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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조직관리론

피드백 : 개선의 과정

피드백 : 개선의 과정

by Dreamrugi


1. 시작하기 전에

  회사 생활을 하면 필연적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이 바로 업무에 대한 직장 상사의 피드백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리더, 선임 사원에게서 피드백을 받아보고 직접 피드백을 전달해야 할 일도 생기면서 어떻게 피드백을 주는 것이 옳은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상사의 피드백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며 말했던, 그들이 원하는 피드백의 방향과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런 식으로 피드백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들을 떠올리며 상하관계가 있는 조직생활에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실무자에게 어떻게 피드백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글을 기본적으로 게임 업계 중에서도 기획 파트에 대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두고 작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직종이나 업계에서는 옳은 방법이 아닐 수 있음을 주의하며 봐주시기 바랍니다.




2. 피드백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제 블로그의 모든 글이 그렇듯, 일단 무엇에 대해 고찰하기 전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갈 필요가 있겠죠. 따라서 피드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그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행위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피드백은 단어 자체의 어원(기계적인 시스템에서 결과와 반응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것)과 달리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결정권을 가진 구성원(결정권자)이 타구성원(실무자)에게 주는 의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종을 막론하고 기획을 하는 곳이라면 그 기획안을 실제로 추진하기 전에 추진해도 될 것인지 검토하고, 개선하는 과정인 것이죠.

  위의 정의에서 피드백에 관해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나왔습니다. 바로 피드백을 전달하는 구성원, '결정권자'입니다. 즉 이 글은 결정권자가 실무자에게 피드백을 전달할 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며, 결정권자들은 이 과정의 목적이 '개선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는 조직 구조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결정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조직 내의 '상급자'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죠. 잠시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결정권자는 결정권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은 업무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가 있는 결정권자가 실무자의 업무에 대해 개선된 결과가 나오도록 의견을 주는 행위이다."



3. 피드백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가

  피드백이 무엇인지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알았는데,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앞선 항목에서 피드백을 전달하는 주체는 결정권자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피드백에는 필연적으로 결정권자의 의지가 들어가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정권자는 피드백을 전달할 때 '의도(피드백의 원인, 과정)'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도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2번 항목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피드백은 개선된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입니다. 즉 의도라는 것인 '내가 이렇게 하고 싶으니 이렇게 해라'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개선이 될테니 이렇게 해라'라는 형태로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죠.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개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네이버 사전에 검색하보면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이라고 언급됩니다. 그렇다면 피드백(개선을 위한 의견 전달)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할까요? 개선에 대한 정의를 떠올려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실무자가 가져온 업무에 대해 업무의 방향성에 근거하여 '개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잘못, 부족, 나쁜 것)와 왜 그것이 개선이 필요한 지에 대해' 언급해주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잘못, 부족, 나쁜 것'이어야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나 '다른 것(문제가 아닌 것)'이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기 때문이며 다른 것은 왜 개선이 필요한지 논리적,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을 것입니다(그래서 이런 경우 보통 그에 대한 설명이 없이 지시가 되곤 합니다). 

개선이 필요한 것과 그 이유만 설명해주어도 좋은 피드백이지만 좋은을 넘어서 '훌륭한' 피드백이 되려면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피드백의 목적은 개선하는 것이므로 업무를 지시, 감독하는 상급자라면 단순히 문제를 제기만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개선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장점과 단점이 생기게 됩니다. 장점은 결정권자와 실무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빠르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단점의 경우, 실무자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실무자의 성장에 있어서는 다소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방향만 제시할지, 대안까지 제시할지는 진행 중인 업무의 데드라인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조절하면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이런 과정이 없이 피드백이 잘못 전달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키는 일을 그저 묵묵히 처리하는 실무자(사실 이런 실무자는 좋지 않은 사례이죠)가 아닌 이상은 피드백 내용에 대해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 경우 실무자는 결정권자에게 그 이유를 끝까지 케물어서 의구심을 해소할 수도 있지만(이미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것), 결정권자와 대화하기 어렵거나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면 실무자가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피드백을 반영하여 가져간 결과물이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반영되어 비효율적이게도 피드백을 다시 진행해야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실무자의 잘못인가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결정권자는 피드백을 전달하는 주체로써 '올바른 피드백을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드백을 적절한 과정을 거쳐 전달했음에도 실무자가 그것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 이상, 결정권자의 잘못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죠.


"피드백을 전달할 때는 의도(개선 대상, 개선이 필요한 이유, 개선 방향 및 대안)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잘못, 부족, 나쁜 것(개선이 필요한 것)을 다른 것(취향 차이)와 혼동해선 안 된다."


※ 피드백을 전달할 때는 실무자가 어떤 의문점도 생기지 않도록 명확하게 문제점, 개선 의도, 방향을 전달해야 합니다.



