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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창고/레벨 디자인

[고찰] 적 패턴 구성에 대해

적 패턴 구성에 대해

by Dreamrugi


1. 시작하기 전에

  얼마 전 회사 회식 자리에서 팀원 분들에게 "리니지2 레볼루션 시공의 균열 중에서 무엇이 제일 괜찮았나요?"라고 질문드린 적이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특성 상 컨텐츠에 대한 피드백이 잘 없어서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창조의 신전이나 용의 심장 사원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죠(창조의 신전은 퇴사하신 분에게서 간만에 어려운 것이 나와서 재밌었다고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물론 컨텐츠의 재미에 대해서는 분명히 개인차가 있을 것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의 신전이 가장 별로 였고,

초기 시공의 균열인 피의 여백작 침소와 광기의 제단이 좋았다. 특히 레오나드와 라모그가 재밌었다."라고 대답했던 것이죠. 최소한 트리샤라고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레오나드라니,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습니다. 대답을 해주신 분들은 그 이유를 "내가 학습해서 해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창조의 신전은 너무 어려워서 그러지 못 했다"라고 했고, 이 대화는 한 동안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한 동안 어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고 있었던 블러드본을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고 고생 끝에 엔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문득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고, 이 이야기를 블러드본 플레이 경험과 대조해보니 어렴풋이 그 해답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창조의 신전처럼 어려운 패턴은 없고 직관적이고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이죠 (물론 MMORPG가 아니라 액션RPG이기 때문에 복잡성보다는 단순 회피행동이 비중이 크긴 합니다).


  재미있는 NPC 패턴이란 무엇일까. 이번 고찰은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정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 리니지2 레볼루션의 보스, 레오나드와 디케

회식 자리 대화의 화제의 중심이었던 보스들입니다. 대단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패턴이었던 레오나드에 비해 상당한 복잡도를 가지고 있었던 디케. 너무 쉬워 평이 좋지 않을거라 예상했던 레오나드가 오히려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는 것은 꽤 충격이었습니다.



2. 패턴의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떤 패턴이 재미있는지 고찰하기 전에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도대체 패턴의 재미는 무엇이고,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정체를 밝혀야 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RPG 게임에서 '적 패턴'이라고 정의하는 것들은 '적과의 전투 패턴'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서 패턴(Pattern)이라 함은 원 단어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면 '정형화 된 양식'을 이야기합니다. 정리하면 '정형화 된 적과의 전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전투가 재미있었다"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게임 전투의 정형화 된 양식이 재미있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정형화 된 양식이 재미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rt of GameDesign에서는 게임을 '문제 풀이 활동'이라고 언급(물론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풀었을 때 거기서 오는 쾌감이 재미 중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정형화 된 양식이란 플레이어에게 제시되는 '정형화 된 문제 양식'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푸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라는 점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이 수반되어야 할까요? 먼저 문제 자체를 인식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해결법을 찾아낸 뒤 답을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요?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는 먼저 수학 문제의 지문과 제시된 공식을 보고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인지한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을 한 뒤 거기서 도출된 답을 제시하게 되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 바로 '정답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제시했던 답이 정답일 경우 거기서 쾌감(또는 재미)를 얻게 되는 것이죠.


※ 고민하던 문제가 해결되자 알몸으로 뛰쳐 나갔다는 전설적인 일화

적 패턴의 재미도 이 일화와 동일 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 끙끙 거리다가 마침내 그것을 풀어서 정답을 맞추었을 때 쾌감(재미)를 얻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과정을 게임 속 전투에 대입시켜본다면 어떨까요? 먼저 전투에서 '문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전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투는 둘 이상의 공격자로 이루어집니다. 보통 게임 속 전투에서 그 중 하나는 플레이어가 될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 됩니다. 플레이어가 문제를 푸는 주체라고 한다면 적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문제 자체라고 보는 것이 옳을까요? 저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적은 기획자의 대리자'이며 '기획자는 문제 출제자'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투의 재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획자가 다양한 문제를 생각해낸다면 그것을 기획자 대신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 '대리자'인 것이죠.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대리자가 문제를 문제 출제자가 의도한대로 제시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는 문제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할 때 이 대리자가 자신의 의도대로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괴롭혀야 하는 것이죠.


  문제 출제자, 대리자, 문제를 풀 사람이 준비 되었으니 이제 문제를 만들어야 할 순서입니다. 전투는 어떻게 구성될까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겠지만 저는 각 공격자의 공격, 피격, 방어(또는 회피)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해봤습니다. 그렇다고 했을 때 문제 풀이 과정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동물들이 다툼을 하는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우선 상대방을 관찰, 분석한 다음에 공격이 들어오면 회피하고 적이 빈틈을 보이면 공격을 할 겁니다. 즉 적의 행동은 문제가 되고 나의 행동은 내가 제시하는 답이 되며 적 공격 성공 여부 또는 나의 피격 여부가 정답 확인 과정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정형화 된 양식으로 만들고 그것을 풀이하는 과정이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패턴이 탄생한 것이죠.


