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프라임 비디오 '힘의 반지'는 원작 각색이 너무 많이 되어 그것과 비교하면 많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
피어나는 의문
"우리는 우리가 일군 사랑하는 이 땅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다."
가운데땅에서 사우론을 몰아낸 지 수백 년. 바다 건너 누메노르 왕국에서 발라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누메노르 왕국이 건립되고 약 2천 년 후. 두네다인은 그들이 가장 자신 있는 항해술과 조선술을 이용하여 가운데땅 전역을 누비고 다녔으며 뛰어난 항해자인 그들이 갈 수 없는 곳은 없어 보였습니다. 또한, 암흑의 시대를 끝낸 전쟁에서 위기에 처한 가운데땅의 엘다르를 사우론으로부터 지켜낸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능성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가운데땅에 많은 정착지를 만든 뒤 그곳에서 가져온 보물로 누메노르 왕국은 전보다 더욱 살기 좋고 아름다운 땅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넘어설 수 없는, 아니 넘어선 안 되는 벽도 있었습니다. 두네다인은 메넬타르마에 올라서 서쪽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발리노르를 보며 그곳을 갈망하곤 했습니다. 죽지 않는 존재들이 살고 있는 불멸의 땅. 아무리 눈부신 발전을 이뤄도 유한한 생명을 가진 두네다인은 죽음이 찾아오면 아르다를 떠나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날 운명이었고, 그런 그들에게 발리노르는 어떻게든 도달하고 싶은 이상향이었습니다. 그러나 발라는 두네다인이 불멸의 땅에 현혹되어 그들의 운명을 넘어서려 하는 것을 우려하여 서쪽으로 항해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습니다.
발라의 영향을 직접 받은 왕국 초기에는 이 금제에 의문을 가지는 이가 없었으나 수천 년이 흐르자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운데땅을 사우론으로부터 구원했던 누메노르 제11대 왕 타르미나스티르 이후 2대가 지난 제13대 왕 타르아타나미르 시대. 어느새 가운데땅 인간들에게 베푸는 것보다 약탈하는 것에 익숙해진 두네다인은 이제 공공연히 발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엘다르는 반역을 일으킨 자들도 불멸의 땅에 산다지?"
"그것뿐인가? 죽은 자들도 만도스의 궁정에 들어서 영생을 누린다던데?"
"뭐야, 그럼 죽어도 죽는 게 아니지 않는가?"
"괜히 불멸이라는 이름이 붙었겠나."
"어이가 없군. 그런 자들도 있는데 우리는 왜 발리노르로 가면 안 되는 거야?"
"맞는 말일세. 모든 바다를 정복한 우리가 무엇이 부족해서?"
터져 나온 불만은 삽시간에 누메노르 왕국 전역으로 퍼졌고 이 소문은 곧 바람의 발라이자 아르다의 왕 만웨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불신
만웨는 누메노르 왕국에서 들려온 불길한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사자를 보내서 타르아타나미르 왕과 두네다인들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두네다인이여, 발리노르에 오더라도 너희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거긴 불사의 땅이 아니니라."
"지금 저희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말이십니까?"
"그저 불사의 존재들이 살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니라."
"저희는 이 땅을 사랑하며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왜 저희는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없습니까?"
"너희 운명은 일루바타르께서 정하셨으며 발라조차 바꿀 수 없느니라."
"그렇다면 어째서 저희만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너희 눈에는 엘다르의 불멸이 축복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축복이 아니다."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들은 좋든 싫든 이 세상의 마지막 날까지 남아야 하나, 너희는 구속되지 않고 떠날 수 있지 않느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 것이 무슨 자랑이란 말입니까?"
"너희들의 고향은 본디 이곳도 발리노르도 아닌 세상 밖이다.
그것은 일루바타르께서 정하신 것이고 누구도 바꿀 수도 거역할 수도 없느니라."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는데 그저 맹목적으로 믿고 기다리란 말씀이십니까!"
"일루바타르의 의도를 우리가 모두 알 수는 없느니라.
그분께서도 다 의미가 있어서 정하신 것일 터이니 의심을 거두거라."
사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두네다인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깊어지기만 했지만, 아직은 이들도 발라의 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금제를 어기고 서녘으로 항해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타르아타나미르 왕은 이후 가운데땅에서 더 많은 공물을 징수했으며, 삶과 명예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서 장성한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때가 되었는데도 끝까지 왕권을 쥐고 있으려 해서 거부한 자라고도 불렸습니다. 하지만 타르아타나미르의 집착은 이제 겨우 누메노르 왕국에 드리운 어둠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왕의 사람들과 충직한 자들
타르아타나미르 왕이 서거하자 그의 뒤를 이어 제14대 타르앙칼리몬 왕이 즉위했습니다. 이 시대에 들어서자 이제 누메노르 왕국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왕의 사람들(King's Man)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왕을 주축으로 하여 발라와 엘다르에 대한 불신이 깊은 자들로, 이들은 이제까지 사용해왔던 엘다르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으며 자녀들에게도 더는 그 언어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발라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타르아타나미르처럼 그들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금제를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음을 피하려 시도했습니다. 죽은 자들을 위한 거대한 집을 짓거나 현자들로 하여금 생명을 연장하거나 죽은 사람을 다시 부활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게 했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는 없었고, 날이 갈수록 누메노레 섬은 음산한 무덤들만 가득 찬 땅으로 변모했습니다. 섬이 좁아지기 시작하자 두네다인은 점점 가운데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곳에서 재물을 긁어모아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더 많은 부와 쾌락을 탐했습니다.
