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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_그 외/철학 화두

덜어내는 법을 배우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

"은퇴까지 그릴 수 있는 그림 장수는 생각보다 적어요. 아마 100개도 안 될 거예요."

 

  현업에서 알게 된 어느 아트 리더 분께서 커피를 마시면서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보다 경력도 경험도 많고 더 많은 사회생활과 유의미한 결과 및 실패도 겪어보신 분이 해주신 이 말은 이후 제 생각 기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과거부터 뭔가를 하거나 이뤄내기에는 항상 시간이 짧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일만으로는 역량이 뒤쳐지지 않도록 꾸준히 개인공부를 해야 합니다. 트랜드를 쫓기 위해서 새로운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도 봐야 하고, 국내 지식에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 영어나 일본어도 공부해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또한, 개발 지식을 더 쌓기 위해서는 원래 분야였던 게임 기획 분야 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이나 아트까지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과거에 손을 놨던 3D 아트도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호시탐탐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었고, 이것은 갈수록 마음에 조바심과 심리적 압박감을 만들었습니다. 주말에도 시간표를 짜서 1시간은 게임 기획을, 1시간은 콘텐츠 경험을, 1시간은 외국어 공부를 하는 식으로 업계에 흘러 들어오고도 10년 간 쉴 틈 없이 보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더니 어느덧 나이는 30대 중반을 지나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은 알차게 보낸 시간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 왜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 아직 그렇게 이룬 것도 없고, 해야 할 것도 많은데..."

 

이 생각이 들었을 때는 조바심을 넘어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보다 체력도 집중력도 떨어졌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기 시작했는데, 아직 해야 할 것은 산더미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이 글의 맨 처음에 기재한 말을 들었습니다.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수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현업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는 시기를 고려하면 20~30대, 아무리 길게 본다고 해도 40대까지입니다. 20~30년. 길어 보이지만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간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듯이, 겪어보면 생각보다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개인의 가치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자기관리 콘텐츠나 동기부여 콘텐츠가 하는 말처럼, 열심히 하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시간은 어떻게 쓰든 자신의 자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혹시 과거의 저처럼 최대한 많은 것을 해보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해보기보다는 하나를 깊이 파는 것이 좋습니다.

 무언가를 늘릴 생각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줄여서,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그제서야 덜어내야 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뒤로 '언젠가는 해야 되는데 일단 쌓아놓자'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많은 것을 덜어냈고, 그 덕분에 현재는 과거보다 더 명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도 너무 많은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여서 너무 많은 것에 시간을 나눠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주어지는 모든 지식이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영역은 나에게 불필요할 수도 있고, 필요하더라도 현재 혹은 앞으로 일하게 될 유관부서 사람들이 대신 채워줄 수도 있습니다. 이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존속되는 곳입니다.

 

 

한번쯤은 지금 시간을 뺏기고 있는, 앞으로 뺏기게 되 것들을 쭉 나열해 놓고 덜어낼 것은 과감하게 덜어내보는 게 어떨까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