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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2-22. 퀜타 실마릴리온 : [태양 제1시대] 나른 이 힌 후린 - 1

※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나른 이 힌 후린은 '후린의 아이들'이라는 뜻으로, 하도르 일가의 후린의 자녀들에게 일어난 비극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투오르

  참혹했던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가 끝나고 동부인이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 히슬룸의 도르로민. 베오르 일가 여성 하나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전쟁의 상흔이 적나라하게 남아있는 안파우글리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리안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하도르 일가 후오르의 아내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둘은 혼인한지 겨우 두 달 밖에 안 된 신혼이었습니다. 후오르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애석하게도 생환한 히슬룸 전사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에게 남편의 소식을 전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애타는 기다림 끝에 나타난 것이 후오르가 아닌 낯선 동부인이라는 것을 발견하자, 마음이 불안한 마음에 남편을 찾기 위해 전쟁 폐허로 뛰쳐나갔습니다.

 

"하아...하아... 조금만 기다리렴, 투오르. 엄마가... 아빠를 꼭 찾아낼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그녀는 홀몸이 아니었습니다. 투오르. 아버지 후오르가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에게 지어준 이름이었습니다. 리안은 뱃속의 아이를 데리고 필사적으로 전쟁 폐허를 향해 나아갔으나 끝내 체력이 다하여 미스림 황야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얼마 뒤에 리안은 동굴에 숨겨진 어느 신다르의 집에서 깼는데, 다행히 미스림에 거주하고 있던 안나일이라는 신다르가 그녀를 발견했고, 그의 도움으로 리안은 투오르 역시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리안은 안나일에게 핑곤 왕을 따라 나선 하도르 일가 전사들의 행방을 물었고 그는 비통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전쟁 결과를 전했습니다. 핑곤 왕의 죽음, 히슬룸 군대의 전멸... 적어도 그가 아는 한 생존자는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리안은 안타깝게도 큰 충격에 또 한 번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난 며칠 뒤.

 

"리안, 정말 가셔야겠습니까? 아마 남편 분은 이미..."

"아니... 아니에요. 제가 직접 확인해야 해요... 그이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정 그렇다면 하우드엔은뎅긴. 학살의 언덕으로 가보세요. 오르크들이 그곳에 시신을 쌓아두었다고 들었습니다."

"학살의 언덕... 고마워요. 안나일..."

"그리고 그 아이, 투오르는 제게 맡기시는 게 어떻습니까?

 혹시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용감한 하도르 일가의 핏줄이 끊기지 않도록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리안은 아직 눈도 뜨지 못한 투오르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갓난 아들을 떠나야 하는 것이 산 채로 심장이 도려지는 것처럼 슬펐지만, 이렇게 슬픈 세상에도 미래에 희망이 올 가능성이 있다면 그 속에서 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투오르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다시 안파우글리스로 나아갔습니다. 이윽고 하우드엔은뎅긴에 도착한 그녀는 무수히 많은 시신이 뒤엉킨 언덕에서 마침내 애타게 찾던 후오르의 흔적을 발견한 듯, 모든 기력이 다하여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투오르는 안나일의 동굴에서 청소년기가 올 때까지 안전하게 숨어서 살았습니다.

 

학살의 언덕 by Ted Nasmith

 

 

