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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게임 철학

[정의] RPG의 정의에 대한 고찰 - 4편 : 일거리

RPG의 정의에 대한 고찰 - 4편 : 일거리
by Dreamrugi


The Knight At The Crossroads By Viktor Vasnetsov


QUEST(원정) :
개요 : 목표를 향한 어려운 여행을 떠나는, 신화나 소설에서 사용하는 구성
목적 : 영웅들은 보통 원정을 통해 무엇 또는 누군가를 얻는다.


1. 일거리

  마지막으로 고찰할 것은 바로 일거리입니다. 일거리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실제로 '수행'하게 되는 것으로, 플레이어의 경험과 직결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RPG에서 일거리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할까요? 앞서 1편에서 RPG란 '역할극'이라고 고찰했던 바 있습니다. 2편에서는 세계가 플레이어가 역할극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일거리도 플레이어가 역할극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역할극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일거리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거리일까요? 역할극에 몰입하려면 그 역할에 적합한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즉 역할의 '직업이나 상황'에 알맞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죠. 이 고찰에서는 이런 일거리를 '전문형 일거리'라고 명명하려 합니다. 이때 직업이라는 것은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용사, 도둑, 마법사 등의 직업을 말하는 것이고, 상황이라는 것은 그 역할이 살고 있는 세계나 자신의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을이 몬스터에게 공격당했거나 마왕이 공주를 납치한 상황인 것이죠. 정리하면 RPG에서의 일거리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 플레이어가 실제로 수행하는 것
- 역할극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
- 역할의 직업이나 그 세계의 상황에 알맞는 것


※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에서 용을 잡는 도바킨

스카이림의 메인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도바킨'이라는 용잡이 일족의 역할에 몰입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역할 수행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일거리라면, 연관은 없음에도 있어야 하는 일거리들도 있습니다. 이런 일거리들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현실 세계에서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선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기분을 환기해야 하는 것처럼 가상 세계에서도 이런 취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고찰에서는 이런 일거리를 '취미형 일거리'로 정의하려 합니다. 현존하는 RPG 들을 살펴보면, 이런 취미형 일거리들은 '낚시, 농사, 장사, 요리'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취미형 일거리들은 게임에서 제시하는 역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플레이어가 핵심 일거리를 수행하는 중간의 휴식, 환기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취미형 일거리가 전문형 일거리보다 우선시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역할극이 본질인 RPG 에서 게임에서 제시하는 핵심 역할은 소홀히하고 취미형 일거리에 지나치게 치중해버린다면 플레이어는 결국 이 게임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게임인지 목적을 잃어버려 흥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개발 방향은 개발에 매몰되어 게임의 본질을 잊어버리면 쉽게 발생하곤 합니다.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일거리란 RPG 에서 플레이어가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다.
- RPG 에서 일거리는 '전문형'과 '취미형'으로 나눌 수 있다.
- 전문형 일거리는 역할극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역할의 직업이나 그 세계의 상황에 알맞는 일이다.
- 취미형 일거리는 역할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휴식이나 플레이 환기 용도로 활용된다.
- 취미형 일거리가 전문형 일거리보다 우선시 되어선 안 된다.


그렇다면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게임들에선 어떻게 기획했을까요?


※ MMORPG의 가장 흔한 취미형 일거리 중 하나인 '낚시'

   낚시는 핵심 역할에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반복적인 플레이에서 벋어날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가. 위쳐3
 먼저 위쳐의 '전문형' 일거리를 살펴 보고자 합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주 역할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괴물사냥꾼 '위쳐'와 '시리의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즉 위쳐3의 전문형 일거리는 '위쳐 직업을 가진 시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겠죠.  위쳐3 플레이 핵심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시리의 아버지라는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시리의 아버지로써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흔적을 쫓거나 사람들에게 탐문 수사를 하는 등의 '일'을 수행합니다.


