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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게임 철학

대중성의 모호함 : 그보다는 타겟층을 볼 것

"이제 적어도 수집형 게임에서 대중성이라는 기준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요?"

 

  아마 게임 업계 뿐만이 아니라 특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든 업계에서는 대중성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할 것입니다. 대중성,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최근 들어 든 생각이, 제가 항상 주변 분들에게 서브컬쳐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말이니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대중성 역시 사용 시 주의해야 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두루뭉술하게 가지고 있던 찰나에, 저희 프로젝트의 투자자 중 한 분께서 위와 같은 말을 해주셨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와 관련되어 정리해본 생각들을 한 번 나눠보고자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대중성이라는 단어를 모든 곳에 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참고자료를 놓고 A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에 '저건 대중성 있겠네'라고 하는 것과, B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 같은 말을 하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미남 미녀의 영화배우는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대중적이라는 이미지이지만, 그것이 미소녀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같은 캐릭터 수집형 장르라고 하더라도 쿠키런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미소녀 캐릭터는 어필되지 않고, 반대로 미소녀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에게는 쿠키런 같은 캐릭터가 어필되지 않습니다. 즉, 어떤 콘텐츠에서 대중성이라는 것은, 그 타겟층이 어떤 것을 향유하냐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를 몇 개 더 살펴보면, FPS 게임에서 대중성을 챙기겠다고 그래픽을 순화한다고 해서 FPS를 하지 않던 유저가 갑자기 FPS를 시작하기는 어려우며, 전략 시뮬레이션을 밝게 만든다고 해서 SNG 유저가 유입되진 않을 것이고, 스릴러에 대중성을 챙긴다고 영화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고 해서 스릴러를 안 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대중성을 잡겠다고 잘못 의사결정을 내렸다가 주 타겟층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성이라는 단어를 쓸 때는 그 어떤 타겟이나 기준을 정하지 말고 전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게임이라는 엔터테인먼트는 스포츠, 영화나 책에 비해서 소비층이 적어지니, 게임 자체가 대중성이 없다는 말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을 타겟으로 하는 것을 만들겠다고 하면, 인구 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터무니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대중성이라는 말은 어떤 절대적 기준을 놓고 사용할 수 없으며, 언제나 타겟층(Who)을 먼저 정해놓고 그 범주 안에서의 대중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아니, 오히려 대중성이라는 단어 사용 자체를 지양하고 타겟층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지는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A는 대중적이냐, 그럼 B는 대중적이냐, 그럼 다시 C는 대중적이냐, 그래서 대중성이라는 게 뭐냐라는 불필요한 꼬리잡기를 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대중성에 올인한 게임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