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마이드로스 연합
베렌과 루시엔이 서녘에서 다시 돌아와 톨 갈렌에 들어간 뒤, 이들의 영웅담은 노래가 되어 벨레리안드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노래는 히슬룸, 나르고스론드 뿐만이 아니라 힘링에 있는 페아노르 일가의 장남 마이드로스에게까지 전해졌는데, 그는 이 노래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모르고스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절대 쓰러뜨릴 수 없는 적은 아니라는 것으로 매우 희망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마릴 하나를 빼앗긴 그가 어떤 보복을 준비할지 알 수 없으니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만약 모든 엘다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다고르 브라골라크 때처럼 각개격파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이드로스는 온 벨레리안드가 희망에 가득 찬 이 기세를 몰아서 마이드로스 연합이라 불리는 동맹을 추진한 뒤 모르고스와의 전면전을 벌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나로 뭉치기에 지금처럼 좋은 시기는 다시 없을 터. 벅차오르는 희망으로 신난 마이드로스는 서둘러 벨레리안드 각지의 엘다르 군주들에게 전령을 보낸 뒤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연이어 날아든 답신은 그 기대를 산산이 부숴버렸습니다. 오랜 기간 쌓인 페아노르 아들들의 악행으로 이미 그들에게는 상당한 악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히슬룸의 핑곤은 흔쾌히 연합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핀로드 펠라군드의 뒤를 이어 나르고스론드를 통치하고 있는 오로드레스는 켈레고름과 쿠루핀이 저질렀던 악행 때문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오직 귄도르라는 산하 군주만이 다고르 브라골라크에서 형 겔미르를 잃은 앙갚음을 하고자 부하들을 이끌고 참전하기로 했지만, 마이드로스가 아닌 핑곤에게 합류했습니다.
도리아스의 엘웨 싱골로 역시 나르고스론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켈레고름과 쿠루핀이 베렌과 루시엔을 괴롭혔던 것도 있지만, 실마릴이 도리아스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마자 그들이 이것을 내놓으라고 강요했기 때문에 싱골은 몹시 화가 나 있었습니다. 실마릴에 얽힌 운명을 걱정한 멜리안은 그것을 그냥 돌려주라고 조언했지만, 싱골 역시 다른 이들처럼 이 아름다운 보석을 보면 볼수록 가지고 싶어졌기 때문에 돌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실마릴을 내놓지 않는다면 도리아스를 공격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고, 싱골은 연합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도리아스 변경의 수비를 강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단지 중요한 일에 참여 못 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싱골의 수족 마블룽과 벨레그만이 허락받고 핑곤에게 합류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들의 빈 자리를 다른 많은 종족이 메꿔주었습니다. 우선 노그로드와 벨레고스트의 난쟁이들이 연합에 합류했으며, 하도르 및 할레스 일가와 마이드로스 산하에 있었던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가진 인간들 역시 합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구 도시의 팔라스림까지 핑곤 군대에 합세하자 마이드로스 연합은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전쟁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자 마이드로스는 앙그반드 공략 전에 연합의 힘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이드로스는 다고르 브라골라크 당시 모르고스 군대에게 빼앗겼던 도르소니온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는데, 멀리 떨어진 두 군대가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 이 땅은 반드시 되찾아야 했습니다. 공격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 연합은 충분히 강력했고 준비가 끝나면 더 강력해질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마이드로스는 한 가지를 간과했습니다. 이 공격으로 앙그반드가 연합의 움직임을 눈치챘으며, 적들의 준비는 연합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히 비밀리에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자 마이드로스 변경과 에이셀 시리온에 거대한 군대가 집결했고, 마이드로스 연합은 드디어 앙그반드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동쪽의 마이드로스 군대가 진군하여 모르고스 군대를 앙그반드 밖으로 동쪽으로 유인합니다. 이후 도르소니온에서 봉화가 올라가면 핑곤의 군대가 빠르게 서쪽에서 내려와 양쪽에서 적을 포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그때 시리온 통로에서 예상 밖의 군대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다름이 아닌 곤돌린의 군대로 연합 소식을 들은 투르곤이 긴 고민 끝에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 것입니다. 핑곤은 감격에 겨워 밤은 지나가고 있다고 소리쳤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이드로스가 보내는 신호에 맞춰 용감히 진격하는 일. 그런데 어찌 된 것일까. 약속한 시간이 한참을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봉화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초조함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지휘소를 맴돌고 있던 핑곤에게 마침내 경비병이 보고를 올리려 다급히 뛰어왔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하여 화색이 됐던 핑곤의 얼굴은 보고를 듣자마자 사색이 되더니 급기야 그는 밖으로 뛰쳐나갔고, 성벽 앞에 도달한 핑곤이 목격한 것은 도르소니온의 봉화가 아닌 안파우글리스를 새까맣게 뒤덮은 앙그반드 대군이었습니다.