※ 위쳐3의 핵심 인물, 게롤트와 시리

    플레이어는 시리의 아버지, 위쳐 게롤트라는 역할을 맡게 되며 게임 내 핵심 시나리오는 시리를 찾는 여정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나리오를 진행하다보면 스스로가 시리의 아버지 게롤트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리를 어떤 방법으로 찾을까요? 이 방법이 바로 '위쳐 직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게임 세계 속에서 게롤트의 직업은 괴물 사냥꾼 위쳐이며 그 분야에서 매우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리를 찾는 게롤트(플레이어)의 방법은 '위쳐'로써의 방법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마치 흔적을 통해 괴물을 찾아내듯이 그녀의 발자취를 쫓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탐문 수사를 하다보면 게롤트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의뢰를 제안하는 인물들이 더러 있는데, 이때 이 인물들이 위쳐 게롤트(곧 플레이어)에게 의뢰하는 '일거리'는 필연적으로 '게롤트의 직업'인 '위쳐'와 관련된 일이 됩니다. 의뢰나 대가를 요구할 때는 상대방의 '직업이나 특기'와 관련된 것으로 요구하기 마련이죠. 당연해보이지만 대단히 놓치기 쉬운 사실입니다.

 그 외에는 숨겨진 장비를 찾는다거나 지역 주민의 고민 거리를 해소해주는 등의 일이 있는데, 이 역시 아무 일이나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게임 속 직업인 '위쳐'와 연관 있는 일을 의뢰합니다. 괴물을 처치하거나 실종된 사람, 위험한 곳에 숨겨진 물건을 찾는 것을 의뢰하지 밭을 갈거나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은 맡기지는 않습니다.


전문형 일거리에 대해 정리하면


- 위쳐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위쳐 직업을 가진 시리의 아버지'이다.
- 위쳐에서 주 일거리는 '시리의 아버지'로써 '시리를 찾는 일'이다.
- 일거리는 '위쳐'라는 '직업 혹은 역할'에 따라 결정된다.


※ 그리폰과 대치 중인 게롤트

   게임 대단히 초반부에 한 닐프가드 장교는 게롤트에게 정보 제공의 '대가'로 '그리폰 처치'를 의뢰합니다. 그가 게롤트에게 다른 임무도 아닌 이 임무를 맡긴 이유는 게롤트가 '위쳐'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취미형 일거리는 어떨까요? 위쳐3 하면 또 하나 유명한 것이 바로 '궨트'입니다. 위쳐는 1편부터 3편까지 매번 독특한 게임 내 미니 게임을 추가했는데, 3편에 추가된 것이 바로 궨트로, 위쳐 세계 속 고대 전쟁을 카드 게임으로 구현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살아있는 듯한 세계!) 이 궨트라는 것은 게임의 핵심 역할에는 관계없이 독립적인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전투 위주로 이루어진 위쳐3 컨텐츠 속에서 궨트는 플레이 스타일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그 자체로도 꽤 재미가 있어 '괴물은 안 잡고 궨트만 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죠. 이처럼 취미형 일거리는 게임 핵심 역할과 플레이 스타일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기획하여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환기 시켜주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 취미형 일거리는 전문형 일거리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 방식으로 구현하여 게임 플레이를 환기시켜야 한다.


※ 위쳐 3의 미니 게임 '궨트' 플레이 장면

    궨트는 기존 플레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제공하여 게임 플레이를 환기시킵니다. 또 한가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이 궨트마저도 위쳐 '세계' 속에 녹아드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대의 전쟁을 카드 게임으로 구현한 것)



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그렇다면 이런 법칙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역시 유효할까요?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와우의 핵심 역할이라고 하면 바로 '종족 연합(얼라이언스, 호드)의 전투원'이라는 것입니다. 이를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종족 연합의 일원'이라는 역할과 '전투원'이라는 직업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와우 내 퀘스트를 두 가지로 설명하자면 아마 아래처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내가 속한 종족 연합에 이득이 되는 일
- 전투원에게 의뢰할만한 일