※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에다드 스타크와 제이미 라니스터의 대결

동물들 간의 전투 뿐만 아니라 사람끼리의 전투에서도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를 유심히 관찰한 다음, 상대의 행동(공격,방어)으로부터 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게임 패턴도 이런 흐름을 가져야 하는 것이죠.



3. 왜 재미없는가?

  이제까지 패턴이 무엇이고 어떤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이제는 "왜 재미있었고 혹은 왜 재미없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순서입니다. 앞서 고찰 시작 이유에서 회사 분이 해주신 이야기에 열쇠가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학습해서 해냈다"라는 느낌입니다. 이제부터 레오나드와 디케의 사례를 놓고 왜 레오나드가 더 재미있었는지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레오나드의 경우는 학습해야 할 것, 혹은 신경써야 할 것이 거의 없는 대단히 직관적인 패턴을 가진 보스였습니다. '자상(방어력 감소)'을 부여하는 3개의 공격 기술과 자상을 가진 대상에게서 '핏덩이'라는 자폭형 몬스터를 소환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며, 주기적으로 빈혈 효과로 기절에 빠지거나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하여 다량의 핏덩이를 소환합니다. 특히 체페슈의 창연계 기술로써 정확히 회피했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죠.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레오나드에게서 학습해야 할 것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공격기는 피하고 자상을 입으면 핏덩이가 소환되니 도망간다 정도이며 매 기술을 피할 때 뿐만 아니라 1번의 주기가 돌아갈 때마다 나에게서 핏덩이 소환 여부를 통해 한 번 더 나의 행동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핏덩이 소환 후 즉시 빈혈 상태에 돌입하기 때문에 자상을 완벽히 피했다면 안정적인 딜링이라는 보상까지 획득하는 셈이죠. 이렇듯 '자상 부여'라는 문제에 '회피'라는 답을 얼마나 잘 제시했냐에 따라서 3중으로 정답을 확인하게 됩니다.


※ 레오나드가 자상 부여자에게서 소환하는 핏덩이

핏덩이의 기획 의도는 자상을 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체벌'로써 기획된 것이었으나, 다시 고찰해보니 반대로 생각하면 정답을 맞춘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창조의 신전의 디케는 어떨까요? 디케의 주 패턴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순 피해를 주는 기본기술 3종과 4대 원소의 상성에 따라 올바른 속성 원소를 획득해야 하는 원소의 시험, 각 플레이어에게 4대 속성 중 하나를 부여하고 부여된 속성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정령의 시험이 그것이죠. 가지고 있는 패턴의 종류나 실제 데이터 량도 레오나드의 3배에 달하지만 그만큼의 재미는 확보하지 못했던 디케. 패턴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왜 재미없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기본기술 3종은 기술을 회피했을 때의 성취감이 있어 양호한 편이지만 레오나드와 같은 회피에 따른 2중, 3중 보상이 잡혀있지 않습니다.

연계기 또한 없었기 때문에 대단히 단발적인 정답 피드백만이 존재하여 정답의 쾌감이 낮습니다. 원소의 시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답인 원소를 획득해서 디케의 강력한 필살기로부터 생존한다는 보상은 있지만, 정답의 순간이 단발적일 뿐만 아니라 나의 행동에 따른 디케의 행동이 없기 때문에 레오나드에 비하면 피드백이 매우 약한 편입니다. 또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올바른 원소를 먹어서 살아 남은 것인지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죠. 거기에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는 생소했던 4대 원소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인지 및 분석까지 어렵다는 것은 덤입니다. 마지막 정령의 시험은 제가 만들었지만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4대 원소 개념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나에게 부여된 원소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올바른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정답인 행동을 했는지 인지하기 어려우며, 정답 행동을 하지 못하면 전멸이라는 체벌이 있지만 모든 파티원이 정답 행동을 수행하더라도 체벌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어째서 이런 패턴이 탄생했을까요? 초기 시공의 균열 2종이 나왔을 때,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던전이 너무 쉬운 것 같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창조의 신전은 "작정하고 어렵게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죠. 


※ 디케의 정령의 시험에서 물과 바람 속성을 부여 받은 사람에게 뜨는 안내

패턴은 하나지만 플레이어는 4가지 공략법을 숙지해야 했었던 극악의 패턴. "어려운 패턴"이라는 것은 숙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이 당시에는 깨닫지 못 했다.



4. 결론

  위의 분석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2가지입니다. 패턴을 어떻게 구성하면 재미있는가난이도는 어떻게 상승시켜야 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하나씩 정리해보고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 패턴은 어떻게 구성해야 재미있는가?