한편, 이곳은 벨레리안드 북동부의 마이드로스 변경. 마이드로스는 머리를 감싼 채 고뇌하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고대한 순간이건만. 출발에 앞서 파견한 척후병들은 하나같이 믿기 힘든 소식만 가지고 왔습니다. 이미 모르고스의 군대가 서쪽으로 출발했다고 하더니, 잠시 후에는 또 다른 군대가 이쪽을 향하고 있다고 하고, 이번에는 도르소니온의 봉화대가 발각되었으며, 심지어 후방에서 거대한 용을 봤다는 보고까지 올라왔습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거짓 정보 중 무엇이 진실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섣불리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이 모습을 울도르라는 인간이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시 이곳은 벨레리안드 북서부의 에이셀 시리온. 모르고스의 군대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전선만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다고르 브라골라크 당시 매서운 공세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곳이기에, 오르크들도 이번에는 핑곤의 군대를 도발하여 요새 밖 전선으로 끌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도발에 많은 이들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싸우자며 핑곤에게 조언했지만, 하도르 일가의 후린은 요새를 나가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 저기를 보십시오!"
"저건... 형님... 형님! 겔미르 형님이다! 맙소사, 살아계셨어! 발라이시여!"
모르고스 군대의 오르크 대장이 포로 한 명을 내보였는데, 그는 다름이 아니라 나르고스론드의 엘다르 군주 중 한 명이자 귄도르의 형인 겔미르로, 그는 죽은 것이 아니라 포로로 붙잡혀 있었습니다. 원래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몰골이 된 그를 보자 귄도르와 나르고스론드의 군대는 엄청난 분노에 눈물을 흘리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습니다.
"이렇게 감동받을 줄 알았다면 앙그반드에서 썩고 있는 녀석들 몇을 더 꺼내올 걸 그랬어, 후흐흐...
그런데 너희들 말이야... 내가 충고 하나 하자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남은 녀석들도 이런 꼴을 당할지도 모르거든!"
스르릉... 자, 잠깐 기다려... 큭! 크윽! 으아...아!
오르크 대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성벽 위에 있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겔미르의 손과 발을 자른 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머리채를 붙잡고 연이어 목을 벴습니다. 그러고는 아직 영이 떠나지도 못한 듯한 겔미르의 시신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겔미르 형님! 으, 으아아!! 이놈들!!"
"나르고스론드 왕국의 위대한 기마병들이여! 귄도르 님을 따라 돌진하라! 겔미르 님의 원수를 갚아라!!"
"핑곤님! 귄도르의 군대가 적진으로 돌진합니다! 핑곤님!!"
"핑곤님, 냉정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마이드로스의 군대도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핑곤님, 핑곤님! 진격 명령을! 귄도르가 적진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핑곤님!
....
"놀도르의 왕 핑곤이 한다. 전군, 앙그반드로 진격하라!"
