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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밸런스

전투 구성 및 산술 공식과 치명타

시작하기 전에

  치명타, 크리티컬(critical), 극대화. 전투가 핵심인 게임에서 적을 공격했을 시 기본 피해량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이 스테이터스는, 수많은 스테이터스 중에서도 보통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떤 게임에서는 치명타가 기본 스테이터스보다도 저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막연하게 산술 공식 상의 이유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이번에 한 번 세밀하게 뜯어보았습니다.

 

 

치명타

  치명타는 단어 그대로 공격이 일반적인 공격보다 치명적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어떤 형태로든 공격이 더 강력하게 적에게 적중했다는 것입니다. 현실 세계의 싸움으로 빗대면 주먹을 가격했는데 눈, 명치와 같은 위험한  곳에 맞았다는 것과 같습니다. 히트 박스를 매우 세밀하게 사용하는 대전 격투, FPS, 액션 게임들은 이것을 실제 히트 박스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FPS의 헤드샷과 같은 것입니다.

 

헤드샷 역시 치명타의 일종입니다.

 

치명타의 스테이터스화

  하지만 모든 게임이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의 히트 박스를 정확히 노리기 어려운 게임, 예를 들면 타겟팅 기반의 RPG와 다수의 적과 전투하는 핵앤슬래쉬 장르에서는 적의 특정 지점을 노린다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런 장르들은 치명타를 스테이터스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RPG에서 흔히 접하는 치명타의 구성 방식입니다.

 

※ 피지컬을 요구할수록 히트 박스로 구성하고, 전략성을 요구할수록 스테이터스화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치명타는 보통 확률피해량 증가 방식입니다. 이것을 실제로 빗대어 설명하면, 권투에서 어퍼컷으로 상대의 턱을 정확히 가격하는 것은 원래 선수의 기량에 달려 있지만, 이것을 치명타 확률이라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며, 턱을 가격했을 때 상대방이 받는 고통의 크기를 결정하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격 각도, 나의 힘 등)를 치명타 피해 증가량 하나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주먹을 날렸는데 명치를 가격할 확률, 그리고 가격했을 때 적에게 추가로 피해를 줄 비율

 

 

전투 산술 공식과 전투 시스템

  이제 치명타라는 스테이터스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으니, 치명타 스테이터스가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다고 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니다. 게임에서 스테이터스 종류 외에 치명타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투 시스템(공격 방식)

첫 번째는 바로 게임에서 공격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치명타는 확률 기반으로 발동하기 때문에 공격 횟수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공격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치명타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며, 적으면 적을수록 치명타를 보기 힘들어집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 대상을 여러 번 공격하느냐를 넘어서 한 번에 여러 대상을 때리느냐도 관계있을 수 있습니다.

 

전투 산술 공식

공격이 적중했고 확률에 치명타가 발생했다면, 치명타로 인해서 피해량이 어떻게 증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전투 산술 공식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수많은 스테이터스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이 공식에서, 치명타 피해 증가량이라는 스테이터스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치명타로 얻는 피해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 예제

실제로 예시를 몇 가지 보면서 치명타가 게임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붕괴 스타레일

기본 대미지 x 치명타 계수 x 피해 증가 계수 x 저항 계수 x 방어 계수 x 받는 피해 증가 계수 x 피해 감소 계수

 

가장 일반적인 치명타 산술 공식입니다. 공격력, 방어력, 체력 등을 고려한 기본 대미지에 치명타 관련 스테이터스를 곱 연산 처리합니다. 그럼 치명타가 단독으로 곱해지기 때문에 치명타의 영향력이 매우 커집니다. 예를 들어서 기본 피해량이 10인데 치명타 계수가 2가 나왔다면 최종 피해량은 20이 되어 2배가 되는 것입니다. 이 공식 구조가 많은 게임에서 차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저들 사이에서는 치명타는 좋은 옵션이라는 인식이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을 보겠습니다.

