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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게임 내러티브

[연구] 매체로써의 게임과 기존 매체의 장단점 비교

매체로써의 게임과 기존 매체의 장단점

by Dreamrugi

 

1. 시작하기 전에

 이번 고찰을 하게 된 계기는 총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최근 파이널 판타지 14, 마비노기 등의 게임을 하면서 리니지2 레볼루션에 비해 텍스트를 읽는 재미가 월등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NPC의 감정표현이나 대화 연출을 제외하면 무엇이 특징이 있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둘째, 그러면서 공부를 쉬는 기간 동안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을 많이 봤는데, RPG 게임의 퀘스트나 앞서 언급한 매체들이나 '이야기 전달'의 목적은 동일하나, 대단히 많은 부분에서 게임이 타매체에 비해 장점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런 점을 무마할 정도의 게임의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고찰을 통해 찾고 싶은 해답, 정리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존 일방향성 매체에 비해 게임 매체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 게임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2. 비디오 게임 이전의 일방향성 매체

 '이야기 전달'만을 봤을 때,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기존 매체는 출판물, 영상물, 구전 등이 있습니다. 것들의 공통점은 '일방향성 매체'라는 것으로, 화자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독자는 받아들이기만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그간의 발전 방향이 '어떻게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책은 삽화를 첨부하거나 조금 더 실감나는 묘사, 체계적인 정보 전달 단계를 발전시켜 왔으며, 영화는 더 좋은 화질, 더 화려한 연출, 더욱 실감나는 CG, 더욱 감정이입 되는 연기를 발전시키는 것이죠.

 

※ 기존 매체들은 준비된 정보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형태였다.

 

 

3. 다른 매체와 매체로써의 게임의 비교

 게임이라는 것이 생겨나고 거기에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중요해지기 시작한 뒤로는 게임 역시 이야기 전달을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의 게임 역사 속에서 게임 속 이야기가 각광 받은 사례는 드물었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많이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전문성이 떨어졌거나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많은 게임들이 전문 작가를 고용하거나 원래 매력적이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음에도 각광받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저는 이야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뒤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아보았습니다.

 

 게임이 다른 매체에 비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다른 매체의 장점을 찾아 보았습니다. 먼저 '출판물'의 경우는 2가지 장점, '비용의 제약에서 자유롭다'와 '상상력'이 있습니다. 잉크만으로 이루어진 이 매체는, 기술이나 비용의 제약 없이 무궁무진하게 세계를 확장하고 구현할 수 있습니다. 창작의 제한이 없는 것이죠. 또한 독자는 글을 읽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세계를 창조하는 재미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영상물'과 '구전'의 경우는 '연기자'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얼굴을 통해 가장 많이 그리고 쉽게 정서를 공감한다고 합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장한 연기자들은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몰입시키며 화려한 CG, 숨 막히는 연출 등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이를 한 층 더 향상시킵니다.

 

※ 영화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에 등장하는 스란두일(리 페이스)

배우의 살아있는 연기는 시청자로 하여금 그 인물이 실제로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하여 몰입하게끔 한다.

   

  자, 그럼 이제 '게임'을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에서 그 동안 사용했던 정보 전달 방식은 주로 '텍스트'와 '컷신'입니다. 이 두 단어만 들어도 벌써 감이 잡히실 겁니다.

 

 먼저' 텍스트', 즉 글자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MMORPG에서 퀘스트 내용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며, 많은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죠. 소설에서는 잘 통하는 방식이 왜 게임에서는 효과적이지 못 할까요? 그 이유는 3가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첫째, 재미를 위한 이야기 전달만이 아닌 과제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텍스트량이 상당히 많아지면서도 재미 측면에서는 소설에 비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재미용 텍스트도, 과제 정보 전달용 텍스트도 아닌 것 같은 요상한 장문의 텍스트에 부딪힌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둘째, 게임의 그래픽이 유저의 상상력제한합니다. 제약없는 상상력으로 무궁무진한 세계와 연기, 연출을 그렸던 소설과 달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에게 현실보다 못한 그렇다고 왠만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보다도 전달력이 떨어지는 그래픽을 보면서 텍스트를 읽어야 합니다. 가뜩이나 텍스트에 몰입도 안 되는데 그래픽도 몰입이 안 되니 정보 전달력이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은 '컷신', 즉 시네마틱 영상 등을 통하여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게임들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NonPlayable한 영상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달력이 몹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타 영상 매체에 비해 전문성, 기술이 떨어집니다. 영화만 보아도, 감독, 연출자 등이 더 멋진 장면을 위해 평생을 영상 제작에 헌신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를 위한 고비용의 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컷신이 핵심이 아닌 보조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 게임은 이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고용하지도, 그런 기술에 투자할 비용도 아까워하는게 보통입니다.