투린

  한편, 자애로운 핑곤 왕과 하도르 일가 왕 후린의 통치로 한때 웃음과 풍요가 넘쳤던 도르로민은, 새로 이곳을 장악한 동부인들의 학대로 매우 위험한 땅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대부분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만 남은 하도르 일가는 동부인의 폭거에 저항할 힘이 없었으며 많은 이들이 강제로 동부인의 가족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동부인이 감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리안과 마찬가지로 베오르 일가 출신인 이 여성의 이름은 모르웬으로, 그녀의 남편은 후린이었습니다. 그녀는 슬하에 투린이라는 이름의 8살 된 아들이 있었으며 현재 임신도 하고 있었는데, 랄라이스라는 이름을 가졌던 둘째 딸아이는 3살이 되던 해에 역병으로 숨을 거뒀기 때문에 뱃속 아이는 세 번째 자녀였습니다. 모르웬은 도르로민의 왕비로 주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으며 대단한 위엄까지 가졌기 때문에 동부인도 그녀를 학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동부인이 두려워 그녀를 도와주지 못했고, 오직 브롯다라는 동부인과 혼인한 후린 일가의 친척인 아이린만이 비밀리에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에, 모르웬 가족은 궁핍한 생활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모르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투린이었습니다. 긍지 높고 강인했던 후린의 아들인 그는 언제든 동부인의 눈에 거슬리는 즉시 위험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걱정에 하루하루 근심에 빠져살던 모르웬은 결국 그를 몰래 도르로민에서 탈출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문제는 투린을 보낼 장소였는데 놀랍게도 그녀가 생각해낸 곳은 바로 도리아스였습니다. 싱골은 에다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사위 베렌은 모르웬과는 친척 관계였고 후린과 베렌은 친분도 있었기 때문에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한없는 눈물이 내렸던 그 해 가을, 모르웬은 늙은 하인 두 명을 붙여 투린을 비밀리에 탈출시켰는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직 임신한 상태라서 홀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떨결에 영문도 모른 채 하인들을 따라 집을 나선 투린은 우여곡절 끝에 도리아스 경계에 도달했습니다. 투린 일행은 얼마 안 가서 도리아스 경비대에게 발견되었는데, 이때 이들을 발견한 것은 경비대장 센활 벨레그로, 그는 과거 베렌과 함께 늑대 사냥에 나선 바 있으며 또한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에도 참전한 명장이었습니다. 하인들에게 투린의 출신을 전해 들은 벨레그는 놀라움에 눈에 휘둥그레져 즉시 그를 메네그로스로 데려가 싱골 앞에 세웠습니다. 투린의 사정을 들은 싱골은 놀랍게도 흔쾌히 투린을 받아들였을 뿐만이 아니라 직접 그의 양육을 맡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과거 베렌이 찾아왔던 당시의 싱골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였는데, 이 당시 싱골은 베렌으로 인해 에다인 가문을 우호적으로 보게 됐으며,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에서 홀로 도끼를 휘둘러 시체의 산을 쌓으며 끝까지 저항한 후린의 명성을 익히 들었기 때문에, 이는 그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센활 벨레그 by Anthony VanArsdale

 

투린이 도리아스에 무사히 도착한 다음 해 봄에 마침내 모르웬은 딸을 출산했습니다. 그녀는 스러져간 하도르 일가의 전사들과 홀로 떠나보낸 투린을 생각하며 아이의 이름을 애도라는 뜻의 니에노르로 이름 지었습니다. 얼마 뒤, 싱골은 모르웬과 니에노르 역시 도리아스로 데려오기 위해 전령을 보냈지만, 남편 후린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그 집을 그녀는 아직 떠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대신 전령에게 하도르 일가의 보물 도르로민의 용 투구를 투린에게 전달해달라 부탁했고, 싱골은 외로워하는 투린을 위해 이따금 도르로민으로 전령을 보내 모르웬과 니에노르의 소식을 전해주곤 했습니다.

 

 

도주

  투린이 도리아스에서 지낸 지 9년이 지나자 그 역시 성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전령이 어머니 모르웬과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여동생 니에노르의 소식을 꾸준히 가져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벨레리안드 각지는 오르크가 활개치는 위험 지대로 변했고 어느 순간부터 전령을 보내도 돌아오지 않자 싱골도 더는 전령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소식이 끊기자 투린은 몹시 불안했습니다. 홀로 앉아 심각한 고민에 빠진 그는 오랜 생각 끝에 마침내 일어나서 왕에게 나아갔습니다. 그리곤 왕에게 도리아스 북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생각에 자신이 북부를 안전하게 만들면 그만큼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투린에게서 베렌에게서 보았던 것과 같은 에다인의 용맹함을 발견한 싱골은 뿌듯한 마음에 그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고 갑옷과 무기를 하사했습니다. 이후 투린은 센활 벨레그의 휘하에서 용맹히 전투를 치렀는데 그의 머리에는 언제나 도르로민의 용 투구가 용맹히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투린 by Alan Lee

 

투린은 북부 전쟁터에서 도리아스를 넘보는 오르크와 3년간 치열한 전투를 치렀습니다. 이후 그는 잠시 일이 있어서 메네그로스로 돌아왔는데 거친 전장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때 그는 상당히 거친 남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싱골 왕에게서 총애를 받고 북부 전쟁터에서도 공적을 올리고 있는 투린을 시기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사이로스라는 왕의 자문단 고참이었습니다. 어느 날 투린과 같은 식사 자리에 앉게 된 사이로스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투린과 하도르 일가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가했습니다.