결국 핑곤의 본진 역시 공격 나팔을 불고 귄도르와 나르고스론드의 군대를 따라 앙그반드로 진격하기 시작했고, 히슬룸에 대기하고 있던 전 병력은 에이셀 시리온 앞에 대기하고 있던 모르고스 군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벨레리안드의 다섯 번째 대전쟁 한없는 눈물의 전투라고 불리는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가 막을 올렸습니다.
배반
겔미르의 비참한 죽음으로 전의에 불타는 핑곤의 군대는 순식간에 에이셀 시리온 앞에 진을 치고 있던 모르고스의 군대를 쓸어버린 뒤 안파우글리스를 넘어 앙그반드 성벽까지 진출했습니다. 이때 너무나 큰 분노에 사로잡힌 귄도르와 나르고스론드 군대는 본진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앙그반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핑곤님, 저희도 따라 들어가야 합니다!"
"안됩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이라도 마이드로스의 군대를 기다려야... 잠깐, 무슨 소리 안들리십니까?"
둥... 둥... 둥... 둥... 우르르릉... 크아아아!
"적, 적입니다! 적들이 땅을 뚫고 나타났습니다!"
핑곤의 군대가 앙그반드에 접근하자 모르고스가 미리 대기시켜 놓고 있었던 앙그반드의 본진을 내보냈습니다. 무수히 많은 오르크가 숨겨져 있었던 앙그반드의 문을 통해 개미 떼처럼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핑곤의 군대를 에워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앙그반드 내부로 들어갔던 귄도르와 나르고스론드 군대의 비명 소리는 정문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앙그반드의 압도적인 군세에 핑곤의 군대는 퇴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퇴로는 막혔기 때문에 퇴각은 난전 속에서 며칠에 걸쳐 계속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군대가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도록 가장 후미를 지키고 있던 할레스 일가 대부분과 그들의 군주 할디르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핑곤의 군대는 여전히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섯째 날 아침을 맞이했을 때 멀리서부터 오르크들의 비명소리가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리온 통로 방향에서 핑곤의 군대를 향해 거침없이 적을 뚫으며 밀고 들어오는 이들. 그들의 깃발에는 곤돌린의 투르곤을 상징하는 문양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모를 공격에 대비하여 시리온 통로를 지키고 있던 투르곤이 상황이 악화되자 핑곤을 돕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온 것입니다. 거침없이 오르크를 쓰러뜨린 곤돌린 군대는 마침내 핑곤 군대와 합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핑곤! 무사하십니까!"
"아... 투르곤... 할디르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어떻게든 살아있네."
"투르곤 폐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자네는 후린이 아닌가? 시기가 좋을 때 재회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정말 반갑네!"
다고르 브라골라크 당시 후린과 후오르를 곤돌린에서 보호했던 투르곤은 후린을 보자 몹시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곤돌린의 군대가 합류했다고 해도 여전히 열세였기 때문에 퇴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번에는 동쪽 방향에서 더 거대한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듯한 일곱 개의 깃발. 드디어 마이드로스의 군대가 전쟁터에 도착한 것입니다. 두 군대가 양쪽에서 협공하자 마침내 오르크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르고스의 계산에 있었던 상황. 그는 드디어 자신의 마지막 군대로 늑대와 늑대기수, 발로그, 용과 그들의 아버지 글라우룽을 내보냈습니다. 글라우룽은 거대한 산이 움직이듯 거침없이 돌진하더니 핑곤과 마이드로스의 군대가 합류하지 못하도록 둘 사이로 들어와 군대를 사방으로 흩어지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고스의 군대를 압도하고 있었던 마이드로스 연합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습니다.
"페아노르 일가의 제군들이여!
우리가 늦어 형제들이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저들의 몫까지 짊어지고 단숨에 앙그반드까지 진격하라!"
"마이드로스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지금은 글라우룽에 집중해야."