※ 와우의 종족 대립 구도를 그린 일러스트

   와우에서의 역할은 이 종족 연합 간의 대립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가 서로 개연성을 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호박을 수확해온다'라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이런 퀘스트는 와우 뿐만이 아니라 다른 MMORPG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우의 호박 채집은 타게임의 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무엇이 차이일까요? 바로 개연성입니다.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RPG를 살펴보면 보통은 NPC가 플레이어에게 '일손이 모자라니 호박 좀 수확해주게'라고 말할 겁니다. 이때 플레이어의 게임 속 역할은 무엇일까요? 농부? 심부름꾼? 보통은 십중팔구 '전투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면, 게임 속 세계가 현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 이 NPC는 싸움 꽤 하게 생긴 전투원에게 일손이 모자라니 호박을 수확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어느 왕국의 기사라고 했을 때 지나가던 농부 하나가 갑자기 일손이 모자라니 호박을 수확해달라고 한다면 기가 막힌 노릇일 겁니다.
 그렇다면 와우의 경우는 어떨까요? '호박' 퀘스트를 예로 들면 티리스팔 숲의 솔리덴 농장 호박 수집 퀘스트가 있습니다. 연금술사 요한은 플레이어에게 솔리덴 농장의 호박을 수확해오도록 부탁합니다. 플레이어가 수확해온 이 호박은 연금술사의 역병 재료가 되며, 이 호박을 이용해 만든 역병 호박을 붉은십자군 광신도에게 가져다주면 그가 호박을 먹고 언데드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퀘스트에서 호박 수확의 목적은 '언데드 포세이큰을 위한 신종 역병을 만드는 것'이며 이는 위에서 말했던 '내가 속한 종족 연합에 이득이 되는 일'이 되므로 적절한 개연성을 갖게 됩니다.


정리하면


- 게임 내 '직업'과 직접 연관이 없는 수행 과제라도, '역할'과 연계하면 개연성을 얻을 수 있다.


※ 와우의 티리스팔 숲에 위치한 솔리덴 농장

   호박 하나를 수확하더라도, 내가 단순히 대민지원을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과 뭔가 소속된 곳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성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와우의 취미형 일거리는 무엇이 있을까요? 와우는 '놀이동산' 형태의 게임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취미형 일거리가 존재하며, 위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전투원'이라는 직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전투라는 플레이 패턴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일거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낚시, 요리,고고학, 각종 전문기술, 애완동물 대전, 각종 축제들 등이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이 종족 연합을 위한 계속된 전투 속에서의 한숨 돌릴 수 있는 환기구를 마련해줍니다다.


※ 와우의 애완동물 대전, 일명 와켓몬

   와켓몬은 종족연합과 관련이 있지도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싸우지도 않는, 핵심 역할과는 전혀 무관한 컨텐츠입니다. 하지만 이 와켓몬은 전투 위주로 된 와우에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합니다.



2. 리니지2 레볼루션을 돌아보며

 리니지2 레볼루션의 역할은 앞서 역할 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혈맹의 혈맹원(전투원)'입니다. 그렇다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주요 컨텐츠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혈맹의 일원 / 전투원'과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메인 퀘스트를 보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주 이야기는 '은빛용병단과 어둠의 결사의 대립'입니다. 플레이어는 은빛용병단의 일원으로써 어둠의 결사의 야욕을 저지하는 일을 수행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는 '은빛용병단은 혈맹과 관련이 없다'라는 점입니다. 물론 '전투원'이라는 역할과는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게임의 주 역할은 전투원보다는 혈맹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주 역할 키워드가 '혈맹, 혈맹 간의 분쟁, 공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오히려 '각 영지의 혈맹 연합과 어둠의 결사의 대립'으로 풀어냈으면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을 것입니다.