 

"그것참 게걸스럽게도 먹는군. 품위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어.

 저 모습을 보니 분명 바깥의 인간들은 발가벗고 사슴처럼 뛰어다니겠지?

 그러고 보니 후린이라고 했나? 그 자 역시 식사 자리에선 이렇게 짐승처럼 밥을 먹겠군, 안 그래?"

"... 뭐라고? 어이! 다시 한번 말해봐!!"

 

휙! 쨍그랑! 크윽!

 

화가 머리끝까지 난 투린이 던진 술잔은 사이로스의 얼굴을 명중했고 그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다행히 싸움이 더 번지기 전에 주변의 신다르들이 말려서 일이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 메네그로스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전장으로 되돌아가는 투린을 누군가 불시에 기습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사이로스였습니다. 시기심과 전날 당한 수모의 복수를 위해 잠복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년간 거친 전장을 헤쳐온 투린에게 전투 경험이 별로 없는 사이로스는 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대였습니다. 투린은 그를 간단히 제압한 뒤 옷을 모두 벗겨 전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보니 발가벗고 사슴처럼 뛰어다닌다는 게 자네였군? 하하하!

 그동안 어찌나 잘 먹었는지 살이 오르고 머리에서 윤기가 나는 게 사냥하는 맛이 있겠어.

 자, 어서 도망가라고! 그렇지 않으면 진짜 사슴처럼 사냥해 줄 테니 말이야!"

 

사이로스는 두려움 때문에 혼비백산하며 도망갔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겁만 주려고 했던 투린의 뜻과는 다르게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정신없이 뛰어가던 사이로스가 그만 거친 물살이 흐르는 절벽으로 뛰어내리더니 바위에 부딪혀 죽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하필 이 장면을 주변을 순찰하던 싱골의 수족 마블룽과 그의 병사들이 보고 말았습니다. 투린에게서 자초지종 역시 들은 마블룽은 이것은 명백한 정당방위였으니 왕께서 용서해 주실 것이라며 그를 설득했지만, 투린은 이미 자신은 무법자나 다름없다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결국 그는 마블룽의 설득과 조언을 뿌리치고 도리아스 변경 밖의 서쪽 숲으로 도망갔습니다.

 

사이로스의 운명의 도약 by Ted Nasmith

 

 

검은 검

  투린이 도주한 뒤 메네그로스로 돌아온 마블룽은 이 사실을 즉시 싱골 왕에게 보고했습니다. 싱골은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건을 포함하여 모든 사건을 철저히 조사시켰습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는 당연히 투린은 정당방위였기 때문에 무죄인 것으로 판결이 났지만 그는 이미 도리아스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싱골은 때마침 북부 전쟁터에서 돌아와 있던 벨레그를 불렀습니다.

 

"벨레그, 나는 말이네. 투린을 친자식처럼 아꼈다네.

 그가 비록 후린의 자식이기는 하나, 만약 그가 찾지 않는다면 난 투린을 양자로 삼고 평생 도리아스에 두고 싶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게. 그는 누가 봐도 부당하게 쫓겨났네.

 난 내가 아들을 내쫓고 찾지도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네.

 그러니 그를 찾아서 돌아오게 해주지 않겠나?"

 

"싱골 폐하, 저 역시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자로써 그를 형제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꺼이 명을 받들어 투린을 찾아서 그의 집으로 데려오겠습니다."