"배반입니다! 후미에 있던 인간들이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위기의 순간에 마이드로스의 산하의 인간 중 울도르가 이끄는 이들이 배반한 것입니다. 그는 모르고스가 비밀리에 음흉한 제안을 해오자 그의 종이 되기로 했으며 마이드로스의 온갖 계획을 그에게 알려왔습니다. 또한, 전쟁 중에는 거짓 정보까지 흘리면서 진격을 늦추더니 결전의 순간이 오자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배반에 많은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으며 울도르의 군대는 마이드로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까지 했으나, 마글로르가 울도르를 죽이고 끝까지 충성심을 잃지 않았던 인간들이 희생한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듯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동쪽 산속에 은밀히 숨어있던 배반자 군대가 새로 등장하면서 마이드로스의 군대는 이제 서남동 세 방향에서 공격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군대는 와해되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페아노르의 아들들은 생존자를 모아 간신히 도망갔습니다.
"폐하! 쫑긋귀들이 퇴각합니다!"
"젠장할! 이렇게 허무하게 물러날 순 없지!
저 빌어먹을 도마뱀을 사냥할 정신나간 놈들은 따라와! 벨레고스트의 도끼맛 좀 보여주자고!!"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퇴각하지 않고 나선 이자들은 바로 벨레고스트의 난쟁이로, 이들의 왕 아자그할은 싸울 의지가 남아있는 난쟁이를 모아서 글라우룽을 둥그렇게 둘러싼 뒤 필사적으로 싸웠습니다. 용이 내뿜는 지옥의 화염은 무시무시했지만 난쟁이들은 강철로 된 투구와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용 비늘은 강철만큼 단단했지만 벨레고스트의 용광로에서 난쟁이의 뛰어난 솜씨로 단련된 도끼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자그할은 글라우룽의 배에 깊은 상처를 입힌 뒤 모든 힘이 다해 그 자리에 쓰러져 전사했으며, 글라우룽은 큰 부상을 입어 전투에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이후 난쟁이들은 아자그할의 시신을 높이 들고 벨레고스트로 돌아갔는데 그들의 위용에 누구도 앞길을 막지 않았습니다.
한없는 눈물
마이드로스 군대가 완전히 와해되자 서부에 남아있던 핑곤과 투르곤의 군대는 병력의 3배나 되는 적에게 포위당한 채 맹공을 받고 있었습니다. 핑곤, 투르곤, 후린은 포위를 뚫고 탈출하기 위해 서로의 등을 맞대고 호위병들과 함께 조금씩 서쪽으로 퇴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멀리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불타는 눈이 있었습니다. 잠시 후, 핑곤은 적의 공세가 잠시 주춤해졌다고 느끼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저 멀리에서 오르크 늑대기수와 발로그 무리가 쐐기형 진을 이루고 맹렬히 뛰어왔습니다.
"이런...! 방어진을 부술 셈이다! 어서 피해!"
"늦었습니다! 부딪힙니다!"
챙! 챙! 크아아! 으아악! 으아! 방진을 유지하라! 안돼! 크, 크윽!
"투르곤! 어디 있나! 후린! 모두 대답해!"
"흐흐흐... 마침내 단둘이 대면하게 됐군, 놀도르의 왕 핑곤이여."
홀로 떨어진 핑곤의 외침에 대답한 목소리는 명백히 투르곤도 후린도 아니었습니다. 대지를 울리는 듯한 무거운 음성, 바로 옆에서 거대한 불길이 타오르는듯한 이글거리는 소리와 뜨거운 열기. 핑곤이 뒤를 돌아봤을 때 그곳에는 불로 된 채찍을 들고 온몸에서 불길한 화염을 내뿜고 있는 발로그가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얼핏 보아도 다른 발로그보다도 훨씬 큰 덩치와 불타는 검 대신 든 검은 도끼를 보고 핑곤은 곧 그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발로그들의 수장, 고스모그인가..."
"높으신 분이 오르크 따위에게 죽어서야 체면이 안 서지 않겠나?
