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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업계 동향

게임의 새 주요 타겟층 다람쥐 유저

  최근 게임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람쥐 유저라는 것인데, 얼핏 보면 라이트 유저처럼 보이면서도 의미가 다소 다른 이 유저층이 어쩌면 게임 시장을 움직이는 큰 흐름 중 하나가 아닐까 하여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다람쥐 유저?

  다람쥐 유저는 어떤 유저를 말하는 걸까요? 다람쥐하면 떠오르는 것은 도토리를 당장 먹지 않고 끊임없이 쌓아두는 모습입니다. 이 도토리를 게임의 성장 재화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렇습니다. 다람쥐 유저란, 성장 재화를 사용하지 않고 끊임없이 쌓아두는 유저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특히 RPG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성장 재화를 쓰지 않고 쌓아둔다? 대체 왜?'라고 먼저 물음표가 뜰 것입니다. RPG에서 성장은 빨리 할수록 더 큰 이득이 되기 때문에 굳이 쌓아둘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지점이 바로 우리가 먼저 깨야 하는 고정관념입니다.

 

 

다람쥐 유저의 특징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의 레벨링 트랜드가 점점 더 쉽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절대적으로 많은 라이트 유저가 게임에 유입됐습니다. 여기서 라이트 유저는 비단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잘 모르는 유저'까지 포함됩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유저. 이들은 게임이 재미있어 보여서 혹은 유행해서,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유입됐지만 게임, 특히 RPG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무수히 복잡한 스텟과 규칙으로 이루어진 성장 시스템은 거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들 유저도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게임을 유지하면서 이벤트도 참여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게임을 지속합니다. 하지만 역시 그래도 성장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어렵고, 결정적으로 RPG를 잘 알지 못하는 만큼 도전이나 성장의 욕구가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얻은 성장 재화를 쓰지 않고 끊임없이 쌓아둡니다. 마치 다람쥐처럼 말입니다.

 

 

 

다람쥐 유저를 외면할 순 없다.

  그렇다면 이 유저층을 외면해야 할까요? RPG를 만들었는데 RPG를 제대로 즐길 줄 모르기 때문에 타겟층이 아니라고 봐야 할까요? 단언컨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서브컬처 게임 트랜드와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람쥐 유저가 성장이나 도전 욕구가 없다고 해서 과금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성능을 떠나서 순수하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게임에 과금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레이드나 랭킹에 대한 도전 욕구도, 성장에 대한 니즈도 없지만 단순히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게임을 유지하고 과금을 합니다. 또한 이들이 절대 다수의 대중 유저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그들이 일으키는 바이럴과 대세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중성을 지향하는 게임이라면 이제는 다람쥐 유저를 반드시 의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게임에 안착시킬 것인가 입니다. 특히 게임 개발자 대부분은 상당히 코어한 게이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와 다람쥐 유저의 감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에이, 설마 이것도 모르겠어'라고 생각해버리기 쉽상입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게임이 다람쥐 유저를 잡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가기만 하면 게임의 기본적인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는 필수 성장 코스를 구성하는가 하면, 호요버스의 게임들은 게임의 모든 튜토리얼이 담긴 도감이나 체험 학습 콘텐츠에 많은 공을 들이고, 리버스1999 같은 일부 게임은 전혀 성장하지 않아도 메인 스토리와 모험 전투를 즐길 수 있는 난이도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게임에 익숙한 유저를 잡는 방법론은 수십 년에 걸친 게임 역사에서 너무 많은 방법론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라이트 유저, 나아가 다람쥐 유저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