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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2-3 퀜타 실마릴리온 : [나무의 시대] 엘다르의 출현

우툼노 집결과 앙그반드 건설

  한편, 힘으로 일어선 자 멜코르 발라들이 아만 대륙에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운데땅에 발라들의 간섭이 뜸해진 틈을 타서 자신의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혹시라도 아만 대륙의 발라들이 공격해올 것을 감안해서 우툼노 북서쪽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요새 겸 병기고 앙그반드를 세우고 그곳을 잔인한 고르사우르, 곧 사우론에게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바르다의 별자리 창조

  점점 가운데땅의 멜코르 세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발라들은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멜코르의 힘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야반나는 저대로 두어선 안된다고 말했으며 강자 툴카스가 그녀의 말을 받아서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영의 주재자 만도스는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 요정들은 태어났을 때 별빛을 보도록 정해져 있다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며 전쟁을 만류했습니다. 위대한 자들의 싸움이 아르다 왕국에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로 인해 요정들의 출현에도 부정적인 해를 끼쳐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별을 주관하며 발리에이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바르다는 향후 요정들이 깨어났을 때를 대비하여 타니퀘틸에 올라 텔페리온의 은빛이슬로 갖 가지 별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별을 주관하는 발리에, 바르다

 

엘다르의 등장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요. 가운데땅 동부 북쪽에 있는 눈뜸의 호수 쿠이비에넨. 이곳에서 드디어 낯선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퀜디(목소리로 말하는 자들)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이 바로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인 요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발라들보다 멜코르가 먼저 이들의 출현을 눈치를 챘으며 그는 요정들을 하나둘 납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또한 발라 오로메가 가끔 그의 애마 나히르를 타고 이곳에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요정들에게 기수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어 오로메가 나타나도 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운데땅을 돌아다니던 오로메는 쿠이비에넨 호숫가에서 노래하고 있는 요정들을 발견하고 그 앞에 나타났습니다. 처음에 요정들은 멜코로의 계략 때문에 무서워 도망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발라의 위대함에 매료되어 하나둘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오로메는 그들에게 엘다르(별의 민족)이란 이름을 지어준 뒤 그들과 잠시 같이 지내다가 급히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서 발라들에게 요정의 출현을 알렸습니다.

 

※ 요정, 퀜디(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엘다르(별의 민족). 이 세 가지 단어는 모두 요정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는 요정이라는 단어가 친숙하지만 톨킨의 세계관에서는 엘다르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그동안은 아직 엘다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서 요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앞으로 본 글 시리즈에서는 엘다르로 통칭하겠습니다.

 

눈뜸의 호수 쿠이비에넨과 엘다르

 

발라와 멜코르의 전쟁

  오로메에게 소식을 전해들은 발라들은 멜코르로부터 엘다르를 보호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서 만웨에게 "엘다르를 어둠으로부터 구하라"는 일루바타르의 계시까지 떨어졌고, 곧 발라와 멜코르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발라들은 우선 앙그반드 요새를 공략하여 순식간에 궤멸시킨 뒤 엘다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쿠이비에넨 주변에 보호막을 쳤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툼노 공성이 일어났는데, 위대한 자들 사이에 벌어진 이 엄청난 전쟁은 가운데땅의 지형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의 바다가 더 넓어지는가 하면 해안선이 갈라져 많은 만이 생겼습니다.

결국 전쟁은 발라들의 승리로 끝이 났으며 멜코르는 아울레가 만든 쇠사슬 앙가이노르에 묶여 눈이 가려진 채로 아만 대륙의 도시 발마르에 있는 심판의 원에 끌려갔지만, 애석하게도 이때 멜코르의 다른 많은 부하들이나 사우론은 붙잡지 못했습니다. 심판의 원에 끌려간 멜코르는 한 번만 봐달라고 용서를 빌었지만 발라들은 더는 그를 봐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멜코르는 발마르 서쪽에 있는 만도스의 성채에 구금됐는데, 이곳은 그 누구도 탈출할 수 없는 곳이었으며 그가 재판결을 받거나 사면되려면 세 번의 시대 동안 이곳에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영의 주재자이자 재판관, 발라 만도스

 

요정들의 대이동

  전쟁이 끝나자 발라들은 또 다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번 안건은 엘다르를 아만 대륙으로 데려올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발라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회의는 엘다르를 아만 대륙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에 기쁜 마음에 발라 오로메가 그들을 데리러 갔지만 엘다르는 전쟁에 나갔던 무서운 발라들만 봤기 때문에 무서운 나머지 선뜻 따라가려 하지않았습니다. 그래서 엘다르 세 종족의 왕, 잉궤, 핀웨, 엘웨가 먼저 발리노르로 가보기로 했는데, 그들은 발리노르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장엄함에 순식간에 매료되어 다시 돌아오자마자 동족에게 빨리 아만 대륙으로 넘어가자며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왕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엘다르의 의견은 통합되지 못하고 갈렸습니다. 잉궤의 일족 전체와 핀웨, 엘웨의 일족 대부분은 발리노르로 넘어가고자 했으나 일부 엘다르는 여전히 가운데땅의 별빛을 사랑하여 넘어가기를 주저했습니다. 그래서 끝내 찬성한 자들만 넘어가기로 결정했는데, 이때 쿠이비에넨에 남기로 한 자들을 아바리(거절한 이들)로 부르고 발라의 부름에 응하여 발리노르로 건너가기로 한 이들만 엘다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이제 엘다르는 잉궤의 일족, 핀웨의 일족, 엘웨의 일족으로 정렬하여 길고 험난한 발리노르의 여정을 떠났습니다.

 

※ 엘다르 세 종족의 왕 중에서 핀웨와 엘웨는 향후 실마릴리온 이야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므로 꼭 기억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 단어사전

앙그반드 우툼노 북서쪽에 위치한 멜코르의 병기고 겸 성채
바르다 별자리를 만들고 별을 관장하는 발리에.
만웨의 배우자이며 그와 함께 타니퀘틸 궁정에 거주.
오로메 말과 사냥꾼을 좋아하는 발라.
애마 나하르를 타고 다니며 나팔 발라로마를 분다.
나하르 발라 오로메의 애마
만도스 영혼들을 관장하며 재판관 역할을 하는 발라.
일루바타르의 특권을 제외하곤 미래에 대해서 알고 있다.
앙가이노르 멜코르를 포박하기 위해 발라 아울레가 만든 쇠사슬.
쿠이비에넨 눈뜸의 호수라는 뜻.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인 요정이 처음으로 나타난 장소.
퀜디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이라는 뜻.
요정들이 자신들을 나타낼 때 사용한 이름.
엘다르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 오로메가 요정들에게 지어준 이름.
아바리 거절한 이들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을 거절하고 쿠이비에넨에 남기로 한 요정.
잉궤 요정들의 세 왕 중 한 명.
핀웨 요정들의 세 왕 중 한 명.
엘웨 요정들의 세 왕 중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