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프라임 비디오 '힘의 반지'는 원작 각색이 너무 많이 되어 그것과 비교하면 많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
사우론의 득세
아르파라존 왕의 조건에 따라 누메노르로 온 사우론은 전성기의 아르메넬로스를 보고 질투심에 휩싸였습니다. 누메노르 왕국의 위세가 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찬란함은 너무 눈이 부셨고, 그것이 만든 사우론 내면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아름다운 안나타르 모습으로 왕궁에 들어선 사우론은 화려한 언변과 계략으로 왕과 왕의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습니다. 마이아 출신이면서 고대의 전승을 알고 있는 사우론의 방대한 지식은 두네다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3년이 지나자 사우론은 왕의 최측근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우론이 왕의 총애를 받자 왕의 사람들은 물론 그 외 사람들도 그에게 아첨하며 친해지려 노력했고, 얼마 지나지 않자 사우론은 누메노르에서 왕 다음으로 강력한 권력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강력한 권력을 얻은 사우론은 슬슬 누메노르에 어둠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서녘에 대한 누메노르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파악한 그는 본격적으로 이들과 서녘의 군주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그는 발라는 그렇게 위대하고 선한 존재가 아니며 일루바타르를 들먹이면서 두네다인을 속이고 있고, 서녘 땅에는 기름진 땅과 찬란한 보물이 많다고 설파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섬기는 이에게 아낌없이 힘을 하사하는 고대의 암흑을 은연중에 언급했고, 아르파라존 왕이 사우론을 불러 그에 관해 자세히 물어보자 그는 문을 걸어 잠그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폐하와 같이 위대한 분조차 그분을 모르신다는 것은 발라의 계략이 성공했다는 뜻이군요."
"발라의 계략이라?"
"발라는 분명 일루바타르를 앞세워 거역할 수 없다고 말했을 겁니다. 아닌가요?"
"그랬지. 발라조차 거역할 수 없다고 말이야."
"감히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자면 그것은 모두 거짓입니다. 폐하."
"거짓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들은 편하게 거짓을 말하기 위해서 일루바타르라는 허상을 내세운 것입니다."
"일루바타르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냐?"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들의 악행을 숨기기 위해 만든 가짜입니다."
"악행이라 함은 고대의 암흑과 관련된 것이더냐."
"예. 고대의 암흑은 발라에게 아르다를 통치할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진정한 주인이십니다."
"진정한 주인이라..."
"그분께서는 자신을 섬기는 자들에게 아낌없이 선물과 힘을 내리십니다."
"그분의 존함이 무엇이냐, 지금 어디에 계시고?"
"안타깝게도 발라에 의해 서녘 너머에 억류되어 계시며,
그 위대하며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신 분의 존함은 멜코르라고 하옵니다."
이날 이후, 아르파라존 왕은 그 누구도 메넬타르마 산에 있는 일루바타르의 신전에 오르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으며, 누메노르 왕국은 발라나 일루바타르가 아닌 새로운 신을 믿기 시작했으니, 그 대상은 바로 멜코르, 곧 모르고스였습니다.
아만딜
한편, 사우론이 득세하자 충직한 자들의 삶은 전보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치닫자 많은 이들이 변절하여 왕의 사람들이 되었고, 충직한 자들을 아니꼽게 보았던 사우론의 명에 의해서 이제 그들은 아르메넬로스 왕궁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힘든 시기에도 충직한 자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안두니에 항구의 영주 가문이 있었으며, 이 암울한 시대에 이들을 이끌고 있는 이는 아만딜이었습니다. 그는 아르파라존 왕이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인물로, 사우론이 나타나기 전에는 충직한 자들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왕의 자문관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위험인물로 간주한 사우론은 힘을 얻자마자 그의 직위를 해제하고 왕궁에서 내쫓았기 때문에, 현재는 가족들과 남은 충직한 자들을 모아서 왕궁 항구인 로멘나에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사우론은 아만딜을 철저하게 제거하고 싶었으나 그러지는 못했는데, 안두니에 영주 가문은 이런 시기에도 많은 백성의 존경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아만딜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더욱 어두웠습니다. 아버지의 어두운 표정을 본 가족들은 그가 걱정되어 달려왔습니다. 아만딜에게는 엘렌딜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며 엘렌딜은 다시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의 이름은 각각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이었습니다. 엘렌딜의 두 아들은 누메노르의 나이로는 청년이었습니다. 엘렌딜은 아만딜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오늘따라 표정이 좋지 않으시군요. 무슨 소식이라도 들으셨습니까?"
