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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게임 내러티브

[고찰]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실패 : 개선 1편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실패 : 개선 1편

실바나스 윈드러너 이해

by Dreamrugi


1.  시작하기 전에

  분석 편에서는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가 왜 문제인지 살펴 보았습니다. 문제를 확인했는데 개선하지 않는다면 발전이 없겠지요.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그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서사를 다 새로 쓰기에는 너무 거대한 작업이 되어 버리기도 하며 어둠땅이 아직 오픈하지 않은 현 시점에는 확인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분석 글에서 가장 큰 문제로 언급했던 실바나스 윈드러너(이하 실바나스)에 대한 이해와 그녀의 의도에 대한 부분만 다루겠습니다.


※ 주제나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개선만 다루며, 제 개인적 관점에 따라 해석한 것이므로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실바나스라는 인물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이 개선글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격전의 아제로스, 주제는 무엇인가


가. 주제 세우기

  서사에는 그것이 말하려고 하는 것, 즉 주제가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그 주제를 어떤 도구(사건이나 인물)를 통해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개선안을 제시하기 전에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주제는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구성할 때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가 블리자드 내부 문서를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격전의 아제로스 전체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원래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분석 글에서 언급했던 것을 살펴보면 그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는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실바나스가 죽음의 존재와 손을 잡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가시의 전쟁을 일으킨 실바나스의 진정한 의도 정도가 될 것입니다. 군단의 침공이 끝나고 소강 상태였던 호드와 얼라이언스 사이를 굳이 먼저 깨트리면서 전쟁을 일으켜야 했던 이유, 이것이 가장 격전의 아제로스 내내 풀리지 않고 결국 확장팩의 종료까지 문제가 되었던 부분입니다. 따라서 마지막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막힌 반전을 줄 것이 아니라면 이번 확장팩에서는 실바나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확장팩 내내 모든 유저들의 머리를 맴돌았던 질문. "왜 굳이 텔드랏실까지 불태워야만 했는가?"


나. 계획 세우기

  주제가 확립되었으니 이제 서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무작정 글을 써내려 가는 것보다는, 건물을 짓기 전에 청사진을 준비하는 것처럼 서사의 전체적인 큰 틀을 짜놓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요. 우선 주제를 기반으로 생각했을 때 유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나열해볼 필요가 있는데, 실바나스만을 놓고 봤을 때 크게 2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번째는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의 의도가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므로,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야만 합니다. 두번째는 전쟁을 통해 그녀가 이루려 하는 의도입니다. 사실상 격전의 아제로스 서사의 핵심으로,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호드를 위해 영원한 승리를 가져오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상한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할 것을 파악했으니 이제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서사는 사건의 연속이라고 했고 사건은 인물과 행동, 배경들로 이루어집니다. 즉 어떤 사건과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이라 한다면 배우들과 그들이 서있을 무대, 연기할 사건이 필요한 것이지요.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통해 사건을 목격하고 서사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이야기 중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뤄보겠습니다.



3. 실바나스 이해하

  철학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어느 한 사람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그가 살아온 인생입니다. 이 세상엔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죠.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 역시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녀만큼 기구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산 인물도 많지 않기 때문이죠. 주요하게 다룰 그녀의 삶은 분석글에서 언급했던 사건을 포함하여 총 7가지입니다.


ㆍ철두철미 했던 쿠엘탈라스 순찰대장 시절

: 현재의 실바나스를 구성하는 밑바탕으로, 철두철미하면서 어떤 의미로 냉혹했던 생전의 그녀를 드러냅니다.


ㆍ아서스에 의해 살해된 후 벤시로 부활

: 실바나스의 성격이 복수의 화신으로 변화하게 되는 사건입니다.


ㆍ아서스 패배 후 얼음왕관에서 투신. 2번째 죽음

: 복수만을 추구했던 실바나스가 삶의 의미를 잃고 투신했다가, 사후 세계를 목격한 뒤 발키르에 의해 부활하는 사건입니다.

: 이 사건으로 생에 대한 집착을 가지게 되었다 판단하고 있으며, 그녀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때 소설 상에서 보면 그녀는 포세이큰을 자신이 살 수 있도록 하는 화살촉이라고 표현합니다.


ㆍ길니아스 침공 중 고드프리의 배신. 3번째 죽음

: 생에 집착을 가지고 승리에 목 메던 실바나스가 다시 한 번 죽음을 경험하는 사건입니다.

: 다시 한 번 마주한 사후 세계로 그녀의 생과 발키르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졌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ㆍ가로쉬 재판 중 베리사 윈드러너와의 엇갈림

: 친동생 베리사 윈드러너에게 언데드가 되어 함께 할 것을 권했지만 거절당한 사건입니다.