둘째, '진짜 사람'으로 구성된 영화와 달리, CG로 구성된 게임 속 인물들의 연기력이 오히려 몰입도를 저하시킵니다. 실제 연기자가 연기하는 것보다 몰입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위에서 언급했듯이 CG 인물이 고도의 연기력을 지니도록 하는 것에 투자할 게임 회사는 극소수입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그저그런 퀄러티로 컷신을 삽입하는 것은, 플레이어 입장에선 연기력이 꽝인 연기자가 출연하며, CG도 어색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그저 영상을 재생하면 되는 영상 매체와 달리, 게임은 실시간 렌더링이라 플레이어 개개인의 하드웨어 사양을 요구합니다. 단돈 2만원만 투자하면 고품질 화면에 고품격 음향을 갖춘 영화를 프레임 저하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게임은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컷신을 감 상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100 여만원의 고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그런 하드웨어를 갖춘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 영화 미션 임파서블(상)과 게임 언챠티드(하)

아무리 게임의 그래픽이 좋아진다고 한들 진짜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보다 좋아질 수 없고, 아무리 게임 캐릭터가 연기를 하고 표정을 짓는다고 한들 실제 배우의 연기보다 좋을 순 없으며, 아무리 게임에서 화려한 효과를 입힌다고 한들, 평생 '불' FX만 만드는 영화 FX 장인보다 뛰어나긴 어렵다.

 

  이로써 그 동안의 게임들이 왜 이야기 전달이 두드러지지 못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론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에 나온 Last of Us나 Witcher 3는 호평받고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게임들의 이야기가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불필요한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분할하여 전달하는 등,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를 통해 더욱 고도화해서 분석해볼 예정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며, 실제 연기자 못지 않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CG 인물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 그 정도 비용을 들여서 개발을 하려 하는 회사는 많지 않죠!(특히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면, 게임이 텍스트와 영상을 기존 매체 수준으로 고도화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까요? 게임은 매체로써 장점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을 타매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바로 '상호작용'이라고 생각됩니다.

 게임은 여타 다른 매체들과 달리 청,독자(게임에선 이런 표현은 옳지 않겠지만)가 주어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매체의 내용물을 변경시킬 수 있는 정보를 역으로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존 매체들은 등장인물들이 언쟁을 하든 주먹다짐을 하든 그저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꾸려나갔고, 독,시청자는 거기에 끼어들 방법이 없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완전한 제 3자의 입장이었던 것이지요. 반면에 게임은 플레이어가 이야기 속에 직접 뛰어들어 진행에 관여합니다. 내가 직접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제 3자가 아닌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승리를 달성하는 주체가 됩니다.

 

※ 검은사막 모바일의 커스터마이징

RPG에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이유는 단순히 "꾸미는 재미"를 넘어서 그 캐릭터가 게임의 주인공이자 "나"를 대변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꾸미고 싶은 욕구/개성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일방향성 매체의 주인공이 '제 3자'였던 것에 반해 게임에선 주인공이 곧 '나'이다.

 

 

4. 현재 게임들은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이 이런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을까요? 대답은 아마 '아니다'일 것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런 장점을 살린 게임이 극소수이다보니 오히려 그 점을 잘 살린 게임들, 이를테면 드래곤 에이지와 같은 게임들이 이야기 전개에 신경썼다며 호평을 받곤 했습니다.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행이도 해외의 경우, 최근 들어서는 플레이어와 이야기 간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는지 많은 콘솔 게임들이 상호작용을 강화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Witcher 3와 Horizon Zero Dawn을 예로 들 수 있는데, Witcher 3의 경우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이야기의 전개나 결말이 바뀌는 방식을 채택하여 그야말로 이야기와 플레이어 간의 완벽한 상호작용을 구현해내었으며, Horizon Zero Dawn에서는 특정 상황에 성격 성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여 에일로이에게 플레이어의 성격이 투영되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구현해낸 것이죠.

  반면에, 해외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아직 쉽게 보기가 어려운데, 이는 이야기 전개는 게임의 가장 중요도 낮은 부분 중 하나라고 인식하는 개발 풍토와 이야기 전개 부분에 있어서 많은 연구나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그런 내러티브 요소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직책이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Narrative Designer 내러티브 기획자'의 직책을 별도로 구인하는 해외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죠. 물론 이런 배경에는 게임의 핵심 방향성을 이야기 전개로 보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 것도, 그런 게임이 수익성이 타게임보다 떨어지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스템, 사업적인 부분들에 비해서 가시화 되는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것은 물론이고 말이죠.

