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르, 놀도르, 텔레리
발리노르로 떠나는 대이동이 시작되기 전에 엘다르는 우선 무리를 세 개로 정렬했습니다. 선봉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것은 세 일족 중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잉궤의 일족 바냐르로, 주로 금발을 가지고 있으며 참 요정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들은 발라 만웨와 발리에 바르다가 사랑했으며, 특히 이들의 왕 잉궤는 모든 요정들이 가장 우러러보는 존재였습니다. 바냐르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출발한 것은 핀웨의 일족 놀도르로, 이는 지혜라는 뜻이었습니다. 주로 흑발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지식의 요정이라고도 불렸는데, 놀도르는 무엇을 만들거나 하는 손재주가 좋아서 특히 발라 아울레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발한 것은 엘웨와 올웨 형제의 일족인 텔레리로, 흑발이나 은발을 주로 지녔고 바다를 좋아하여 팔마리(바다요정)라고도 불렸으며 바다를 관장하는 마이아 옷세가 그들을 가장 사랑했습니다. 이들은 일족의 숫자가 가장 많기 때문에 왕이 엘웨와 올웨 두 명이었으며, 가운데땅에 미련도 많았던 터라 서녘으로 가는 행군을 노상 지체했습니다.
이렇게 세 무리로 정렬한 엘다르는 드디어 머나먼 서녘으로의 행군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전개될 실마릴리온의 이야기에서 특히 주의 깊게 보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핀웨의 놀도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텔레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엘다르들은 대부분이 놀도르이거나 혹은 텔레리 출신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차차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녘으로의 출발
드디어 엘다르는 발라 오로메를 따라서 천천히 서녘으로 이동했지만, 아직 많은 엘다르가 가운데땅에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가진 않았습니다. 그들은 먼저 북쪽으로 헬카르 내해를 돌아서 로바니온에 진입한 뒤 안두인 대하와 히사이글리르(안개 연봉)을 지났습니다. 이때 물을 사랑하는 텔레리는 아름다운 안두인 대하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머물러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이렇게 지체하는 사이에 놀도르와 바냐르는 오로메를 따라 먼저 안개 연봉을 넘어서 에리아도르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텔레리 중 렌웨라는 자가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안두인 대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이들을 난도르라고 부릅니다. 난도르는 훗날 렌웨의 아들인 데네소르가 다시 일족을 이끌고 안개 연봉을 넘어옵니다.
부연 설명을 조금하자면, 로바니온은 머크우드(어둠숲)이 위치한 곳으로 소설이자 영화 호빗의 무대가 되는 지역입니다. 히사이글리르는 안개 연봉이라는 이름에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곳은 훗날 리벤델과 모리아가 위치할 장소로, 반지의 제왕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께는 안개 산맥으로 더 익숙한 곳이며, 안두인 대하는 후에 강 양옆에서 적을 경고하듯 거대한 손을 들고 있던 곤도르의 아르고나스 석상이 세워질 장소입니다. 또한, 에리아도르는 안개 연봉의 서쪽 평원으로 훗날 샤이어, 브리가 위치할 장소입니다.
마지막으로 난도르의 데네소르라는 이름을 보고 곤도르 섭정 데네소르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인물입니다. 실마릴리온과 반지의 제왕은 시대를 차이를 두고 제법 동명이인이 상당히 등장하는데, 헷갈리시지 않게 동명이인인지 아닌지 정리해드리겠지만 혼동되지 않도록 유의하셔야 합니다.
엘웨와 멜리안의 만남
긴 여정 끝에 엘다르는 에리아도르를 지나 에레드 루인(청색 산맥)이라 불리는 산을 넘어 드디어 벨레리안드로 진입했습니다. 제일 먼저 바냐르와 놀도르가 벨레리안드 서쪽 끝의 드렝기스트 하구와 발라르 만 사이에 있는 해안가 지역에 도착했으며, 이들은 오로메가 바다를 건너갈 방법에 대해 만웨에게 조언을 요청하러 간 사이에 이곳에서 머물었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엘웨와 올웨가 이끄는 텔레리도 에레드 루인을 넘어 벨레리안드로 동쪽에 있는 겔리온 강 인근에 머물었습니다.
벨레리안드에서 잠시 지체하고 있는 동안 텔레리의 왕 엘웨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핀웨가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때 선봉보다 뒤쳐진 놀도르 무리가 넬도레스 숲에 많이 잔류해있었는데, 엘웨는 핀웨를 만나기 위해 놀도르를 찾으려 그 근방을 자주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엘웨는 난 엘모스 숲을 지나가다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곤 그 소리에 이끌려 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운 선율에 최면에 홀린듯이 따라간 그 끝에서 마이아 멜리안을 만났습니다. 엘웨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멜리안의 아름다움에 순식간에 넋을 잃어버리고는 멜리안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렇게 멜리안과 엘웨는 손을 잡은 채로 수 년동안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엘웨가 텔레리 무리에서 갑자기 실종되자 텔레리는 그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그를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텔레리는 엘웨의 동생 올웨를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또한, 이 기나긴 여행 중에 힘들어서 낙오하거나 가운데땅에 대한 미련으로 중간에 돌아서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우마냐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바리와 우마냐르를 통틀어서 모리퀜디(어둠의 요정)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 요정 대백과
퀜디 |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
엘다르 |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
바냐르 |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
놀도르 |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
텔레리 |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
난도르 |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
아바리 |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
우마냐르 |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
모리 퀜디 |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
※ 인물 사전
엘다르 : 바냐르 | 잉궤 | 엘다르 중 바냐르 일족의 왕 |
엘다르 : 놀도르 | 핀웨 | 엘다르 중 놀도르 일족의 왕 |
엘다르 : 텔레리 | 엘웨 | 엘다르 중 텔레리 일족의 왕들 중 형 |
엘다르 : 텔레리 | 올웨 | 엘다르 중 텔레리 일족의 왕들 중 동생 |
엘다르 : 난도르 | 렌웨 | 안두인 대하에서 난도르를 데리고 남하한 자. |
엘다르 : 난도르 | 데네소르 | 렌웨의 아들. 난도르를 데리고 벨레리안드로 이동. |
마이아 | 멜리안 | 벨레리안드의 난 엘모스에서 엘웨와 마주친 여성 마이아. |
※ 지명 위치 다시보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퀜타 실마릴리온의 이야기는 거의 아만 대륙과 벨레리안드에서 진행되며, 에레드 루인 동쪽으로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아만 대륙과 벨레리안드 지도로만 살펴 보겠습니다.
또한, 위의 지도에서 벨레리안드의 위치를 보고는 반지의 제왕을 유심히 보신 분들께서는 왜 저렇게 넓은 땅이 언급되지 않았는지 의아하실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퀜타 실마릴리온의 마지막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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