네 목은 내가 직접 가져갈 테니 걱정 말고 목을 내놓으라고. 큭큭"
고스모그의 자만심 덕분에 핑곤은 그와 정면 대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도르의 왕답게 출중한 실력을 가진 핑곤과 발로그의 수장이자 모르고스의 가장 으뜸가는 수하 고스모그. 양쪽 모두 보통 실력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둘은 한치의 밀림도 없는 호각으로 싸웠습니다. 그러나 명예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 바로 모르고스의 군대였습니다.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고스모그는 근처에 있는 부하들에게 신호를 주었고, 비겁하게도 발로그 하나가 몰래 핑곤의 뒤로 돌아가 화염 채찍을 그를 내리쳐 몸을 구속하자, 고스모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뛰어올라 핑곤의 몸을 발로 짓밟았습니다.
"크윽... 비겁한...!"
"아~ 그거 칭찬인가? 고마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군.
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그에 걸맞은 답례를 해줘야겠지! 크하하하!"
고스모그는 거대한 검은 도끼로 핑곤의 머리를 내리쳤고 놀도르의 아름다운 투구는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그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가지고 있던 철퇴로 핑곤을 내리쳐 진흙탕에 쳐박은 뒤 깃발을 피범벅이 되도록 핑곤을 짓밟으며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
이로써 놀도르의 왕을 두 명이나 처리했다! 다음은 어떤 놈이냐! 으하하하!!"
이렇게 페아노르, 핑골핀에 이은 놀도르의 세 번째 왕 핑곤은 안파우글리스의 싸늘한 땅 위에서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한 편, 세레크 습지로 밀려난 하도르 일가의 후린과 후오르 및 잔여 병력, 곤돌린의 투르곤은 끝까지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이 습지 뒤에는 바로 시리온 통로가 있었으며 이곳이 뚫린다면 모르고스의 군대가 벨레리안드 내부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피해는 너무나 막심했고 지금은 잠시 공세가 주춤해졌지만 아마 다음 공격을 끝으로 패배가 확실해질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후린이 투르곤에게 말했습니다.
"투르곤 폐하, 적이 다시 공격하기 전에 병력을 데리고 곤돌린으로 빠져나가십시오."
"이미 곤돌린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어. 언젠가 발각될 바에는 여기서 싸우다 자네들과 함께 죽겠네."
"폐하, 비록 저희는 여기서 죽더라도 곤돌린이 조금 더 유지된다면
저와 폐하로부터 새로운 희망이 솟을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만은 가셔야 합니다."
"후오르 자네까지...!"
후오르의 말은 미래에 대한 예언이었고 그의 말에 투르곤의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그러자 곤돌린 왕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며 이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었던 또 한 명의 엘다르가 투르곤에게 말했습니다.
"...가시죠, 폐하. 서두르셔야 합니다."
"음... 알았네. 후린, 후오르 자네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네.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야!
서둘러 가세, 마이글린!"
투르곤과 마이글린은 살아남은 엘다르 군대를 모두 모아 곤돌린으로 탈출했으며, 남겨진 후린과 후오르 및 하도르 일가의 용감한 용사들은 마지막 저항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앙그반드의 모든 군대가 새까맣게 몰려오기 시작하자 하도르 일가 전사들의 최후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치열한 전투 중 맨 처음으로 후오르가 한쪽 눈에 독화살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용감한 용사들이 하나둘 그의 옆에서 쓰러져갔습니다. 결국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자 최후의 한 사람만이 남았습니다.
"날은 다시 밝아올 것이다!!"
홀로 남은 후린은 방패를 집어던지고 마치 폭풍이 된 것처럼 양손으로 거침없이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그는 맹렬히 저항하며 오르크든 트롤이든 사정없이 베어넘겼지만, 결국 놀도르의 왕을 쓰러뜨리고 의기양양하게 찾아온 고스모그에 의해 붙잡혔습니다. 고스모그는 후린이 핑곤, 투르곤과 함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며 그가 평범한 에다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죽이지 않고 앙그반드로 끌고 갔습니다.
