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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게임 철학

뽑기 BM은 비싼 단가 대비 높은 만족감으로 가는가

니케의 시작과 현재

  니케가 런칭했을 때 가장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는 높은 과금 단가였습니다. 기존에는 많은 게임이 1회 뽑기에 약 3000원을 책정했지만, 니케는 6000원을 책정했고 이로 인해서 업계와 유저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2주년을 맞이한 지금. 니케의 매출 순위는 한일을 막론하고 글로벌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모바일 인덱스 24.11.10 한국, 일본, 대만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니케 BM 구조의 특징

  니케는 단가가 타게임 대비 2배이지만 기본 확률이 4%로 높은 편입니다. 보통 변동 확률을 사용하지 않는 뽑기 게임이 2.5 ~ 3%를 책정하는데, 단가 대비 확률을 생각하면 기대값을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눈 여겨 봐야 할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니케는 확정 교환 포인트(천장)를 초기화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또한, 각종 이벤트나 배틀 패스 등으로 뽑기 티켓을 상당히 많이 배포하는 게임에 속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캐릭터는 한정이 적고 대부분 픽업 종료 후 상시 모집으로 편입되기 때문에 급하게 캐릭터를 뽑아야 할 이유도 낮은 편입니다. BM 상품 관하여는, 다이아 직과금보다는 패키지 위주로 과금이 구성된 게임이며, 패키지의 단가는 대부분 수 만원 이상으로 역시 단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것들이 시사하는 바는 바로 이것입니다. 니케는 과금을 적게 하고 느긋하게 즐기려면 몹시 후한 게임이 되고, 반대로 경쟁에 눈길을 돌려 과금을 하려고 마음 먹으면 매우 박한 게임이 된다는 것입니다.

 

뽑기 게임에서 4%는 꽤 이례적입니다.

 

그러나 3000 다이아 10회 뽑기를 위해 6만원 상당의 과금을 해야 하여 단가가 비쌉니다.

 

 

그렇다면 유저 비율은?

  그렇다면 그중에서 과금 관련 유저 지표는 어떻게 될까요? 2년 간 과금하며 플레이 했던 경험에 기반했을 때 제 추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BU가 많이 낮은 대신 ARPU가 상당히 높은, 상위 과금 유저 위주로 매출이 유지되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니케는 AFK식 무한 성장 모듈을 채택한 게임으로, 특별히 과금을 하지 않아도 시간을 들이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또한, 밸런스상 캐릭터의 본체(명함)이 가장 고효율이며, 돌파할수록 과금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앞서 특징에서 살펴본 것과 함께 생각해보면, 라이트 유저는 특별히 과금할 니즈가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라이트하게 니케를 즐기는 많은 분들이 과금을 하지 않고 즐기고 있습니다.

반대로 유니온 레이드든, 솔로 레이드든, 아레나든, 랭킹 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니케는 캐릭터가 기본 3 한계돌파에 코어 강화 7회까지 가능한, 총 10회의 돌파가 가능한 게임입니다. 이 영역의 효율이 돌파당 2% 정도의 효율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캐릭터의 성장도가 비슷해지는 최상위권에서는 이 약간의 차이가 순위를 구분 짓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 상위권을 노리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어지간한 수집형 게임보다 훨씬 많은 과금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고효율 패키지를 모두 샀는데도 원하는 성장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1회 과금마다 다른 게임의 2배 가격을 주고 과금을 연속적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니케의 MAU 순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수집형 게임 중에서는 이 게임은 유저 수가 상위권에 들 정도로 유저 수가 적지 않은 게임입니다. 즉, 과금 구조가 이렇다고 해서 유저 수가 적은 매니악한 게임은 아니라는 것이고, 오히려 수많은 라이트 유저가 유저군 밑을 받쳐 주면서 매출은 상위의 뾰족한 유저가 만들어주고 있는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위권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보통 캐릭터 명함만 획득하고, 돌파는 언젠가 된다는 마인드로 천천히 올리는 게임입니다.

 

이벤트 상점에서 뽑기 티켓을 다량 지급

 

배틀 패스로 재화가 아닌 뽑기 티켓을 제공

 

 

이 BM 구조는 대중화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BM 구조는 시장에 대중화될 수 있을까요? 현재의 3000원 1회 뽑기의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2년을 지켜본 결과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니케는 비주얼 측면으로든 장르적 특성으로든 유저 연령층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측컨데 아마 대부분 30대 중후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서브컬처 유저층과는 유저군이 다르다고 판단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블루 아카이브 유저층과 니케 유저층은 겹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렇게 봤을 때 아마 니케 유저층은 다른 유저층보다 조금 더 과금 친화적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니케의 과금 구조를 그보다 낮은 저연령층에게 제공하면 아마 큰 반발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블루 아카이브를 필두로 한 20~30대 유저군은 일본, 중국 CCG에 더 익숙하고 그들 게임은 모두가 1회 뽑기 3000원 구조에 패키지보다는 다이아 직과금 구조를 채택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유저들은 기대값 같은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당장 내가 과금해야 하는 돈이 얼마인지를 더 신경쓰기 때문에, 아무리 세심하게 제어해도 반발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 일본에 출시됐던 레슬레리아나의 아틀리에를 들 수 있습니다. 니케가 일본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어서인지, 이 게임을 개발한 일본 개발사에서 니케식 확률과 뽑기 단가를 채택해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본 현지 유저의 거센 반발이 발생했고, 결국 개발사는 런칭 2주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BM 구조를 수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니케 론칭 당시에 이런 논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었더라도 그간의 운영 특성을 보면 레벨 인피니트나 시프트업이 무대응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틀리에라는 IP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직 유저들은 이런 BM 구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는 것입니다. (니케와 달리 천장 포인트가 보존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점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만)

 

3000 쥬얼이 10회 뽑기인데, 3550 쥬얼에 6만엔으로 책정된 레슬레리아나의 아틀리에

 

결국 런칭 2주만에 공식 사과문과 함께 과금 정책 대대적 변경을 진행했다.

 

 

마치며

  개인적으로는 게임에 과금을 꽤 많이 하는 입장에서는 이 BM 구조가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벤트 등으로 보상을 많이 지급하고 고효율 패키지로 과금 유저를 케어한다는 전제 하에 라이트 유저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과금 유저는 단가는 높지만 그만큼 보상감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뽑기 게임의 핵심 재미 중 하나는 결국엔 또 뽑기이므로, 뽑기를 할 때의 보상감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게 피부에 와닿으려면 인고에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단가를 높이고 과금 횟수를 줄여주는 대신, 횟수별 과금 만족도를 올려주는 것도 좋은 흐름으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