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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게임 내러티브

[연구] 선택주의와 칵테일 효과 : 플레이어 언급의 중요성

선택주의와 칵테일 효과 : 플레이어의 언급의 중요성

by dreamrugi


  선택주의칵테일 효과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소리 중 한 목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입니다특히 아무리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들먹인다면, 인지 레이더가 그 즉시 소리를 의식하고 집중하게 되죠. 주의는 엄청나게 선택적이기 때문에 의식적 마음은 한 위치에만 국한됩니다. 즉 어떤 환경에서든 내 이름이 언급된다면, 칵테일 효과에 의해 그 소리를 알아차리고 집중하게 되며 이후에는 선택주의에 의해 그것에만 집중하고 주변의 다른 것은 무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선택주의(selective attention) : 경험하는 모든 것 중 극히 일부분에 초점을 맞춤

※ 칵테일 효과(cocktail party effect) : 많은 말소리 중 오직 한 목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 어디선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갑자기 주의가 그쪽으로 확 쏠리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겁니다.



게임 내러티브의 의미 : '집중(몰입)' 의 효과적인 수단


  심리학에서 언급한 것처럼, 선택주의 칵테일 효과는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며 '집중'하게 만듭니다.  즉 이것을 게임에 어떤 형태로든 접목하여 게임플레이 도중 플레이어를 언급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위 두 효과에 의해 게임에 더 집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드벤쳐 게임, RPG에서 플레이어가 다른 누구의 '인격대변'하는 상황이라면 접목하는 것은 의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예를 들어 CD Project Red의 '더 위쳐 3'에서 게임 속 많은 인물들이 목소리나 텍스트로 플레이어가 대변하고 있는 '게롤트'라는 인물을 언급하는 것처럼, 어떤 플레이어가 그 게임을 하던지 상관없이 인물이 항상 게롤트로 동일한 경우는 말이죠.


※ 위쳐3의 게롤트(상)와 언챠티드의 네이선 드레이크(하)

  위 게임들처럼 플레이어가 게임 속의 주인공(게롤트 혹은 네이선)을 대변하는 상황이라면 '그들 = 나'의 정체성이 확립되기 때문에 그저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칵테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MMORPG 처럼 플레이어가 누군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 자신으로써의 정체성을 가진 경우입니다. 플레이어 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수많은 이름들을 텍스트로는 맞춰 보여줄 수 있겠으나, 음성으로 까지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플레이어 전체를 포괄하는 단어로 언급하는 것인데, 이때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그 단어에 익숙치 않을 것을 대비하여 '튀어나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단어는 그 의미나 어감 자체만으로도 어떤 '특별함(심리학 책에서는 심지어 남의 주의를 끌거나 특별해보이려면 어려운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을 가지는데, 그 정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생각됩니다.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5'를 예로 들면 모든 플레이어들은 '드래곤본(도바킨)'이라는 존재로 불립니다. 이들은 용의 영혼을 지니고 태어나는 인간으로써 세계의 구세주로써 역할을 수행하는데, 엘더스크롤 5 전체를 통틀어서 도바킨을 지칭하는 존재는 플레이어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의 정체가 도바킨이라 밝혀진 순간부터 주변의 많은 인물들이 그를 도바킨이라 부르며 이로써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나는 도바킨이다'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게임 속 인물 중 누군가 도바킨을 언급하면 그것이 자신을 언급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칵테일 효과를 일으킬 수 있게 됩니다.


※ 튀어나옴 효과(popout) : 자극이 너무나 강력하여 튀어나오는 것. 이 경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요구하는 것.


※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의 주인공 종족 '도바킨'

'드래곤의 영혼을 지닌 자'라는 특별함과 '구세주'로써의 역할 및 '도바킨'이라는 흔치 않은 어감. 이 모든 것들이 '도바킨'을 특별한 단어로 만들어주며 그만큼 플레이어에게 강하게 어필됩니다.


  이를 잘 활용한 국산 온라인 게임이 있는데 바로 '마비노기'입니다. 마비노기의 세계, 에린에서는 소울스트림이라 일컬어지는 곳을 통해 찾아온 새로운 인류, 즉 플레이어들을 통칭하여 '밀레시안'이라 부릅니다. 때문에 게임 곳곳에서 인물들이 플레이어들을 밀레시안이라 부를 뿐만 아니라 운영진들도 플레이어들을 지칭할 때 '밀레시안 님'이라 언급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학습 효과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나는 밀레시안이다'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게임 속 인물들이 굳이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부르지 않고 "밀레시안 님"이라 부르더라도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여 칵테일 효과를 일으킬 수 있게 됩니다.

    

※ 마비노기의 많은 인물들이 플레이어들을 '밀레시안'이라 언급합니다. 이 게임에서 밀레시안으로 언급되는 것은 플레이어들 뿐.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UI적인 이슈로,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단어 혹은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대사로 언급할 때 굵은 글자로 표시하거나 색을 입히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이름을 표시하는 색은 다른 곳에 사용되지 않고 플레이어 이름에만 사용되어 '이 색이 등장하면 나를 언급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학습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름에 사용하던 색을 다른 인물이나 지명 등에 함께 사용한다면 그 색이 의미하는 정보가 '나'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중요한 것'이라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칵테일 효과는 발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하며 챙기지 못해 아쉬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색과 그외 색을 철저히 분리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한 것.


  마지막으로는 앞서 언급한 2가지를 함께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으로, 플레이어들을 포괄적인 단어로 지칭할 것이라면 대사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의 닉네임을 직접 언급하지 말고 그 단어로 지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영어 듣기가 되는 사람이 잘못된 한글 자막을 보며 영화를 보는 경우를 떠올리면 됩니다. 만약 영화 속에서 '밀레시안은 믿을 수 없어!'라고 대사를 진행했는데, 역자가 '철수는 믿을 수 없어!'라고 번역했다면, 보는 사람은 '응? 밀레시안이 철수던가?'라고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이것이 영화의 집중을 흐트러 트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