이리하여 한없는 눈물의 전투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는 여섯째 밤이 찾아올 때 모르고스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전쟁 그 후
전쟁이 끝난 후,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에서 있었던 인간의 배신으로 엘다르는 이제 에다인 세 가문, 즉 마라크, 베오르, 할라딘 일족을 제외하고는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에 참여한 히슬룸 군대 중 살아서 돌아간 자는 하나도 없었으며 핑곤의 나라는 사라졌고, 동부인이라고 불리게 된 인간 배반자들이 배반의 가로 모르고스로부터 히슬룸의 통치권을 받아서 그곳에 남아있던 하도르 일가를 약탈했습니다. 페아노르의 아들들은 마이드로스 변경을 잃고 옷시리안드까지 도주하여 그곳의 초록 요정들과 합류했으며, 브레실 숲에 남아있는 할레스 일가는 극소수만이 생존하여 눈에 띄지 않게 숨어살았습니다.
도리아스, 나르고스론드, 곤돌린으로 도주할 수 없었던 자들은 팔라스에 있는 해안 도시 에글라레스트와 브리솜바르로 도망갔습니다. 그러나 시리온 통로와 마이드로스 변경이 뚫리자 이제 모르고스의 군대는 벨레리안드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고, 다음 해 겨울이 오기 전에 모르고스의 대군은 팔라스 전역을 초토화시킨 뒤 두 해안 도시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때 이곳을 지키던 팔라스림 조선공 키르단은 생존자들을 최대한 배에 태운 뒤 간신히 발라르 섬으로 탈출하여 그곳에 피난처를 만들었는데, 이중에는 핑곤의 아들 에레이니온도 있었습니다.
발라르 섬의 생존자들에 대해 전해 들은 투르곤은 사자를 보내 키르단에게 서녘으로의 도움 요청 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키르단은 투르곤의 계획에 공감하고는 빠른 배 일곱 척을 건조하여 발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일행을 보냈지만,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서 단 한 척을 제외하고는 어느 배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벨레리안드 대부분을 손에 넣은 모르고스의 관심은 온통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핑곤이 없는 이제 투르곤이 놀도르 전체의 왕이 되었는데, 이번 전쟁으로 곤돌린의 존재는 알게 됐지만 여전히 그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모르고스는 후린이 투르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보고받았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그를 감옥에서 끌어내어 투르곤의 해방에 대해 캐물었지만 후린은 오히려 모르고스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화가 난 모르고스는 후린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저주를 내린 뒤, 그를 상고로드림 봉우리 위의 돌 의자에 묶어놓고 거기서 사랑하는 이들의 절망을 지켜보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전쟁이 마무리되자 모르고스는 명을 내려 오르크들에게 안파우글리스 전장에 흩어져 있는 시신과 장비를 모두 모아서 한곳에 쌓아 올리게 했는데, 그것이 어찌나 높은지 멀리서 보면 언덕처럼 보였습니다. 엘다르는 이를 두고 눈물의 언덕 하우드엔니르나이스 또는 학살의 언덕 하우드엔은뎅긴이라고 불렀습니다.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 ||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
||
[핀웨의 두 아내] | ||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
|
[핀웨의 세 아들] |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
놀도르의 2대 왕 핑골핀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 [핑골핀의 자녀] | [피나르핀의 자녀] |
장신의 마이드로스 | 놀도르의 3대 왕 핑곤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핀로드 펠라군드 (사망 : 베렌의 임무 중 톨인가우로스) |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 놀도르의 4대 왕 투르곤 | 오로드레스 |
아름다운 켈레고름 | 백색의 아레델(딸) (사망 : 마이글린을 낳고 얼마 뒤 창에) |
앙그로드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검은 얼굴 카란시르 | 아이그노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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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꾼 쿠루핀 | 갈라드리엘(딸) | |
쌍둥이 암로드 | ||
쌍둥이 암라스 | ||
[페아노르 일가의 3세대] | [핑골핀 일가 3세대] | |
켈레브림보르 (쿠루핀의 아들) |
에레이니온 (핑곤의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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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릴 켈레브린달 (투르곤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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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글린 (아레델의 아들) |
※ 3대 에다인 일족 백과
[베오르 일가] | [말라크 일가] | [할레스 일가] |
[초대 지도자] | ||
