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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그 외/콘텐츠 간단 후기

[게임] P의 거짓 간단 후기

 

핵심 요약

  • 피노키오 동화를 재해석한 매력적인 소울라이크 액션 RPG
    • 욕심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소울라이크를 차용
      • 차이1) 무기/헤드 조합
      • 차이2) 속성 메타, 액션 강제성 : 차이를 노린 것이 단점으로 작용?
  • 엇박, 전조 모션 부족한 것과 약간의 스토리텔링 아쉬움

 

좋았던 점

  • 답답하지 않은 깔끔한 액션과 익숙한 소울라이크의 맛
    • 소울라이크를 표방하고 나온 게임 중 가장 좋았음.
    • 조작감이 답답하지 않고 타격감 역시 준수
    • 소울라이크의 전투 특유의 묵직한 맛을 잘 살렸다.

 

  • 피노키오 동화를 재해석한 매력적인 세계관
    • '인형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선택지를 지속 부여
    • 선택지에 따른 PC의 외형 변화
    •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인형과 인형을 사랑하는 인간
    • 대리만족으로 인형을 만들었지만 거기서 아들을 보는 제페토
※ P의 거짓만의 압도적인 매력 : 동화의 재해석
이 게임에서 수많은 요소 중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고 또 감명 깊게 와닿았던 것은 동화의 재해석이었다.
익숙한 피노키오의 동화를 재해석하여 캐릭터, 세계관, 퀘스트, 몬스터, NPC까지 일관성 있게 풀어냈다.
특히 선택지로 인해 처음으로 PC의 외형이 변화되었을 때는 너무 놀라서 소름이 돋았을 정도.

하지만 후술하겠지만, 개발 비용 현실상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강점을 충분히 활용, 표현하지 못한 스토리텔링과 플레이 전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웠던 점

  • 지나치게 많은 듯한 엇박 타이밍과 모호한 전조 모션
    • 초반에 가장 큰 이탈 요인으로 작용
    • 이 지점 때문에 소울라이크보다 어렵다는 인상
    • 파훼 욕구보다는 짜증을 더 유발했던 듯
      • 사람의 심리는 패턴화에 더 적합하다!

 

  • 소울라이크 감성을 다소 줄이는 JRPG식 전투 메타
    • 프롬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액션을 제공하고 실험하게 한다.
      • 그러나 P의 거짓은 그보다는 강요하는 느낌이 강함
    • 특히 속성 메타가 상당히 강력하게 요구
      • 이것은 정통적 JRPG의 메타 운용을 떠올리게 했다.
      • 소울라이크를 생각한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작용.
    • 원작과의 차별성을 노렸던 것이겠지만 가이드가 부족했나?
※ P의 거짓 액션의 장점이자 단점 : 차별성을 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P의 거짓이 처음 런칭했을 때 관심만큼이나 많은 유튜버들과 주변 사람들이 접근했었다. 그때 크게 이야기가 나왔던 단점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엇박 타이밍과 전조 모션.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엘든링 DLC와 검은신화 오공을 하고 나서 특히 더 느끼는 것이 있다. 소울라이크 액션이라는 장르에 사람들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그것을 만드는 개발자들조차 익숙해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기존보다 더 어려운 것, 조금 더 어려운 것을 찾다 보니 엇박이 들어가고 변화 패턴이 많아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을 연달아 하다가 P의 거짓으로 유입됐는데, 처음 접했을 때 첫 네임드부터 엇박과 타이밍이 너무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두 번째는 속성 메타와 특정 메타 강제.
개인적으로 프롬 소프트웨어 액션 게임의 특징은 액션의 자유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적이 어떤 유형이든 무기와 공략법을 선택하는 것은 나의 자유다. 특정 무기나 도구를 활용하면 더 쉬워질 수 있지만 그것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P의 거짓의 일부 보스는 어떤 속성이나 메타를 사용하지 않으면 파훼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간혹 있었다. 이런 점은 기믹이 강제된다고 알려진 데몬즈 소울에 가까울까?
사실 이게 P의 거짓이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P의 거짓은 액션 방향성을 자유도보다는 속성 메타에 더 집중한 게임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울라이크에 익숙한 유저들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플레이했다는 것(나 역시 그렇다). 아마도 초반에 '우리 게임은 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 강력하게 어필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 부족한 몬스터와 필드 다양성
    • 개발 현실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이해
    • 그러나 배경, 몬스터가 지나치게 반복적인 것은 아쉬움

 

  • 정직하게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레벨 구성
    • 프롬 소프트웨어의 장점 중 하나는 닫혀 있는 듯 열려 있는 레벨 :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 그러나 피의 거짓은 명확하게 닫힌 레벨 : 대부분 정직하게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다.
※ 개발의 현실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했을 것.
아무래도 내가 3D 배경과 레벨 기획자 출신이라서 그런 것인지 레벨 구성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프롬 소프트웨어처럼 기상천외한 레벨 디자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아쉽게도 레벨도, 몬스터의 구성도 거의 정직한 일자형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다크소울류보다는 갓 오브 워4에 가까운 정직한 레벨.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P의 거짓이 초기에는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런 레벨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며, 맵과 몬스터 종류의 다양화는 엄청난 개발 기간 연장을 불러온다.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웠지만 현실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 좋았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스토리텔링
    • 스토리텔링은 전체적으로 괜찮았음 : 이 부분은 소울 원작보다 노력했다는 인상
    • 그러나 일부 부분의 스토리텔링이 다소 아쉬움
      • 소피아라거나... 호텔 여주인 안토니아라거나...
      • 조금 더 떡밥을 풀어줬어도 좋았을 듯
      • 내가 발견하지 못할 걸 수도?
※ 진실과 거짓이라는 키워드를 조금 더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게임의 전체적인 컨셉과 콘텐츠의 일관성은 혀를 내두룰 정도로 감탄했다.
딱 하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면 피노키오 역의 주인공과 전체 게임 전개가 약간 따로 논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할까.

피노키오의 거짓말 여부가 이야기의 당락을 결정하고 결국 엔딩에 큰 영향을 가져오는 원작의 영향 때문인지, 혹은 진실과 거짓의 선택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PC의 외형 때문인지,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선택한 진실과 거짓이 게임의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소피아, 안토니아, 유제니 등 매력적인 인물도 많았지만 거짓을 말할지 진실을 말할지에 따른 개별 결과만 있고 그것이 큰 맥락에서 연결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잘 짜여진 무대, 매력있는 인물, 좋은 소재는 있었지만 그것이 하나의 요리처럼 잘 어우러져 좋은 끝맺음을 맺지는 못하고, 개별적인 맛으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물론 개발이 쉽지 않겠지만 마치 위쳐3처럼 내가 했던 중간의 선택들이 최종적으로 제페토와 마주했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 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가져보았다.

가령 거짓말을 하는 선택지를 계속 고르다보니 점점 인간이 모습을 갖게 되었고, 마지막에 마주한 제페토가 심장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주겠다고 거짓말을 한다'라는 선택지를 골랐을 때.

"거짓말을 계속하더니 인간이 된 양 착각하는구나.
 안토니아와 폴렌디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고 혹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더냐?"

라는 형태로 유저의 과거 선택을 곱씹어줬다면 어땠을까...?

라운드9 스튜디오가 앞으로 동화 재해석류의 컨셉을 계속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마 개발진은 원작 동화가 줬던 예견된 기대감을 어떻게 게임 콘텐츠로 살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