"엘렌딜. 아르메넬로스 왕궁의 님로스를 기억하느냐?"
"흰 나무 말씀이십니까?"
"사우론이 폐하께 그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조언했다는구나."
"예? 하지만 그 나무는 선조께서 누메노르 왕가와 운명을 함께 한다고..."
"그래서 폐하께서 아직 망설이고 계시지만 언제나 그렇듯 얼마 안 가서 사우론의 말대로 하실 게야."
"할아버님, 그 나무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인가요?"
"그러고 보니 이실두르와 아나리온에게는 자세히 말해준 적이 없구나.
모두 이리 모여 앉거라 해줄 이야기가 있느니라."
아만딜은 엘렌딜과 이실두르, 아나리온을 앉혀 놓고 님로스의 시초가 된 발리노르의 두 나무 라우렐린과 텔페리온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발라 야반나에 의해 태어난 두 개의 나무와 나무의 시대. 밤과 낮을 번갈아가며 세상을 밝힌 두 나무. 실마릴과 나무의 죽음. 두 나무의 뿌리가 닿아있는 아르메넬로스 왕궁의 님로스... 아만딜의 자녀들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는데 특히 그중 한 자녀가 유독 눈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뿌리는 이어지리
밤하늘 이실의 빛이 유독 어두웠던 늦가을 어느 밤. 검은 옷과 모자 달린 망토로 정체를 숨긴 자가 성벽을 넘어 아르메넬로스 왕궁으로 들어왔습니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천천히 왕궁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침입자. 안뜰에 도착한 그는 그곳 한가운데에서 목표를 발견하자 눈을 크게 뜨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터져 나오는 감동을 대신했고, 그 간절한 시선 끝에 닿아있는 것은 바로 님로스였습니다. 꽃을 피우지 않은 나무를 보고 그 이유가 비단 늦가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침입자는 짧게 생각했습니다.
안뜰 주변은 사우론의 엄명에 의해 나무를 베어내기 전까지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도록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상태. 침입자는 소리 없이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경비병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순찰의 빈틈을 발견한 침입자는 침을 꼴깍 삼키고 천천히 천천히 님로스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에 도착하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님로스가 맺은 열매 하나를 따서 조심스럽게 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때.
"거기 누구냐?"
나무의 흔들림을 감지한 경비병 하나가 다가와서 침입자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빠르게 달려들어서 경비병을 밀쳐내며 칼을 꺼내 목에 찔러 넣었습니다. 하지만 평시보다 한층 삼엄해진 경계 때문에 금세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치, 침입자!"
"잡아라! 놓쳐선 안돼!"
챙! 챙! 으악! 도망간다! 잡아! 지원을 불러라! 챙! 크윽! 어디 갔지! 어서 찾아!
침입자는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경비병들을 돌파한 뒤 끝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고 가까스로 왕궁을 빠져나왔지만, 그 역시 수많은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그는 지치고 부상을 입었지만 끝까지 경계를 풀지 않고 이동했으며 마침내 로멘나 항구에 위치한 그의 본가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본가는 왕궁에서 벌어진 난리로 소란이었습니다.
"아버님, 왕궁에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엘렌딜. 누가 폐하를 노리기라도 했다는 게야?"
"왕궁 안뜰의 님로스 근처에서 발견되어 도주했다고 합니다."
"뭐라? 님로스?"
"거기 누구냐! 아버님 물러나십시오!"
"잠깐, 넌... 이실두르. 이실두르가 아니냐!"
"맙소사 몸의 상처는 다 무엇이냐. 그 복장은 또 무엇이고!"
"아버님, 할아버님... 이, 이것을..."
"... 이것은 분명 님로스의 열매가 아니냐. 설마..."
"이것으로 두 나무의 뿌리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털썩
"이실두르! 정신 차리거라! 이실두르!"
"거기 아무도 없느냐! 어서 의사를 불러와라! 어서!"
왕궁 침입자의 정체는 엘렌딜의 아들 이실두르였습니다. 쓰러진 그는 여러 날을 사경을 헤매며 누워있었습니다. 아만딜은 손자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열매를 비밀리에 심었고, 얼마 후 님로스의 열매가 마침내 싹을 틔우자 사경을 헤메고 있었던 이실두르 역시 기적적으로 깨어났습니다.