도르소니온 초대 왕 보로미르 (사망 : 시기 미상) |
도르로민 초대 왕 하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할단 (사망 : 시기 미상) |
브레고르 (사망 : 시기 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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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르 브라골라크 1세대] | ||
브레골라스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갈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할미르 (사망 : 자연사) |
바라히르 (사망 : 다고르 브라골라크 이후 저항 중) |
군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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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르 브라골라크 2세대] | ||
[바라히르의 아들] | [갈도르의 두 아들] | |
베렌 에르카미온 (사망 : 부활 후 톨 갈렌에서 조용히) |
도르로민의 왕 후린 | 할디르 (사망 :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후오르 (사망: 제 5전쟁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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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르 브라골라크 3세대] | ||
디오르 아라넬 (베렌과 루시엔의 아들) |
※ 종족 대백과
요정 | 퀜디 |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
요정 | 엘다르 |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바냐르 |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
요정 | 놀도르 |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
요정 | 텔레리 |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
요정 | 난도르 |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
요정 | 라이퀜디 |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
요정 | 아바리 |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
요정 | 우마냐르 |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
요정 | 모리 퀜디 |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
요정 | 팔라스림 |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
요정 | 에글라스 |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
요정 | 신다르 |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
난쟁이 | 나우그림 |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
인간 | 힐도르 |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
인간 | 에다인 | 요정의 친구들. 엘다르를 도와 모르고스에 대적한 3대 인간 가문 |
인간 | 동부인 | Easterlings. 마이드로스 산하에 있었으나 배반한 인간들 |
※ 벨레리안드 지도
앙그반드 | 모르고스의 거점. 상고로드림 아래의 지하에 있다. |
상고로드림 | 모르고스가 세운 다섯 산봉우리 |
도리아스 | 은둔의 왕국. 신다르의 왕 싱골과 그의 아내 멜리안의 왕국. 넬도레스 숲, 레기온 숲을 감싸는 멜리안의 장막 내 왕국. |
메네그로스 | 천의 동굴. 동굴로 이루어진 도리아스의 수도 |
노그로드, 벨레고스트 | 나우그림들의 도시 |
브리솜바르, 에글라레스트 | 팔라스림의 항구 도시들. |
에이셀 시리온 | 에레드 웨스린에 위치한 히슬룸과 안파우글리스 사이의 협곡 |
마이드로스 변경 |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구성한 앙그반드 포위선 |
나르고스론드 | 메네그로스를 본떠서 만든 핀로드 펠라군드의 동굴 궁정 |
곤돌린 | 투르곤이 티리온을 본떠서 만든 산맥 사이에 숨겨진 비밀 왕국 |
톨인가우로스(구 미나스 티리스) | 시리온 통로에 있는 톨 시리온 섬에 세워진 감시탑 |
발라르 섬 | 투르곤이 서녘으로 배를 띄우고 있는 섬 |
※ 벨레리안드의 전쟁
1차 전쟁(이름 없음) | 놀도르가 오기 전에 벌어진 신도르&난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난도르의 왕 데네소르 |
다고르누인길리아스(별빛 속의 전투) | 가운데땅에 막 도착한 페아노르 일가와 모르고스와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
다고르 아글라레브(영광의 전투) | 모르고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놀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
다고르 브라골라크(돌발화염 전투) | 화산분화와 함께 시작된 놀도르&에다인과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골핀 피나르핀의 자녀 앙그로드, 아이그노르 에다인 일가의 브레골라스, 하도르, 갈도르, 군도르 |
니르나이스 아르노이디아드(한없는 눈물의 전투) | 마이드로스 연합과 모르고스 군대 사이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곤 벨레고스트의 왕 아자그할 에다인 일가의 후오르, 할디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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