  앞서 위의 2번 항목에서 전투는 (제가 생각하기로는)문제 풀이 과정과도 같으며 각 공격자의 공격, 피격, 방어(또는 회피)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분석을 하나로 합쳐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문제적의 공격, 방어 행동으로 대표됩니다.

- 문제의 인지와 분석적의 사전 공격, 방어 행동을 보고 적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됩니다.

- 답의 제출은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한, 적의 공격에 대한 플레이어의 방어 행동과 적의 회피에 대한 플레이어의 공격 행동이 됩니다.


- 정답인 경우, 전자의 경우엔 적의 공격을 방어하여 '체벌'을 피하게 되고, 후자의 경우는 적을 공격하는데 성공하여 적이 '피격' 행동을 수행합니다.

- 오답인 경우, 전자의 경우엔 플레이어가 '피격' 행동을 수행하여 체벌을 받고, 후자의 경우는 적이 방어에 성공하여 전투 시간이 길어지거나 혹은 플레이어가 위험에 빠지는 체벌을 받습니다.


  패턴이 올바른 재미를 유도하려면 위 과정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적의 행동에 대한 사전 정보가 너무 부족하거나 정보량이 너무 많으면 예측, 분석 자체가 불가능해져서 재미가 없으며, 반대로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쉬워져서 재미가 없게 됩니다. 또한 제출한 답이 정답이었을 때, 정답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약하면(피해도 얻은게 별로 없고 공격해도 적이 반응이 없다) 답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재미를 느낄 수 없고 오답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약하면 문제 해결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의지를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패턴을 기획할 때는 문제의 제시, 분석의 과정, 답의 확인과 피드백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합니다.


※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3

다크소울이나 몬스터헌터 같은 고난이도 액션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적의 문제 제시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특히 제출한 답에 대한 피드백이 대단히 공격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입니다.(부위파괴, 커다란 피격 애니메이션이나 기절 등)

     

나. 난이도는 어떻게 상승시켜야 하는가?  

  수치적인 밸런스를 제외하고 패턴 자체에 대한 난이도의 이야기입니다. 앞선 가 항목에서 언급되기도 했는데, 난이도 상승의 열쇠 역시 문제 풀이 과정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난이도가 올라갔다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정답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답을 제시하기 어렵게 하면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겠죠! 수학 문제는 어떻게 난이도가 올라갈까요? 먼저 문제 제시 부분을 보면 매우 응용적인 공식이 등장해서 분석 자체가 어렵거나 풀이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경우 (이 경우는 시간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오답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문제의 배정된 점수가 매우 높아서 오답일 경우 많은 점수를 잃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적의 패턴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정리한 것에 기반하여 정리하면 패턴의 난이도를 올리는 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적의 공격 및 방어 행동을 응용적으로 만든다. (연계, 복합, 속임수 등)

- 적의 공격 및 방어 행동에 대한 대응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정확한 순간에 대응해야 정답이 되는 형태 등)

- 오답인 경우의 체벌 효과를 강화한다. (피해량이 크거나, 단순 피해 외 추가 효과를 넣는 등)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던전 이미지

예를 들어 MMORPG의 대표 주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 던전 난이도가 일반, 영웅, 신화로 상승하면 기존 대응법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응용적인 효과를 추가합니다. 어떤 공격에 디버프 효과가 추가된다거나 대응을 방해하는 부하가 추가된다거나 하는 식이죠.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창조의 신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제의 인지와 분석이 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3가지 난이도 상승을 떠나서 애초에 문제의 인지, 분석이 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4대 속성의 관계 이해가 부족하다면) 문제 풀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하게 되어 학습해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없겠죠. 다시 수학 문제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문제의 지문이 외국어로 써져 있다거나 객관식인데 각각의 오지선다 선택지가 서로 다른 공식을 요구해서 문제를 인지, 분석 하는 과정 자체가 문턱이 되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프로레슬링에서는 "공격자 만큼 맞는 사람이 잘 맞아줘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스포츠를 떠나서 엔터테인먼트, 즉 쇼이기 때문이죠. 게임도 플레이어에게 어떤 계획된 재미를 보여준다는 점에선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즉, 게임 속의 적도 프로레슬링의 적처럼 "잘 맞아줘야 된다"는 것, 혹은 "적절히 잘 반응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적 개체는 플레이어의 재미를 위해서 최적화 된 ""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기획자들은 그 쇼를 위한 완벽한 각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관객의 반응 뿐만 아니라 그 반응에 대한 연기자의 2차적 반응까지 말이죠. :-)


※ 프로레슬링 커트 앵글과 브록 레스너

커트 앵글의 간판 기술인 앵글락이 들어간 장면입니다. 브록 레스너가 몹시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실제로 저 정도의 격렬한 통증을 느낄 정도로 기술을 걸진 않음에도, 관객들의 재미를 위해 '강화된 고통'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죠. 게임의 적 개체들도 플레이어에게 '강화된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적절히 연기해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