 

 

그렇게 벨레그는 투린을 찾아 1년의 시간을 바깥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벨레그는 도리아스 서쪽 숲에서 한 인간 무리가 종족을 불문하고 약탈을 일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갔다가 그만 뒤를 밟혀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인간으로 이루어진 이 무법자들은 벨레그의 장비를 빼앗고 그를 나무에 묶더니 끔찍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꼼짝없이 죽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 그런데 그때 별안간 누군가 뛰어들어오더니 급히 무법자들을 제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들의 두목인 것으로 보이는 자. 부하들을 꾸짖고 경악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본 그의 얼굴을 보고 벨레그는 그가 그토록 찾던 투린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투린은 도주한 이후 이 무법자 무리를 굴복시켜 부하로 만든 뒤 생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투린은 급히 벨레그를 풀어주고 치료해 주었지만 대단히 큰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갈 곳 없는 이들의 사정을 전해 들은 벨레그는 넓은 아량으로 부하들을 용서했고 둘의 우정은 회복되었습니다. 이 일로 투린은 앞으로 앙그반드 무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습니다.

 

붙잡힌 벨레그를 발견한 투린 by Ted Nasmith

 

사태가 정리되자 벨레그는 투린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싱골이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투린을 기꺼이 용서했으니 돌아와도 괜찮으며, 최근에는 오르크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새로운 길을 발견해서 시리온 통로와 도리아스 사이에 있는 딤바르 지방이 고통받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부하들과의 야생 생활에 익숙해진 투린은 그 제안을 거절했으며, 오히려 친우 벨레그에게 자신과 함께 다니자며 제안했습니다. 당연히 벨레그는 제안에 관심이 없었고 둘은 곧 다시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다음 날, 둘은 떠나면서 작별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투린,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거든 딤바르로 와서 나를 찾도록 하게.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할 테니."

"그렇다면 저 역시 이렇게 말해야겠군요.

 당신도 마음이 바뀌거든 아몬 루드로 와서 절 찾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시 메네그로스로 돌아온 벨레그는 투린과 있었던 일들을 왕에게 고했는데 거기에는 투린의 부하들이 자신에게 했던 잔혹한 일은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투린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투린을 너무나 아낀 그는 과거보다 훨씬 위험해진 저 바깥에 양자를 내버려 둬야 한다는 사실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그러자 벨레그는 허락만 해주신다면 자신이 항상 투린의 곁에서 그를 지키겠다고 맹세했고 그 말에 싱골은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긴 했지만 벨레그 역시 투린을 그냥 두고 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입니다. 싱골은 감사의 뜻으로 벨레그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선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 말했고, 벨레그는 오르크의 두꺼운 갑옷을 뚫을 수 있는 검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검이라... 그렇다면 내 검 아란루스를 제외하고는 뭐든 내어줄 테니 자네가 직접 골라보게."

"그렇다면 폐하, 혹시 검은 검 앙글라켈을 가져가도 되겠사옵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유성의 검은 무쇠로 만든 것말이군. 그것이라면 분명 못 베는 것이 없겠지, 좋네."

"잠깐만요, 벨레그."

"예, 멜리안 님."

"그 검이 누가 만든 것인지는 알고 계시겠죠."

"제 기억이 맞는다면 검은 요정 에올이 왕께 선물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가 어떤 자였는지도 기억하겠군요."

"예."

"그 검에는 아직 그 자의 악의가 남아있으니 주인의 손에 오래 머물지 않을 거예요. 부디 조심하세요."

"그렇다면 제 손에 있는 동안은 최대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에올. 아레델의 아내이자 마이글린의 아버지였던 그는, 과거에 난 엘모스 숲에서 거주하는 것을 허락받기 위해 싱골 왕에게 검은 검 앙글라켈을 바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선물은 분명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으며 검은 주인만큼이나 음험한 기운을 발산했습니다. 하지만 벨레그는 멜리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별로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고 메네그로스를 빠져나왔습니다. 북부 전쟁터에서 벨레그가 휘두르는 앙글라켈의 힘은 실로 대단했으며, 전투는 곧 소강상태로 빠지자 그는 투린을 찾기 위해 동료들 몰래 조용히 빠져나와 종적을 감췄습니다.