반면에 이런 암울한 시대에도 왕에게 충성을 바치면서 발라와 엘다르와의 친교 역시 끝까지 유지하려 노력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충직한 자들(Faithful)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들은 주로 누메노레 섬 서쪽에 위치한 거대 항구 안두니에를 거점으로 삼고 있었으며 숫자는 왕의 사람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소수파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데, 안두니에 영주의 핏줄을 거슬러 올라가면 누메노르 왕국 제4대 왕의 장녀가 이 가문에 혼인 오면서 왕가의 피가 섞였으며, 안두니에 영주 가문은 언제나 왕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들은 왕의 사람들과는 생각이 다르기는 했지만 충성심 역시 대단했기 때문에 왕의 사람들에게 대척하는 일은 없었고, 그저 최선을 다해서 서녘의 엘다르 및 미슬론드의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와의 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짙어지는 어둠
누메노르 왕국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발리노르 및 엘다르와 멀어졌습니다. 타르앙칼리몬의 치세가 끝날 때쯤에는 더는 메넬타르마 산의 일루바타르 신전에 방문하지 않았으며, 제20대에 들어서는 왕호를 엘다르 언어로 부르던 전통을 버리고 그들만의 언어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왕국에서 엘다르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금지되었고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발리노르에서 찾아오는 배는 극히 드물어지면서 대부분 은밀히 방문했습니다. 제23대에 들어서 마침내 왕국에서 엘다르 언어 사용이 완전히 금지됐고 엘다르의 방문 역시 허용하지 않았으며, 그들을 환영하는 자들에게는 처벌까지 내려졌습니다.
암흑의 시대가 끝나고 약 1500년이 지나 제25대에 들어서는 누메노르 왕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으며 가장 오만했던 왕이 등장하니, 그의 이름은 바로 황금의 아르파라존이었습니다. 그는 본디 제23대 왕의 차남의 아들로 왕위 계승권이 없었으나, 제24대 왕이었던 그의 형이 아들 없이 딸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자 4촌 이내 사람과는 혼인하지 않는다는 왕의 법도를 깨고 조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혼인을 올려 왕위를 찬탈했습니다.
아르파라존의 권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의 어느 날, 옥좌에 앉아있던 그에게 가운데땅에서 정착지를 관리하던 자들이 돌아와 보고를 올렸습니다.
"위대하신 아르파라존 폐하! 보고드립니다!"
"... 뭐냐 말해라."
"모르도르의 사우론이 해안 정착지를 공격하여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스스로 인간들의 왕을 자처하며 누메노르 왕국을 멸망시키겠다고 공언했다는 전갈입니다!"
"... 뭐라? 이 건방진 자가 감히!!"
"명을 내려주시옵소서!"
"그 누구도 에아렌딜의 후계자를 멸망시킬 수 없으며 인간들의 왕은 바로 나, 아르파라존이다!
지금 당장 전 함대 출정을 준비하라! 짐이 직접 사우론을 벌하리라!"
아르파라존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는 사실 이 기회에 발라나 엘다르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힘으로 사우론을 굴복시킨 후 자신이 모든 인간들의 왕이 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왕명이 내려오자 왕의 사람들이나 충직한 자들을 가릴 것 없이 왕국의 모든 힘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는 힘을 발휘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누메노르의 눈부신 전함들이 빽빽하게 들어찼으며, 그 위에는 온갖 빛나는 무기로 무장한 강대한 군대가 가득했습니다. 황금빛을 번쩍이는 거대한 함대가 가운데땅 해안에 나타나자 그것을 본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멀리 도주했고, 마침내 군대가 상륙했을 때 주변에는 그 누구도 남지 않아서 적막만이 감돌았습니다.
모르도르 인근의 언덕에 도착한 아르파라존은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바랏두르 성채에 사자를 파견하여 사우론에게 지금 당장 내려와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우론은 다시 한번 아름다운 안나타르의 모습을 한 채 홀로 성채에서 내려와 아르파라존의 앞에 몸을 숙였습니다.
"누메노르 왕국의 위대하고 존귀하신 아르파라존 폐하를 뵙습니다."
"네놈은 분명 짐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왕께서 들으신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옵니다."
"오해라?"