: 죽은 자는 산 자의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라고 판단됩니다.


ㆍ군단의 침공 당시 대족장으로 추대

: 실바나스가 로아를 사칭한 존재에 의해 대족장이 된 사건으로, 죽음과 관련된 존재가 본격적으로 개입한 사건입니다.

: 이 사건은 기존의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이미 볼진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ㆍ군단의 침공 당시 헬리아와 거래를 한 사건

: 실바나스가 발키르를 지배하기 위한 등불을 얻기 위해 헬리아와 거래를 한 사건입니다.

: 정확히 무엇을 거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녀가 죽음과 관련된 존재와 거래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난 사건입니다.

: 이 사건은 실바나스 이해하기에서는 다루지 않고 의도 드러내기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ㆍ아라시 고원의 가족 상봉 중 칼리아 메네실 등장 사건

: 포세이큰이 변심할 수 있다는 것과 장차 큰 위협이 될 칼리아 메네실을 목격하게 된 사건입니다.

: 실바나스가 자신의 생을 위한 화살촉으로 생각하던 것들이 불안정하다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위 사건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실바나스라는 인물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해하고 있는 그녀의 정체성은 죽음 뒤에 찾아오는 공포를 두려워하여 극단적 승리를 추구하며, 그런 처지에 있는 자들을 연민하는 자입니다(서사의 해석은 원래 정답이 없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그 견해가 다를 순 있습니다). 죽음 뒤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위의 사건들 외에도 일부 포세이큰 NPC가 사망하면서 "여왕님 당신이 보셨던 것이 이것이군요"라는 대사를 하는 것을 토대로 유추했습니다. 또한 그런 처지를 연민한다라고 판단한 이유는, 그녀가 포세이큰을 계속 가엽다는 듯이 표현했을 뿐만이 아니라, 어둠땅 트레일러에서 "우리 모두를 해방시킬 것이다(I will set us all free)"라고 이야기한 것에서 유추해보았습니다.

이 정체성을 유저들 역시 이해하고 있어야만 격전의 아제로스 내내 승리를 위해 취하는 그녀의 극단적 행동들에 개연성이 부여될 수 있습니다.


"I will set us all free"

이 대사는 그녀가 여러 번 죽음과 부활을 경험한 것과 연결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실바나스 이해시키기

  이제 이 사건들을 유저들에게 전달할 서술 방법과 게임 콘텐츠의 형태를 선정해야 합니다. 서술 방법의 경우, 보통 인물을 묘사할 때는 인물이 직접 개입하는 사건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곤 합니다만, 실바나스는 웬만해선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인물이므로 이 방법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주변 인물(이하 조사자)이 그녀를 조사하면서 유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태로 진행해보려 합니다. 유저들은 조사자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함께 알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게임 콘텐츠의 형태의 경우, 가장 일반적이면서 익숙하고 실시간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퀘스트의 형태로 풀어보겠습니다(게임플레이의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글에서 누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해야 할 것은 유저들 퀘스트를 의뢰하면서 실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인물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들이 적절할까요? 이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개연성입니다.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하필 이들이 퀘스트를 이끌어가야 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실바나스에 대해 조사하는 퀘스트이므로 그녀와 관계가 깊으면서 그녀를 잘 알고, 또 과거에 대해 궁금해할 만한 인물이어야 합니다. 또한 그녀와의 관계가 깊을수록 이야기는 더 깊은 몰입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진영이 2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얼라이언스와 호드 각 1명씩  2명의 인물이 필요합니다.

제가 선정한 인물은 호드 쪽에서는 로르테마르 테론(이하 로르테마르), 얼라이언스 쪽에서는 알레리아 윈드러너(이하 알레리아)를 선정했습니다. 로르테마르는 실바나스의 수족 나타노스 블라이트콜러(이하 나타노스)를 제외하면 호드쪽에서는 그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실바나스가 실버문 순찰대장으로 있던 시절, 그는 순찰대원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생전 모습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추천으로 블러드 엘프가 호드에 가입한 배경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바나스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 그가 민감하게 반응하여 조사를 결심했다 해도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알레리아의 경우는 실바나스의 친언니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녀가 조사자가 될 이유로 손색이 없지만, 친동생인 베리사 윈드러너(이하 베리사)가 아니라 그녀가 되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오랜 기간 계속 실바나스를 지켜봤으며 의구심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더 강한 베리사와 달리, 알레리아는 실바나스를 마지막으로 본 지 1,0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을 뿐만이 아니라 동생이 원수와도 같은 호드의 수장이 되어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ㆍ전달할 이야기 :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과거 (변화 과정)

