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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게임/밸런스

성장 밸런스 비효율 구간의 의의

성장 비효율의 의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유저의 성장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서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극단적으로 상승시키고는 합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빨리 게임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그들을 게임에 오래 붙잡아둬야 게임이 오래 생존할 수 있습니다. 완성의 경험을 느끼면 사람들은 빠르게 게임에서 이탈하고, 미완성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게임을 지속하고는 하기 때문입니다.

그외에도 다 캐릭터 육성 게임의 경우, 여러 캐릭터를 키워야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데, 유저가 한 캐릭터에만 성장을 집중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의도적으로 비효율 구간을 만들어서 다른 캐릭터를 키우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또한 PVP나 포인트 경쟁 레이드가 있는 경쟁 게임은 랭커들간의 변별력을 만들기 위해서 비효율 구간을 설정하기도 합니다. 랭커들 사이에서는 아주 미약한 차이도 순위를 가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저의 투자 시간 대비 성장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을 저는 보통 성장 비효율 구간이라고 말합니다.

 

 

비효율 구간의 방법론

  비효율 구간을 설정하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어느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므로 정해진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본 바로 대표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확률로 제어

성장 요소의 성장 가능성을 확률로 제어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왔던 방법입니다. MMORPG에서 많이 보이는 방법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성장일수록 더 낮은 확률을 편성합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아이템 드롭률로 많이 경험해왔으며, 리니지라이크에서는 장비 강화나 확률형 성장 시스템으로도 등장했습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유저의 성장이 지나치게 확률에 의존하여 불공평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유저 100명이 똑같은 시간과 돈을 썼지만 누군가는 성장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패합니다.

 

랜덤 옵션 역시 확률을 통한 제어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치로 제어

단순히 성장에 필요한 수치의 요구량을 성장도가 높을수록 급격히 많이 올리는 형태입니다. 확률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유저가 공평하게 같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유저간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는 대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요구하여 숫자에서 오는 압박감, 성장을 위해 필요한 노력의 양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원신의 모험 레벨은 55레벨부터 급격히 경험치 요구량이 상승합니다.

 

재화로 제어

모바일 게임에 들어서 많이 보이기 시작한 형태로, 상위 성장에 필요한 별도의 재화를 설정하고, 그것을 항시 얻을 수 없게 한 다음, 개발사에서 운영을 통해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요일 던전 같은 형태로 많이 보였으나, 최근에는 주 단위 기간 한정형 이벤트로도 많이 사용하는 모양새입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비전서는 오직 기간한정형 이벤트 콘텐츠에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없다

  방법론을 세 가지 써두긴 했지만, 더 좋고 나쁜 것은 없고, 이 중 하나로만 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전적으로 기획자가 콘텐츠를 어떻게 운영하고 싶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콘텐츠를 통해 유저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싶은지를 먼저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밸런스와 시스템을 구성하고 콘텐츠를 제작해야 합니다.

가끔 실무에서 보면 이 시스템, 콘텐츠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운영될 지도 그리지 않고 일단 레퍼런스 게임에서 그대로 들고 오는 형태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 밸런스를 들어갈 때 필연적으로 다시 수정할 일이 생기거나, 밸런스를 만들어진 시스템에 끼워 맞추는 형태가 됩니다.

 

따라서, 게임을 구상하는 기획자, 특히 전체 게임의 흐름을 보는 기획 리더나 PD는 게임의 큰 흐름을 고려하여 각 시스템, 콘텐츠가 어떤 밸런스를 가져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의 예시

  가령, 호요버스 게임의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을 놓고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두 게임을 경험해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두 게임의 성장 시스템은 90% 이상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두 게임이 지향하는 게임의 방향성은 꽤 많이 다릅니다.

원신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코어 게임이고, 붕괴 스타레일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서브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픈월드와 턴제의 플레이 형태가 아닌 밸런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붕괴 스타레일이 전체 요구량도 낮지만, 기울기도 완만하여 비효율 구간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두 게임의 캐릭터 레벨 성장 곡선입니다. 보시다시피 원신이 붕괴 스타레일에 비해서 훨씬 가파른 경험치 요구 곡선을 가지고 있으며, 최대 레벨 역시 더 높습니다. 제대로 비교하려면 여기에 들어가는 캐릭터 경험치 재화까지 봐야 하지만, 실제로 원신은 약 8.5일, 스타레일은 5.4일 정도로 원신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하나로 보면 3일 차이는 꽤 적어 보이지만, 이들 게임이 다 캐릭터 육성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인 파티 기준으로는 12일 가량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라이브 서비스가 지속되어 캐릭터 수가 늘어날수록 더 큰 격차를 만듭니다. 또한, 이것은 캐릭터 레벨 뿐만이 아니라 무기, 성유물, 모험 레벨 등에서도 똑같이 발견됩니다. 원신이 오픈월드라서 이동 등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밸런스에서도 유저가 게임을 완성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호요버스가 둘 다 자신의 게임이고 같은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지만, 원신은 코어 게임으로, 붕괴 스타레일은 서브 게임으로 포지셔닝하여 두 게임의 포지션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이 같은 시스템 구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게임이 어떤 방향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밸런스 방향과 유저 경험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이드는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 게임의 성장 비효율 구간을 살펴보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어느 정도 적절한 가이드 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확률이나 수치로 제어를 하는 경우, 게임을 수치까지 깊게 분석하는 유저가 아니고서는 지금 이 구간이 비효율 구간인지 아닌지 판단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코어하게 즐기는 유저들에 맞춰서 비효율 구간을 잡아버리면 라이트 유저에게는 너무 고단한 게임이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라이트 유저에게 이 수준부터는 당신에게 어려우니 성장 투자를 멈추고 다른 곳에 눈을 돌리라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성장 제한 조건을 설정하여 특정 조건을 돌파하지 못하면 더는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저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성장에 투자하다가 지쳐서 이탈하게 될 지 모를 일입니다.

 

호요버스 뿐만이 아니라 많은 중국 게임이 돌파 시스템을 통해 중간 중간 성장 제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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