"폐하의 위엄에 비할 바는 아니오나 저는 과거 선대 폐하로부터 누메노르의 위대함을 깨달은 바 있사옵니다."
"타르미나스티르 선대 폐하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제가 선대보다도 위대하신 아르파라존 폐하께 같은 실수를 범하겠사옵니까?"
"그럼 짐의 신하들이 거짓을 고했다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모두 폐하께 황금같이 변치 않는 충성을 하고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왕께서도 아시다시피 오르크라는 것들은 워낙 어리석은지라. 녀석들이 멋대로 입을 놀린 것이옵니다."
"그래서 네놈은 잘못이 없다는 것이냐?"
"부하의 잘못은 제 부족함 때문이니 제가 폐하께 사죄의 뜻으로 충성 서약을 하러 온 것이옵니다."
"... 그렇단 말이지."
"예. 모르도르의 군주 사우론이 아르파라존 폐하께 변하지 않을 충성을 맹세하옵니다."
"... 좋다. 다만 조건이 있느니라. 너는 앞으로 누메노레 섬에서 생활하며 나를 섬겨야 할 것이다."
"누메노르 왕국으로... 오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떠냐. 그래도 충성을 맹세하겠느냐?"
"... 물론입니다. 왕께서 원하신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나이다."
사실 사우론은 원래 정말 누메노르를 몰아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목격한 누메노르의 위세가 그의 예상을 뛰어넘자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것을 깨달은 사우론은 교묘하게 상황을 무마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르파라존 왕 역시 의심이 많아서 사우론을 완전히 믿지 않았으며, 사우론을 누메노르로 데리고 가면 그가 가운데땅의 하수인을 부릴 수 없을 테니 원하는 대로 그를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물론 사우론은 내키지 않는 척했지만 그가 원했던 바라고 생각했고, 아르파라존 왕은 이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인물
요정(놀도르) |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 현 가운데땅 놀도르의 왕이자 린돈의 군주 페아노르의 증손이며 핑골핀의 손자이자 핑곤의 아들 |
요정(텔레리) | 키르단 | 길갈라드와 함께 미슬론드 항구를 관리하는 조선공 |
요정(놀도르) | 엘론드 | 에아렌딜의 엘다르의 삶을 선택한 첫째 아들 |
인간(두네다인) | 엘로스 |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 에아렌딜의 인간의 삶을 선택한 둘째 아들 |
인간(두네다인) | 아르파라존 | 누메노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오만했던 왕 |
요정(놀도르) | 갈라드리엘 | 페아노르의 손녀이자 피나르핀의 딸이며 켈레보른의 아내 |
요정(신다르) | 켈레보른 | 도리아스 신다르 출신이며 갈라드리엘의 남편. |
요정(신다르) | 암디르 (아들 : 암로스) |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스로리엔 지역에 정착. |
요정(신다르) | 오로페르 (아들 : 스란두일) |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바니온 초록큰숲에 정착 |
요정(놀도르) | 켈레브림보르 (사망) | 에레기온 대장간의 군주이자 힘의 반지를 만든 자. 페아노르의 손자이며 쿠루핀의 아들. |
미상 | 안나타르 | 사우론이 엘다르를 속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형상. |
마이아 | 사우론 |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모르고스의 주요 부관 |
인간(악령) | 마술사왕 | 아홉 나즈굴의 대장이며 사우론의 부관 |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지명
- | 누메노르 | 발라가 3대 에다인 가문에게 선물로 선사한 섬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에 떠있으며, 두네다인 사는 땅 |
누메노르 | 메넬타르마 | 누메노르 중앙의 높은 산으로 일루바타르의 신전이 있음 |
누메노르 | 안두니에 항구 | 누메노르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
누메노르 | 아르메넬로스 왕궁 | 두네다인의 누메노르 왕국 수도. |
가운데땅 | 린돈 | 에레드 루인 서부에 위치한 옛 벨레리안드 땅 |
가운데땅 | 에리아도르 | 히사에글리르 서부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에네드와이스 | 히사에글리르 남서쪽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로바니온 | 히사에글리르 동부에 위치한 땅 |
가운데땅 | 에레드 루인 | 린돈(옛 벨레리안드)과 가운데땅 사이에 상하로 뻗은 산맥 |
가운데땅 | 회색 항구 미슬론드 | 린돈에 위치한 엘다르의 항구 도시 |
가운데땅 | 에레기온 대장간 | 켈레브림보르가 세운 놀도르의 대장간. |
가운데땅 | 모리아 왕국 | 히사에글리르 지하, 에레기온 옆에 위치한 난쟁이의 왕국 |
가운데땅 | 히사에글리르 | 안개 산맥. 가운데땅 북부를 상하로 가로지른다. |
가운데땅 | 모르도르 | 로바니온 남쪽에 위치한 척박한 땅. 불의 산이 있는 곳. |
가운데땅 | 바랏두르 | 모르도르에 위치한 사우론의 요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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