 

비소 : 직접 피해형 딜러라서 치명타 관련 옵션의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출처 : 호요랩)

 

기초 격파 피해 × 지속 피해 계수 × 격파 특수 효과 계수 × 피해 감소 계수 × 방어 계수 × 저항 계수 × 받는 피해 증가 계수

 

이것은 지속 피해 산술 공식입니다. 게임들은 공격 유형에 따라서 산술 공식을 따로 가져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피해와 스테이터스 종류를 다양화하여 게임의 전략성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위 공식을 보면 치명타 계수가 빠져 있고, 격파 특수 효과 계수와 같은 새로운 것이 있습니다. 즉, 지속 피해형 공격 역할 캐릭터라면 치명타 옵션은 그 캐릭터에게 무용지물이라는 것입니다.

 

카프카 : 지속피해 딜러라서 치명타를 맞추지 않습니다. (출처 : 호요랩)

 

이처럼 어떤 게임은 스테이터스와 피해량 공식의 단순화, 직관성을 위해서 하나로 합치기도 하고, 모든 캐릭터가 치명타를 교복처럼 착용하지 않도록 하거나, 밸런스 상의 이유로 산술 공식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즉, 치명타라는 옵션이 같은 게임에서도 모든 공격형 캐릭터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케이스2. 니케

치명타가 적용된다면 항상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는 크리티컬(치명타) 옵션은 꽝으로 취급 받으며 오히려 공격력과 우월 코드 피해(속성 상성), 최대 장탄 수와 같은 것이 고평가를 받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기본 피해량 X 무기 계수 X 차지 피해 계수 X 우월 코드 피해 계수 X (코어 히트 계수 + 크리티컬 계수 + 버스트 계수 + 사거리) X 주는 피해 증가 X 받는 피해 감소 X 파츠 피해 계수

 

알려진 니케의 전투 산술 공식입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깨달으셨겠지만, 니케에서 크리티컬 계수는 단독으로 기본 피해량에 곱해지지 않습니다. 코어 히트, 버스트, 사거리 등과 함께 합 연산된 후 곱해집니다. 즉, 효율을 함께 합 연산 되는 것들과 나눠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니케는 어째서 크리티컬은 단독 곱 연산으로 하지 않고 합 연산으로 처리했을까요?


이유는 전투 시스템 때문입니다. 건슈팅 장르인 니케는 캐릭터별 무기 종류가 총기로 구분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무기 종류 간의 공격 횟수가 지나치게 크게 차이납니다. 단적으로 저격 소총과 머신건을 비교하면 저격 소총이 한 번 공격할 때 머신건은 이미 수십발을 공격했을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게임의 크리티컬 효율이 너무 좋아버리면 공격 횟수가 적은 저격 소총은 매 전투마다 피해량의 편차가 너무 커지며, 머신건은 반대로 크리티컬의 효율을 너무 많이 받아서 지나치게 좋은 무기가 됩니다. 따라서, 니케는 매 전투마다 무기 종류 간의 피해량 편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확률에 의존하는 크리티컬의 효율을 떨어뜨린 것입니다.

 

니케의 종결 옵션으로 평가 구성. 여기에 크리티컬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케이스3. 헤븐 번즈 레드

치명타가 항상 단순한 피해량 곱 연산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치명타의 원래 개념은 상대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가격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더 큰 피해를 주기만 하면 됩니다. 헤븐 번즈 레드의 경우, 적의 모든 스테이터스를 50 차감한 후 계산된 피해량에 50%의 추가 피해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왜 헤븐 번즈 레드가 이런 산술 공식을 취했는지는 분석해봐야 겠습니다만, 아마도 이 게임은 여타 JRPG처럼 규격화된 여러가지 효과로 전략을 운용하는 게임이고, 크리티컬을 일반 게임 같은 공통 피해량 증가 옵션보다는 그런 메타의 한 종류로 설정하여 효율을 맞춘 것이라 판단됩니다.

 

출처 : 유튜버 아르케 채널

 

마치며

  이처럼 게임이 추구하는 전투 방향, 게임의 전투 시스템 등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 따라서 치명타 옵션의 효율은 천차만별입니다. 게임의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 전투 기획자는, 치명타는 게임에서 항상 좋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게임이 향후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 메타를 운영하게 될 것인지를 고려하여, 전투 산술 공식과 치명타의 위치를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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