁(이름 없음) | 놀도르가 오기 전에 벌어진 신도르&난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난도르의 왕 데네소르 |
다고르누인길리아스(별빛 속의 전투) | 가운데땅에 막 도착한 페아노르 일가와 모르고스와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
다고르 아글라레브(영광의 전투) | 모르고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놀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
다고르 브라골라크(돌발화염 전투) | 화산분화와 함께 시작된 놀도르&에다인과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골핀 피나르핀의 자녀 앙그로드, 아이그노르 에다인 일가의 브레골라스, 하도르, 갈도르, 군도르 |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한없는 눈물의 전투) | 마이드로스 연합과 모르고스 군대 사이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곤 벨레고스트의 왕 아자그할 에다인 일가의 후오르, 할디르 |
탈라스 디르넨 전투(파수 평원 전투) | 타우르엔파로스에서 벌어진 나르고스론드와 앙그반드 군대 사이의 전투 전사자 : 나르고스론드의 왕 오로드레스 나르고스론드의 군주 귄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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