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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게임 철학

싱글 게임에서도 함께 하는 느낌은 중요하다

  싱글 기반의 PC, 콘솔 패키지 게임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1인 플레이를 전제로 진행되는 모바일 게임들조차도 다른 플레이어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혼자 하는 것이 기본인데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요?

 

자기결정이론과 게임

  인간의 동기와 행동을 설명하는 이 이론에서는, 사람이 심리적 행복과 자율적 행동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입니다.

우리는 게임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재미를 위해서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임을 재미있게 하려면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하면서 과제를 달성하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니, 자율성과 유능감은 충분히 충족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바로 관계성입니다.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의미하는 이 욕구는,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 기본인 싱글 게임에서는 마치 의미 없는 욕구인 것처럼 보입니다.

불과 약 20년 전에는 정말 그랬을지도 모릅니다만, 현대 심리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2000년대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한 전세계적 연결입니다. 우리는 사회와 너무 깊숙하게 연결되어 생활한 나머지, 이제는 그것이 없는 상태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스마트폰이 근처에 없거나, 있더라도 데이터 혹은 와이파이가 없다거나, PC가 있더라도 인터넷에 끊겨 있다거나 하는 상황을 잠시라도 버틸 수 있을까요? TV마저 일방향성이긴 하지만 세계의 소식을 내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나와 사회의 연결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현대의 인간은 더는 사회와의 연결, 즉, 관계성을 선택이 아닌 기본 욕구처럼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문에 이제는 혼자 하는 것이 기본인 싱글 게임에서조차 관계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해 받고 싶지 않지만 함께 하고 싶은

  하지만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와 연결되었으면 그 안에서 활발히 활동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단절되어도 된다는 식으로 이분법인 생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연결된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게임 플레이는 혼자 해도 그것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하곤 합니다. 방해 받지 않고 편하게 홀로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서도, 외롭기는 싫어서 타인의 존재는 느끼고 싶은 것.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두 욕구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습니다. 방해 받고 싶지는 않지만 적절한 소속감도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일상 생활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굳이 사람이 많은 곳에 산책을 나가기도 하며, 아무도 없는 곳보다는 사람이 있는 공원에 쉬러 나가고,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도 합니다. 또한, 카페에 나가서 홀로 여유를 즐기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들 역시 게임은 홀로 편하게 즐기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받고 싶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최신 유행하는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수 있고, 혼자 플레이 하고 싶지만 친구들이 그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는 MMORPG와 같은 온라인 게임은 전통적으로는 반드시 파티 플레이가 강요되어야 한다고 생각됐지만, 이제는 솔로 플레이 편의를 지원하는 현재의 트랜드와 일치합니다. 즉, 온라인 게임은 반드시 함께 무언가를 수행하는 게임이라는 옛날 방식의 정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MMORPG이지만 던전 솔로 플레이를 지원했던 파이널 판타지 14는 큰 호평을 받았다.

 

 

간단한 예시

  이렇게 싱글 플레이 기반이지만 연결된 느낌을 강조하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당연히 혼자 플레이하는 게 기본일 것 같은 PC, 콘솔 게임에서는 의외로 금방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게임 플레이 중 패배한 다른 플레이어의 잔해를 볼 수 있고,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은 다른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문구나 그들이 사망하게 된 경위를 볼 수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의 다른 플레이어의 흔적

 

엘든링의 다른 플레이어의 흔적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면, 최근 출시된 AFK의 새로운 여정의 경우, MMO 기반의 오픈 필드가 있고 그곳에서 다른 유저와 만날 수 있는 구조지만, 파티형 보스 몇 개를 제외하면 모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1인형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MMORPG를 연상하게 하는 AFK 새로운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