 

앙글라켈 by Elena Kukanova

 

난쟁이 밈

  한편, 벨레그가 떠난 뒤 투린과 그의 일행은 전보다 더 안전한 은신처를 찾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우연히 난쟁이 셋과 마주쳤는데 그들은 무장한 투린 일행을 보자마자 겁을 먹고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하나는 붙잡혔고 도망가는 둘을 향해 투린 일행이 화살을 날렸지만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붙잡힌 난쟁이는 자신의 이름을 이라고 밝히며 목숨만 살려주면 아몬 루드에 있는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가 주겠다고 제안했고, 그를 불쌍하게 여긴 투린은 그의 제안을 승낙했습니다. 다음 날 투린 일행은 밈을 따라 아몬 루드로 출발했습니다.

 

"바로 저기 보이는 언덕 정상입니다..."

"언덕에 있는 저 붉은색 식물은 세레곤인가?"

"마치 언덕 꼭대기가 피범벅이 된 것 같이 보이는군요, 대장."

 

아몬 루드에 도착한 투린 일행 by Ted Nasmith

 

밈은 비밀통로로 투린 일행을 데려간 뒤 입구에서 투린에게 몸값의 집 바르엔단웨드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은신처 안으로 들어가자 젊은 난쟁이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침대 위에서 숨을 거두었고 하나는 옆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바로 투린 일행의 화살에 맞은 난쟁이들이자 밈의 아들들이었습니다. 아들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밈을 본 투린은 죄책감을 느껴서 이제 정말 이 집은 몸값의 집 바르엔단웨드라고 불릴 것이며, 위안이 되긴 어렵겠지만 어떻게든 재산을 모아 황금으로 대가를 치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곳에 지내면서 투린은 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밈 일행은 머나먼 과거에 난쟁이들의 도시에서 추방된 이들인데, 그들이 최초로 나르고스론드가 있는 동굴을 발견하여 땅을 파들어갔으며, 오르크를 싫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엘다르가 난쟁이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에 그들에게 사냥당한 적도 있어서 그들 역시 대단히 증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해 겨울, 어떻게 알았는지 한 남자가 바르엔단웨드로 그들을 찾아왔습니다. 난쟁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익숙한 그는 다름이 아닌 센활 벨레그였습니다. 그는 딤바르를 떠난 후 과거에 투린이 했던 말을 기억하여 아몬 루드까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벨레그는 딤바르에서 오면서 투린이 전쟁터에서 썼던 도르로민의 용 투구 역시 가져왔는데, 그는 내심 투린이 이 투구를 보면 과거를 떠올려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지만, 투린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여 돌아갈 마음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그의 결심을 확인한 벨레그는 몹시 아쉬웠지만 그를 곁에서 지키기 위해 자신도 이곳에 남기를 자처했습니다. 벨레그는 이곳에서 투린 일행을 치료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점차 그 역시 투린의 부하들에게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밈은 엘다르를 몹시 증오하고 했기 때문에 벨레그도 좋아하지 않았고, 그가 남은 아들 하나와 함께 방에 틀어박혀 점점 교류가 적어지자 투린 역시 그를 신경쓰지 않게 됐습니다.

한편, 벨레그가 떠난 딤바르의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앙그반드에서 새로 파견된 부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곳을 모두 장악했으며, 이제는 그곳 남쪽에 있는 할레스 일가의 브레실 숲마저도 적의 손아귀에 넘어가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벨레그와 투린은 오르크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일어섰으며, 딤바르에서 사라졌던 활과 투구가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자 흩어져있던 저항 세력이 하나둘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소문은 저 북쪽 멀리에 있는 앙그반드 권좌까지 전해졌습니다. 권좌의 존재는 이 소문을 듣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도르로민의 용 투구라. 흐흐흐...

 그래, 마침내 후린을 위한 비극을 연주할 때가 온 것 같구나."