ㆍ이야기 전달 형태 : 퀘스트

ㆍ호드측 전달 인물 : 로르테마르 테론

ㆍ얼라이언스측 전달 인물 : 알레리아 윈드러너


호드측 조사자 로르테마르 테론과 얼라이언스측 조사자 알리레이 윈드러너


이제 퀘스트의 구성 및 흐름을 고민해야 합니다. 다른 글에서 여러 사건들이 하나의 서사를 이루러면 서사적 일관성을 띄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즉, 퀘스트를 구성할 때도 이야기가 여전히 실바나스가 가시의 전쟁을 일으킨 진짜 이유라는 주제의 줄기에서 뻗어나온 나뭇가지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명심하면서 실바나스의 과거 조사라는 서사를 차근차근 엮어나가 보겠습니다.


퀘스트가 처음 제공되는 시점은 로데론 공성전 직후로 잡습니다. 가시의 전쟁 중 실바나스가 벌인 극단적 행보들로 인해 유저들과 조사자 모두 그녀에 대한 의문이 극에 달해 있을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조사자로부터 호출을 받고 이들을 방문합니다. 조사자들은 이번 가시의 전쟁은 도를 지나쳤다고 말하며 실바나스가 자신들이 알던 과거의 모습과 너무나도 달라졌다고 의문을 표합니다. 그리곤 그녀에게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조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이후 퀘스트는 유저들과 조사자가 주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하나씩 조사하도록 구성합니다.

이때 고룡 쉼터 사원에 있는 청동 용군단 크로미의 도움을 받기로 합니다. 크로미의 존재는 아주 중요합니다. 실바나스의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이기 때문에 직접 목격할 방법이 없는데, 시간을 관리하는 크로미는 그것을 목격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수단이 됩니다.

가장 먼저 실바나스의 생전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그녀가 태어나고 자랐던 장소, 동부 왕국의 유령의 숲 지역에 있는 윈드러너 첨탑을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그녀의 순찰대장 시절을 언급하며 생전에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는지를 전달합니다. 여기서 유저들은 그녀가 원래 냉혹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었으며 순찰대원을 화살로 생각(공식 소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했을 정도로 목적을 위해선 극단적 방법까지 쓸 수 있는 인물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 후 바로 근처에 있는 죽음의 흉터로 이동하여 그녀가 벤시로 되살아나며 겪었을 고통과 그녀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복수귀로 변했음을 전달합니다. 그러면서 포세이큰이 역병에 희생당한 이들임에도 복수를 위해 자체적인 역병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윈드러너 가문의 영지 윈드러너 첨탑


이번에는 조사자가 노스랜드의 얼음왕관으로 향하자고 합니다. 이들은 복수귀였던 실바나스가 그 대상을 잃고 필연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누구보다 복수를 원했지만 아서스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 했던 그녀. 실바나스가 투신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유저들과 조사자. 그리고 곧 이어 주인 잃은 발키르들이 모여들어 그들 중 하나가 희생되고 실바나스가 부활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전과는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졌음이 조사자의 입을 통해 전달됩니다. 밤의 끝 소설 상으로는 여기서 실바나스가 죽음 뒤 찾아오는 고통을 목격하고 생에 대한 집착을 가지게 되지만, 유저들과 조사자가 죽음의 장벽 너머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서사의 서스펜스적 재미를 위해 "죽음 뒤에 무언가를 경험하여 달라진 것이 틀림 없다"라는 정도의 정보만을 전달합니다.

여기까지 진행했을 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사건을 목격함으로써 이제 유저들이 실바나스가 더 이상 복수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목적으로 하는 인물로 변화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노스랜드에 위치한 얼음왕관 성채


다음은 길니아스의 그레이메인 성벽으로 가서 실바나스의 3번째 죽음에 대해 조사해야 합니다. 이 사건은 조사자 뿐만이 아니라 목격한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력자가 등장해야 합니다. 사건을 직접 지켜봤거나 혹은 지켜봤을 것 같은 인물. 호드에는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대장군 크로무쉬가 있으며 얼라이언스에는 길니아스와 포세이큰의 협상에 참여했으나 가장 먼저 자리를 떴던 이바르 블러드팽이 적절합니다.