4. 피드백 시 유의해야 할 점

  모든 피드백이 위의 과정에 대입된다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결정권자와 실무자 간에 마찰을 자주 빚는 3가지 상황이 있는데 지금부터 그것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살펴볼 경우는 실무자와 결정권자의 의견, 의도가 다를 때입니다. 좋지 않은 성향을 가진 많은 결정권자들이 이런 경우가 벌어지면 보통 "그냥 하라는대로 해라"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말을 전면 부정할 순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정권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물론 실무자에 책임을 전가를 하는 경우는 제외)입니다. 다만 전면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바로 '협의, 설득, 이해'가 아니라 '지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많은 직군 중에서도 특히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하는 부문에서는 '납득'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실무자가 어떤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확신이나 믿음도 없는 상태로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리가 없다는 것은 굳이 이유를 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입니다. 즉 결정권자가 의견이 다른 실무자에게 어떤 납득시키는 과정도 없이 지시를 한다면 당장은 일을 진행시킬 수 있어도 결과적으로 형편없는 결과물이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일등항해사가 육지로 가기 위해선 서쪽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해적선의 선장이 됐고 전진하라고 한다면, 일등항해사는 어떤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게 될까요?

  따라서 둘 사이에 의견이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면 결정권자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단계는 '경청'입니다. 수많은 철학책이나 각종 서적에서 언급하듯이 그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 않으며 집단 지성은 개인 지성보다 뛰어납니다. 즉 결정권자의 의견보다 실무자의 의견이 더 맞는 것일 수도 있으며, 두 의견을 종합하면 더 좋은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결정권자는 일단은 실무자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말이죠. 2단계는 '협의'입니다. 각자의 의견을 놓고 더 합당하고 옳은 것을 찾거나, 단점은 덜어내고 좋은 점만 취하여 절충안을 찾아냅니다. 협의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라는 것이 아니라 '네 말에도 옳은 부분이 있고 내 말에도 틀린 부분이 있다'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협의 과정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3단계인 '설득 또는 일임'의 방법이 있습니다. 설득의 경우, 최종적으로 결정권자의 의견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되 실무자에게는 "내가 책임지겠다"라는 형태로 믿음을 줘야 합니다. 충분히 협의 과정을 거쳤다면 실무자도 결정권자의 의견이 어떤 의도인지 충분히 이해했을 것입니다. 일등항해사의 예시를 다시 들어보자면 여전히 그는 서쪽으로 가야 육지가 나온다고 믿지만, 선장의 말을 듣고보니 정면으로 가도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납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임의 경우는 실무자와 높은 신뢰 관계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으로, 결정권자가 의견을 포기하고 실무자의 의견을 채택합니다. "네가 그렇게 믿는다면 한 번 그렇게 진행해보아라"라고 해주는 것이죠. 주의할 것은 일임했더라도 책임은 결정권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일임했다는 것은 '실무자의 의견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결정권자가 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실무자의 의견이 좋았던 것이고 결정권자는 그런 의견을 진행하도록 좋은 결정을 내렸음을 칭찬받아야 마땅하지 의견이 마치 결정권자의 것이었던 것처럼 말해선 안 됩니다. 만약 이것이 쉽지 않다면 일임이 아닌 설득으로 진행했어야 합니다.


※ 의견이 다를 때 해야하는 것은 지시가 아니라 '협의' 과정입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경우는 결정권자가 원하는 답을 명확히 구상하고 있을 때입니다. 이 경우는 위의 3단계 중에서도 설득과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다릅니다. 설득은 협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 있는 것이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것은 실질적으론 피드백이 아닌, 업무 최초 지시 단계부터 결과물을 구상하고 있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결정권자가 업무를 지시할 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결과물에 대해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이때 단순히 '결과'만을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전달하는 것은 '지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죠. 위 문단에서 납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듯이, 구상하고 있는 결과물을 전달할 때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왜 그 결과물이 되어야 하는지 전달하여 실무자를 납득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실무자가 납득했다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실무자가 결과물이 도출되는 과정에 논리적인 모순이나 불합리 등 잘못된 것을 발견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면, 위에서 언급한 2~3단계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결정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모를 때입니다. 결정권자도 이 일이 어떤 결과물이 되어야 할지 확신이나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로, 최악의 상황에는 실무자가 어떤 결과물을 가져와도 명확한 피드백을 주지 않고 되돌려 보내게 될 수 있습니다. 결정권자가 계속 안개에 쌓인 것 같은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인다면 피드백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지 않고 두루뭉술하거나 앞뒤가 안 맞게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실무자에게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메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무하게 허비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결정권자가 본인의 욕심을 최대한 내려놓고 실무자가 가져온 작업물에 대해 '방향성'과 '위험성' 체크만을 진행하여 실무자의 작업물 퀄러티를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피드백을 진행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 업무에 대해서 명확한 감각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때만큼은 실무자에게 기대어야 하는 것이죠. 또한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실무자가 추진하던 방향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 아닌 이상, 업무 진행 도중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다고 하여 실무자의 방향을 바꾸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의 시간을 허비함과 동시에 실무자에게는 갑작스럽게 변경된 방향으로 인한 혼동과 함께 공중분해 되어버린 자신의 노력에 대한 좌절을 선사하게 될 것입니다.


5. 마치며

  다양한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만을 콕 집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드백은 결정권자의 일이므로 결정권자가 명심해야 할 것을 위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써 업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드백을 진행해야 합니다.

- 일이 잘되던 잘못되던 실무자 뿐만 아니라 결정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실무자에게 의도와 업무 방향성을 명확히 전달해서 실무자가 의문을 가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 집단 지성의 중요성과 자신만으론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실무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지시, 강요하지 말고 실무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 협의해야 합니다.

- 자신이 방향, 결과물을 구상하고 있지 못할 때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실무자를 믿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