이 일이 있고 얼마 뒤 아만딜이 우려했던 대로 아르파라존 왕은 사우론의 부추김에 넘어가서 님로스를 베어냈습니다. 그러자 사우론은 아르메넬로스 도시에 불의 제단이 있는 신전을 세운 뒤 첫 불의 희생양으로 님로스를 사용했습니다. 님로스가 불타기 시작하자 끔찍한 악취가 온 도시를 가득 채웠으며 시커먼 매연이 섞여 들어간 불길한 구름이 7일간 누메노르 전역을 뒤덮었습니다.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인물
요정(놀도르) |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 현 가운데땅 놀도르의 왕이자 린돈의 군주 페아노르의 증손이며 핑골핀의 손자이자 핑곤의 아들 |
요정(텔레리) | 키르단 | 길갈라드와 함께 미슬론드 항구를 관리하는 조선공 |
요정(놀도르) | 엘론드 | 에아렌딜의 엘다르의 삶을 선택한 첫째 아들 |
인간(두네다인) | 엘로스 |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 에아렌딜의 인간의 삶을 선택한 둘째 아들 |
인간(두네다인) | 아르파라존 | 누메노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오만했던 왕 |
인간(두네다인) | 아만딜 | 아르파라존 시대의 충직한 자들 지도자. 안두니에의 영주 |
인간(두네다인) | 엘렌딜 | 아만딜의 아들 |
인간(두네다인) | 이실두르 | 엘렌딜의 첫째 아들. 님로스의 열매를 구해낸 자. |
인간(두네다인) | 아나리온 | 엘렌딜의 둘째 아들 |
요정(놀도르) | 갈라드리엘 | 페아노르의 손녀이자 피나르핀의 딸이며 켈레보른의 아내 |
요정(신다르) | 켈레보른 | 도리아스 신다르 출신이며 갈라드리엘의 남편. |
요정(신다르) | 암디르 (아들 : 암로스) |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스로리엔 지역에 정착. |
요정(신다르) | 오로페르 (아들 : 스란두일) |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바니온 초록큰숲에 정착 |
요정(놀도르) | 켈레브림보르 (사망) | 에레기온 대장간의 군주이자 힘의 반지를 만든 자. 페아노르의 손자이며 쿠루핀의 아들. |
미상 | 안나타르 | 사우론이 엘다르를 속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형상. |
마이아 | 사우론 |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모르고스의 주요 부관 |
인간(악령) | 마술사왕 | 아홉 나즈굴의 대장이며 사우론의 부관 |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지명
- | 누메노르 | 발라가 3대 에다인 가문에게 선물로 선사한 섬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에 떠있으며, 두네다인 사는 땅 |
누메노르 | 메넬타르마 | 누메노르 중앙의 높은 산으로 일루바타르의 신전이 있음 |
누메노르 | 안두니에 항구 | 누메노르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
누메노르 | 아르메넬로스 왕궁 | 두네다인의 누메노르 왕국 수도. |
누메노르 | 로멘나 항구 | 아르메넬로스 동쪽에 위치한 항구. |
가운데땅 | 린돈 | 에레드 루인 서부에 위치한 옛 벨레리안드 땅 |
가운데땅 | 에리아도르 | 히사에글리르 서부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에네드와이스 | 히사에글리르 남서쪽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로바니온 | 히사에글리르 동부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에레드 루인 | 린돈(옛 벨레리안드)과 가운데땅 사이에 상하로 뻗은 산맥 |
가운데땅 | 회색 항구 미슬론드 | 린돈에 위치한 엘다르의 항구 도시 |
가운데땅 | 에레기온 대장간 | 켈레브림보르가 세운 놀도르의 대장간. |
가운데땅 | 모리아 왕국 | 히사에글리르 지하, 에레기온 옆에 위치한 난쟁이의 왕국 |
가운데땅 | 히사에글리르 | 안개 산맥. 가운데땅 북부를 상하로 가로지른다. |
가운데땅 | 모르도르 | 로바니온 남쪽에 위치한 척박한 땅. 불의 산이 있는 곳. |
가운데땅 | 바랏두르 | 모르도르에 위치한 사우론의 요새. |
'글 서재 > [연대] 반지의 제왕'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 힘의 반지 : [태양 제2시대] 아르노르와 곤도르 (0) | 2023.03.29 |
---|---|
3-6.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누메노르의 멸망 (0) | 2023.03.28 |
3-4.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드리우는 어둠 (0) | 2023.03.22 |
3-3.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암흑의 시대 (0) | 2023.03.22 |
3-2.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사우론의 계략 (0)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