 

후린을 처벌하는 모르고스 by Ted Nasmith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핀웨의 두 아내]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핀웨의 세 아들]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놀도르의 2대 왕 핑골핀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핑골핀의 자녀] [피나르핀의 자녀]
장신의 마이드로스 놀도르의 3대 왕 핑곤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핀로드 펠라군드
(사망 : 베렌의 임무 중 톨인가우로스)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놀도르의 4대 왕 투르곤 오로드레스
아름다운 켈레고름 백색의 아레델(딸)
(사망 : 마이글린을 낳고 얼마 뒤 창에)
앙그로드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검은 얼굴 카란시르   아이그노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재주꾼 쿠루핀   갈라드리엘(딸)
쌍둥이 암로드    
쌍둥이 암라스    
 [페아노르 일가의 3세대] [핑골핀 일가 3세대]  
 켈레브림보르
(쿠루핀의 아들)
에레이니온
(핑곤의 아들)
 
  이드릴 켈레브린달
(투르곤의 딸)
 
  마이글린
(아레델의 아들)
 

※ 3대 에다인 일족 백과 

[베오르 일가] [말라크 일가] [할레스 일가]
[초대 지도자]
도르소니온 초대 왕 보로미르
(사망 : 시기 미상)
도르로민 초대 왕 하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할단
(사망 : 시기 미상)
브레고르
(사망 : 시기 미상)
   
[다고르 브라골라크 1세대]
브레골라스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갈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할미르
(사망 : 자연사)
바라히르
(사망 : 다고르 브라골라크 이후 저항 중) 
군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다고르 브라골라크 2세대]
[바라히르의 아들] [갈도르의 두 아들]  
베렌 에르카미온
(사망 : 부활 후 톨 갈렌에서 조용히)
도르로민의 왕 후린 할디르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후오르
(사망: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다고르 브라골라크 3세대]
디오르 아라넬
(베렌과 루시엔의 아들)
 투린 (후린의 아들)
랄라이스 (후린의 둘째 딸. 사망 : 역병)
니에노르
 (후린의 셋째 딸)
 
  투오르 (후오르의 아들)  

※ 종족 대백과

요정 퀜디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요정 엘다르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요정 바냐르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요정 놀도르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요정 텔레리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요정 난도르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요정 라이퀜디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요정 아바리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요정 우마냐르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요정 모리 퀜디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요정 팔라스림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요정 에글라스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요정 신다르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난쟁이 나우그림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인간 힐도르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인간 에다인 요정의 친구들. 엘다르를 도와 모르고스에 대적한 3대 인간 가문
인간 동부인 Easterlings. 마이드로스 산하에 있었으나 배반한 인간들

※ 벨레리안드 지도

앙그반드 모르고스의 거점. 상고로드림 아래의 지하에 있다.
상고로드림 모르고스가 세운 다섯 산봉우리
도리아스 은둔의 왕국. 신다르의 왕 싱골과 그의 아내 멜리안의 왕국.
넬도레스 숲, 레기온 숲을 감싸는 멜리안의 장막 내 왕국.
메네그로스 천의 동굴. 동굴로 이루어진 도리아스의 수도
노그로드, 벨레고스트 나우그림들의 도시
브리솜바르, 에글라레스트 팔라스림의 항구 도시들.
에이셀 시리온 에레드 웨스린에 위치한 히슬룸과 안파우글리스 사이의 협곡
마이드로스 변경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구성한 앙그반드 포위선
나르고스론드 메네그로스를 본떠서 만든 핀로드 펠라군드의 동굴 궁정
곤돌린 투르곤이 티리온을 본떠서 만든 산맥 사이에 숨겨진 비밀 왕국
톨인가우로스(구 미나스 티리스) 시리온 통로에 있는 톨 시리온 섬에 세워진 감시탑
발라르 섬 투르곤이 서녘으로 배를 띄우고 있는 섬

※ 벨레리안드의 전쟁

1차 전쟁(이름 없음) 놀도르가 오기 전에 벌어진 신도르&난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난도르의 왕 데네소르
다고르누인길리아스(별빛 속의 전투) 가운데땅에 막 도착한 페아노르 일가와 모르고스와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다고르 아글라레브(영광의 전투) 모르고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놀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돌발화염 전투) 화산분화와 함께 시작된 놀도르&에다인과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골핀
             피나르핀의 자녀 앙그로드, 아이그노르
             에다인 일가의 브레골라스, 하도르, 갈도르, 군도르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한없는 눈물의 전투) 마이드로스 연합과 모르고스 군대 사이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곤
             벨레고스트의 왕 아자그할
             에다인 일가의 후오르, 할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