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의 정의에 대한 고찰 - 5편 : 정리
by Dreamrugi
※ RPG는 Role-Play, 즉 '역할극' 게임입니다.
RPG의 정의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핵심요소와 이것들에 기반의 기존 게임들의 특징까지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그 동안 고찰했던 것을 최종 정리하여 추후 개발의 밑거름으로 활용해보고자 합니다.
1. RPG의 정의
- Role Playing, 역할극
- RPG란 허구적 설정 안의 특정 인물의 역할이 되어보는 것
- 역할을 맡는 것이지, 그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님
RPG의 본질은 '역할극'입니다. 흔히 'RPG'의 특징으로 '성장'을 꼽곤 하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특징일 뿐이지 본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 다루겠지만 RPG에서 성장은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더 숙련되었느냐를 판단하는 척도'이므로, 성장보다 역할이 중요합니다.) 즉 게임 기획자는 RPG 기획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성장 요소를 넣어볼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그 역할에 심취하게 만들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 RPG를 하는 것은 마치 연극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는 것과 흡사합니다.
2. RPG의 3대 핵심요소
- 역할
- 세계
- 일거리
역할극이 형성되려면 위의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며, 다르게 말하면 위의 3가지만으로도 역할극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외의 것은 모두 역할극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부수적 장치이며 위의 것들에 종속적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 역할
-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맡게 될 역할
- 3대 핵심요소 중 가장 중요
- 플레이어의 정체성과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
- 게임의 세계 및 일거리에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
역할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RPG 기획 시 항상 머리 속에 기억해두고 있어야 할 사항입니다. 그래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플레이 하도록 만들어야 제대로 된 역할극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RPG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역할을 학습, 이해시켜야 합니다.
※ RPG 게임은 플레이어의 역할에 대한 몰입을 돕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나. 세계
-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가 있는 것
- 플레이어의 몰입을 위해선 세계가 살아 움직이고 있어야
역할극은 흡사 연극과 같습니다. 플레이어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더 잘 몰입하려면, 잘 갖춰진 무대와 동료 배우들이 필요한 법입니다. 또한 세계는 역할극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역할 몰입을 위한 보조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 식물 하나, 동물 하나, 몬스터 하나마저도 그들의 삶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플레이어가 '내가 이 세계에 살고 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 일거리
- 플레이어가 역할을 맡으며 수행하게 될 것들
- 다양한 콘텐츠 형태로 제공 가능
- 전문형 일거리와 취미형 일거리로 구분
- 전문형은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역할의 직업이나 세계의 상황에 따름
- 취미형은 플레이 환기를 위해 전문형과 동떨어진 것으로 선정
- 취미형이 전문형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됨
일거리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실제로 즐기게 되는 '컨텐츠'입니다. 이것은 '역할극을 진행되게 하는 것'이므로 항상 게임의 핵심 역할, 세계에 관계된 것으로 선정해야 합니다.
※ 게롤트가 시리를 찾으며 괴물을 잡는 이유는 그가 '위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위쳐가 필요한 이유는 그 세계가 신화적인 이유에 의해 세계에 괴물이 창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 플레이어이자 게롤트는 자신의 직업인 위쳐라는 일을 수행하면서도 취미를 위해 궨트를 즐기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3. 외산과 국산 게임의 차이점
외산 게임은 주어진 역할이 확실하고,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국산 게임은 주어진 역할이 모호하거나,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보였습니다.
외산 게임은 캐릭터 못지 않게 살아 움직이는 세계를 만드는 것에 공을 기울였습니다.
국산 게임은 배경/세계/설정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산 게임은 전문형 일거리와 역할의 연관성이 짙으며, 다양한 취미형 일거리가 존재합니다.
국산 게임은 전문형 일거리와 역할의 연관성이 약하며, 취미형 일거리가 정형화 되어 있습니다.(낚시, 요리 등)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외산 게임들은 RPG를 '역할극' 그 자체로써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 국산 게임은 '성장형 게임'이라는 정의를 두고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산 게임은 모든 방면에서 '역할과의 연계성이나 설정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반면에 국산 게임은 '성장할 수 있는 요소'를 중점적으로 두고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성장이라는 부분이 RPG가 주는 핵심재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국산 RPG가 흥행하는 것이지만, RPG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흔한 피드백들은 성장에 대한 목적을 역할에 연결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갖가지 지식만 쌓고 있다가 종국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게 되는, 한국식 교육과도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 성장에 중점을 두면 성장하는 재미에 게임에 빠져들 순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에게 왜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을 게임에서 찾지 못한다면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
4. RPG 개발시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
- 성장을 고려하기 전에 '역할'을 명확히 하고, 모든 컨텐츠/시스템의 방향성을 역할에 중점
- '역할'에 대해 명확히 인지시키는 가이드라인 구축
- '세계'를 구성할 때는, 역할에의 몰입을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구축
- '전문형 일거리'는 '역할'과의 연관성, 개연성에 중점
- '취미형 일거리'는 '주플레이 방식'과 '동떨어진' 플레이 방식을 고안
아직까지는 성장과 기능을 우선시하는 국내 개발 환경에서는 아마 3번과 4번을 실천하기란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나가면 국내 플레이어들에게 '국산 게임도 예술성이 있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때가 오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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