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창고_게임/게임 철학

IP 지속을 위해 신세대 유입을 위한 변화가 필요

꿈러기 2025. 6. 28. 18:00

"리니지라는 아저씨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들어요."

 

  리니지2 레볼루션 서비스하던 시절, 신입 공채로 들어오신 분께 리니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을 때 들은 답변입니다. 이 말을 들은지 어느덧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고, 서브컬처가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IP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에 과거에 찬사를 받았던 IP들이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제 요즘 사람들에게 리니지, 워해머, 워크래프트, 어쌔신 크리드, 파이널 판타지 등과 같은 명작들은 오래된 IP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플레이하고 리뷰를 쓰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 했던 시리즈가 월드였으니 이것조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시리즈는 훨씬 오래 전부터 존속했으니 이 역시 오래된 IP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기를 남기면서 제일 인상에 남았던 것은 좋았든 나빴든 신세대 유입을 위한 게임의 변화였습니다. IP의 지속성을 위한 신규 세대 유입을 위해서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게 기존 팬층의 반발이 사더라도 말입니다.

 

 

 

 

  IP가 오래되면서 팬도 함께 나이가 들어갑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덧 IP가 '올드한 IP'로 인식이 박혀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IP는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신세대 유입은 필수입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트랜드를 쫓고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을 조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에 맞춰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IP를 콘텐츠로써의 가치보다는 시장성으로만 봐왔던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서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시장성이 떨어졌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려 버리거나 더는 가치가 없을 때까지 팔려나가기 일수이니 말입니다.

 

라그나로크의 팬이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이런 걸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 영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역시나 IP/콘텐츠 강국 일본인 것 같습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의 영향일까요? 그들은 웬만한 IP 하나를 만들면 가치를 10년 넘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단순히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계속 신세대를 유입시켜서 최신 트랜드에 발 맞춰 간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 2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돌마스터 시리즈입니다. 2005년에 흔히 말하는 본가 시리즈로 시작한 아이돌 마스터는 벌써 20년차의 IP가 되었습니다. 20년이면 한국이라면 이미 한참 전에 올드한 IP로 낙인이 찍혀 사라졌을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현재 학원 아이돌마스터라는 최신작으로 일본의 매출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최신 트랜드에 맞춰서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 본가 IP를 시작으로, 2011년 신데렐라 걸즈, 2013년 밀리언 라이브, 2014년 사이드엠, 2018년 샤이니 컬러즈, 2024년 학원 아이돌마스터까지. 아이돌마스터는 IP의 2.0, 3.0 비전 형태로 끊임없이 신작을 내놓으며 트랜드 맞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물론 팬들이 항상 이 변화를 칭찬해줬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샤이니 컬러즈가 나왔을 때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며 기존의 팬층의 반발이 컸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버츄얼 아이돌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등 신세대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을 참고했고, 학원 아이돌마스터는 일본에서 우마무스메의 대항마로써 매출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샤이니 컬러즈의 인기가 떨어지며 이제 이 IP의 힘도 떨어졌구나 싶었는데, 학원 아이돌마스터로 반전시키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습니다.

 

 

두 번째는 하츠네 미쿠입니다. 미쿠 역시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장수 IP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젊은 세대 역시 미쿠를 소비할 정도로 아직까지 신세대 IP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성공 배경에는 신세대가 좋아하는 핫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진행하거나, 신세대에 맞춰 조정된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변화를 시도한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보더라도 이 IP는 트랜디하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로 하츠네 미쿠와 보컬로이드를 내세운 리듬게임 프로젝트 세카이의 주 플레이 연령대가 10~20대라는 것만 봐도 이런 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일본에서 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트랜드 지표 (중앙 하단에 20세 라인의 프로젝트 세카이, 보컬로이드가 눈에 띈다)

 

점차 한국에서도 IP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 아직은 갈 길이 멀게 느껴지지만 한국도 IP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본의 이런 장점을 눈여겨 보고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IP를 대하는 자세부터 바뀌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