유저들과 조사자가 노스랜드 조사를 끝낸 뒤 다음 조사에 진척이 없을 때(짜여진 각본으로 진행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현실 시간으로 하루 정도의 텀을 줍니다) 조력자의 호출을 받습니다. 그들은 유저 일행이 실바나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신들이 목격한 광경을 알려주려 합니다. 조력자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로 일행을 안내하면서 그 때 상황에 대해 말로 설명하며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누구도 대처하지 못했다는 형태로 말이죠. 그리고 이윽고 유저 일행은 크로미의 도움으로 당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길니아스와 포세이큰 사이의 협상이 끝났을 때 불만을 품은 고드프리의 배신으로 실바나스가 사망하자 발키르가 자신을 희생하여 그녀를 다시 되살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말입니다. 그리곤 과거의 복수귀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고드프리에게 즉각 보복하지 않고 피곤하다며 떠나는 그녀. 유저 일행은 이것을 보고 그녀가 이전에 진정한 죽음으로 경험했던 것을 다시금 경험하면서 생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 추측하기 시작합니다. 발키르는 그것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인 것이죠.


길니아스와 포세이큰의 가장 치열한 전선이었던 그레이메인 성벽


이번엔 실바나스가 동생 베리사에게 버림받은 사건을 전달할 순서입니다. 코믹스에 의하면 베리사는 실바나스와 언데드로써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말없이 파기한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적절한 개연성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퀘스트는 유저 일행이 베리사의 호출을 받으면서 시작합니다. 실바나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녀가 먼저 접근한 것이지요. 베리사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면 상대 진영의 조사자가 등장합니다. 지금은 한창 가시의 전쟁 중이기 때문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다가 결국 충돌하게 되는데, 베리사가 뒤늦게 나타나 이를 중재합니다. 싸움을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라면서 말이죠. 이렇게 구성하는 이유는 반복된 조사 퀘스트로 떨어진 긴장감을 끌어올려 집중도를 한껏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실바나스에 대한 조사를 양쪽 진영 모두 진행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 베리사는 양쪽 조사자들과 함께 실바나스와 거닐었던 곳들을 안내하며 당시의 일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곤 어둠 속에 빠져 있었던 언니를 자신이 더 깊은 곳으로 밀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면서 꼭 그녀를 막아달라 부탁합니다. 베리사의 이야기를 통해 유저들은 실바나스가 가족조차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산 자에 대한 증오가 깊어져 있을 것임을 유추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폭풍전야 소설에서 다뤄진 아라시 고원 가족 상봉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매우 유명하고 목격자가 많으므로 함께 조사자와 즉시 방문합니다. 가시의 전쟁 이전,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이라 설명하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줄 인물이 소개됩니다. 바로 빛의 언데드로 부활한 칼리아 메네실입니다. 유저 일행은 크로미의 도움으로 과거의 잔상을 목격하며 칼리아 메네실의 증언을 함께 듣습니다. 가족을 그리워 했던 포세이큰들과 얼라이언스 주민들, 언데드로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해 가족에게 버림 받은 포세이큰들과 그런 모습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일부 얼라이언스 주민들... 마지막으로 어둠 순찰자들의 화살이 칼리아 메네실과 얼라이언스로 도주하려는 포세이큰에게 날아가는 부분까지 과거 회상이 전개되면 진짜 어둠 순찰자들의 습격이 시작됩니다. 이 습격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실바나스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있음을 눈치챈 나타노스가 사주한 것으로, 연계 퀘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조사 중단의 개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투 끝에 목격자가 없도록 모두 제거한 유저 일행은 실바나스가 조사를 눈치챈 것 같으니 더 이상 파고 들어선 위험하다 결론 내리고 조사를 중단하기로 합니다.


게임 내에 구현되어 있는 가족 상봉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한 묘소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유저와 조사자. 이들은 이제까지 알게 된 정보들을 종합해봅니다. 이것은 유저가 기나긴 과정에 쏟아졌던 정보들을 다시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성입니다. 조사자는 그간의 일들을 하나 하나 언급하면서 최종적으로 실바나스가 죽음 저편에서 경험한 무엇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고 결론내립니다. 가시의 전쟁과 전쟁 중 사용한 극단적 행보는 죽음을 피해 평생을 살아야 하는 그녀가 마지막 불안 요소까지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것을 위해선 호드마저 화살촉으로 사용할 것(여기서 호드마저 화살촉으로 사용한다는 대목은 추후 바로크 사울팽의 반역 명분을 위한 초석입니다)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이대로 두어선 안 되니 무언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최종적으로 연계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이렇게 하면 유저들은 대서사시의 서막 같은 큰 볼륨의 퀘스트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녀가 죽음 뒤에 무언가를 경험하고 변했다는 점을 들어 다음 확장팩인 어둠땅에 대한 복선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5. 마치며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실바나스라는 인물에 대해 게임적으로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으므로 이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읽고 이것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되거나 실바나스를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더 좋은 방안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 댓글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실바나스의 진의를 드러내기 위해서 바로크 사울팽과 관련된 사건을 개선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