 

※ 드래곤 에이지 : 오리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이야기 분기를 제공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는 모든 이야기 전달형 게임의 기본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5. 앞으로의 생각 방향

앞서 고찰했듯이 기존 전달 방식만을 사용하여 게임이 다른 매체보다 정보 전달력에서 월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겠지만, 대표적으로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정보를 파편화하여 전달한다.

- 특히 온라인 개발 환경에서는 이야기 전달이 게임의 기본 방향성이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이용자의 목적이 이야기 몰입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기존 매체 방식은 효과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모든 방면에서 '상호작용'을 강조하여 게임만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느낌'을 살리자 같습니다. 보통 현업 개발자들과 이런 상호작용성(예를 들어 대화 선택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보통은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이야기 전개에 분기를 만들어서 구성하기에는 작업 코스트가 너무 크고, 그만한 효율이 날지 의문이다."

"이야기 분기가 없는 대화 선택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은 대단히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상호작용을 왜 넣는가를 근본적인 이유에서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리했듯이 게임의 이야기 전달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등장인물 이라는 느낌'입니다. 즉, 느낌을 주는 것이 목적이지, 플레이어에게 어떤 커다란 분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것이죠.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주인공인 '나, 플레이어'와 동료들이 커다란 모험을 끝내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다고 했을 때,

만약 플레이어에게 어떤 '소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지 않고 그저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대화를 듣기만 하는 입장이라면 기존의 일방향성 매체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정말 죽는줄만 알았다","그 정도는 별 것 아니다"와 같은 상반된 입장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거기에 따른 동료들의 다른 대답만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그냥 제 3자로 지켜보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대화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 것이죠.

  'Horizon Zero Dawn'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에일로이가 어떤 상황에서 성격에 따른 반응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에일로이는 주어진 각본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즉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반응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대단히 초반을 예로 들면, 에일로이를 향해 돌을 던진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두고, 참을 것인지, 아니면 돌을 던져 복수할 것인지 등의 선택지를 줍니다. 이 선택지를 통해서 게임 스토리에 어떤 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로써 플레이어는 제 3자가 아니라 그 순간은 에일로이를 자신으로 생각하고 반응하여 말그대로 게임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 Horizon Zero Dawn의 선택지 시스템

  어떤 감정적인 상황에 대해서, 투쟁할지 참을 것인지 절충하여 대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이야기에 극적인 전개는 생기지 않으나, 플레이어는 각본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향대로 대응할 수 있다.

 

(2019.04.01 추가 => 2019.09.02 수정)

  이 글을 작성한 이후로 대화 선택지가 존재하는 많은 게임들을 해보았습니다.(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쓰론 브레이커 등) 대화 선택지를 다수 제공하는 게임들을 해보고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 메모를 추가합니다. 대화 선택지라는 것은 게임 플레이 패턴으로 봤을 때 일종의 '퍼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내 선택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

  퍼즐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사소한 대화 선택지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만들며 이것이 자주 반복되면 상당한 피로도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일상 대화가 아니라 퀘스트 중간에 나오는 경우) 따라서 대화 선택지를 추가할 때 "의미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19년 4월에는 의미없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 작성했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피로감을 가져오는 이유는 의미 있는 선택지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의미 없는 선택지, 이를테면 단순한 상호작용성 확보용 선택지는 피로도를 별로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들면 프린세스 커넥트나 아이돌 마스터의 선택지 같은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반드시 분기처리가 있는 것만을 의미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내러티브 강화의 의도든, 플레이어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요소든 합리적이고 명확한 목적성이 있으면 되는 것이죠.

분기 처리를 유도하지 않지만 명확한 목정성이 있는 간단한 대화 선택지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국내에 서비스 되고 일본의 사이 게임즈에서 제작한 프린세스 커넥트의 경우, 메인 시나리오에서 분기를 만들지 않는 대화 선택지를 다수 제공합니다. 이 대화 선택지는 주로 게임 내 캐릭터와의 애정도 강화 용도로 사용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적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캐릭터의 앞을 대신 막아설지, 캐릭터를 떠밀지 등과 같은 것이죠. 플레이어를 깊이 고민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 애정도를 강화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결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매체로써 게임은, 기존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기존 정보 전달 방식으로는 뛰어난 점이 전혀 없다.

- 다른 매체에는 없고 게임만이 가진 최대 장점은 '상호작용성'이다.

- 상호작용을 구성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느낌'을 살리는 것이지, 반드시 어떤 큰 규모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혹시 이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항이 있거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부탁드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