그 외의 주간 퀘스트, 일일 퀘스트, 퀘스트 스크롤 등, 각종 컨텐츠들도 '전투원'에는 충실했으나, '혈맹의 일원'에는 많이 약해 보입니다. 단순히 '개연성'의 문제도 있으나, '수행 방법'의 문제도 있습니다. 혈맹에게 의뢰하는 형태로 구성한 뒤, 혈맹원과 함께 수행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등으로 풀었으면 혈맹과의 연계를 강화시킬 수 있었지 않을까요?


※ 리니지2 레볼루션은 혈맹이 가장 중요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각종 일거리 컨텐츠에서는 혈맹을 충분히 중요시했을까요?


 퀘스트의 개연성이나 시나리오 외에 다른 컨텐츠들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느 모바일 게임들보다 잘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혈맹 레이드, 아지트 퀘스트, 아지트 만찬, 요새전, 공성전, 혈맹 간의 전쟁 선포 등. 많은 컨텐츠들이 혈맹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레이어가 '혈맹의 일원'이 되고 싶다고 느낄 수 있으면서, '혈맹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지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이 있다면, '설정적으로'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매번 남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혈맹 레이드의 경우, 혈맹 레벨이 상승할수록 더 강한 레이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플레이어는 이 레이드 몬스터가 무슨 이유 때문에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보상을 주는 일개 몬스터 중 하나인 것이죠. 더 '아덴 월드 속 혈맹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영주의 토벌 의뢰라거나, 지역 주민의 안전 확립 등의 개연성을 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혈맹 간의 전쟁 선포 역시, 혈맹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 NPC들이 전쟁 중인 혈맹들에 대해 수근거린다거나, 대자보 등이 붙는 등의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구현했다면 더 RPG다운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여기까지 리니지2 레볼루션의 전문형 일거리에 대해 정리해보자면,


- 퀘스트는 전투원이라는 역할에는 충실했으나, 혈맹이라는 역할은 취약
- 각종 시스템, 컨텐츠가 혈맹의 역할에는 충실했으나, RPG 느낌을 살리진 못했음


※ 리니지2 레볼루션의 혈맹 레이드 컨텐츠들

   혈맹의 협동에 집중했다는 것에서는 훌륭하나, 역할에 연계된 설정 스토리텔링에서는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니지2 레볼루션의 취미형 일거리는 어떨까요? 게임 런칭 시점에서는 취미형 일거리라고 부를만한 컨텐츠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한다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런칭 시점의 경우, 아직 플레이어가 게임의 핵심 역할에도 제대로 적응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취미형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자칫 핵심 역할로 집중되어야 할 플레이어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악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이든 패키지든, '취미형 일거리는 핵심 역할에 익숙해진 다음 시점에 제공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게임의 경우는 우선 전문형 일거리만 개발하여 오픈한 다음, 최고 레벨 플레이어 비율, 레벨별 유저 이탈률 등을 확인한 후 최고 레벨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취미형 일거리나, 핵심 역할에 적응하지 못한 이탈 유저를 위한 취미형 일거리 등을 추가해주면 될 것입니다.  또한, 실시간 지표를 확인할 수 없는 패키지 게임의 경우는 레벨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플레이어가 적절히 핵심 역할에 적응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맞춰서 취미형 일거리 컨텐츠를 제공하면 됩니다.


※ 오픈 3개월 지난 후 간담회에서 공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의 낚시

    전투원이라는 역할과 관련이 없으면서도, 전투 위주의 플레이를 환기시켜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 취미형 일거리는 초반부터 제공될 필요가 없다.
- 온라인 게임은 전문형만을 먼저 제공하다가 지표에 맞추어 추후 업데이트로 제공한다.
- 패키지 게임은 레벨 기획 의도에 따라 핵심 역할에 적응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제공한다.


3. 4편을 마치며
 이로써 RPG의 핵심 요소에 대한 고찰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마지막 5편에선 그동안 고찰했던 것들을 최종 정리해서 향후 게임 개발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