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3-3.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암흑의 시대

꿈러기 2023. 3. 22. 17:43
※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프라임 비디오 '힘의 반지'는 원작 각색이 너무 많이 되어 그것과 비교하면 많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에리아도르의 위기

"이럴수가... 켈레브림보르..."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의 명을 받고 에레기온 생존자까지 규합하여 사우론의 군대에게 대항하러 온 엘론드는 적 부대를 보자마자 경악했습니다. 에레기온의 놀도르를 이끌었던 놀도르 군주 켈레브림보르는 이제 화살투성이가 된 끔찍한 모습으로 사우론 군대의 선봉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여러 면에서 열세였던 에리아도르의 엘다르 군대는 그 모습을 보고 남아있던 마지막 사기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이어진 전투는 학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엘다르 군대는 순식간에 괴멸됐으며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군대를 이끌고 있는 엘론드마저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엘론드 님, 적의 후방 군대가 돌아갑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다! 서둘러 탈출해라!"

 

거침없이 진격하던 사우론 군대의 후미가 돌연 방향을 바꿔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엘론드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적을 뿌리친 뒤 생존자를 이끌고 빠르게 전장을 이탈했습니다.

다행히 에레기온의 함락과 에리아도르의 위기를 전달받은 모리아의 난쟁이들과 로스로리엔의 암디르 및 엘다르가 모리아 입구로 나와서 사우론 군대의 후방을 공격했고 덕분에 북쪽으로의 진군이 주춤해진 것이었습니다. 분노한 사우론은 즉시 군대를 돌려서 모리아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난쟁이들과 로스로리엔의 엘다르들은 재빨리 다시 동굴로 들어간 다음 입구를 닫아버렸습니다. 난쟁이들의 숨겨진 입구는 특정한 조건을 알지 못하면 발견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사우론은 군대를 다시 재정비한 다음 다시 북쪽으로 진군할 준비를 했습니다.

 

켈레브림보르의 죽음 by Peter Xavier

 

한편, 생존자를 이끌고 후퇴한 엘론드는 린돈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린돈으로 돌아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으며 그의 생각에 아직 에리아도르에 남아 있는 많은 생존자를 지키려면 동쪽에도 피난처가 필요했습니다. 에레기온 북쪽의 안개 산맥 깊숙한 곳에서 거대한 골짜기를 발견한 엘론드는 그곳에 숨겨진 피난처 겸 요새를 만들었는데, 이곳은 임라드리스라고 불렸으며 후에 인간들은 깊은골(혹은 리벤델)이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진군할 준비를 끝낸 사우론은 군대를 이끌고 즉시 린돈으로 향했고 그들이 지나간 곳은 시체와 폐허만이 남았습니다.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은 사우론이 도착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 린돈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필사적으로 방어했습니다. 그 덕분에 미슬론드 항구는 함락되지 않고 오랜 기간 버텼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에리아도르에서 안전한 곳은 미슬론드와 임라드리스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에리아도르 대부분을 점령한 사우론은 남아있는 엘다르를 샅샅이 찾아내 사냥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미슬론드를 통해 서녘으로 탈출했는데, 엘다르는 이 암울한 시기를 암흑의 시대 혹은 탈출의 시대라고 불렀습니다.

 

임라드리스 from The One Wiki to Rule Them All

 

 

바다 너머의 지원

  가운데땅에 남아있는 엘다르의 힘만으로는 이제 사우론을 꺾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왕은 고심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긴 고민 끝에 답을 발견한 그는 급히 전령을 배에 태워서 서녘으로 보냈고 얼마 후 엄청난 규모의 함대가 미슬론드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길갈라드 폐하, 마침내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오오... 드디어!"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님을 뵙습니다.

  타르미나스티르 폐하의 명을 받아 가운데땅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바다 건너 누메노르로부터 두네다인이 거대한 함대와 군대를 이끌고 가운데땅을 지키기 위해 합류한 것입니다. 당시 누메노르의 힘은 그 어느 시대의 군대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했습니다. 두네다인은 축복받은 땅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살면서 엘다르 못지않게 강인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게 되었고, 서녘 엘다르로부터 전수받은 기술과 그들의 기술을 합쳐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함대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누메노르를 통치하고 있는 제11대 왕 타르미나스티르는 엘다르에게 호의적인 인물이었고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이 지원을 요청하자 그는 기꺼이 대함대를 지원했습니다.

누메노르 군대가 합류하자 전황은 순식간에 뒤집어졌습니다. 이들은 거침없이 적들을 베어넘기며  빠르게 에리아도르를 되찾았고 괴멸된 사우론 군대는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했습니다. 에레기온 서쪽 지역까지 후퇴한 사우론은 이곳에서 군대를 재정비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후방에서 새로운 누메노르 군대가 나타나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누메노르의 사령관이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함대를 미리 에네드와이스 서쪽에 상륙시켜두었던 것입니다. 양쪽에서 공격받게 된 사우론 군대는 오합지졸이 되어 완전히 괴멸되었고, 사우론은 가까스로 몸만 부지하여 모르도르까지 도주했습니다. 많은 군대를 잃어 다시 힘을 모아야 했던 사우론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누메노르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의 '힘의 반지'에 등장한 누메노르의 배

 

백색회의

  누메노르 군대의 활약으로 에리아도르는 마침내 다시 자유를 되찾았지만 전쟁의 상흔은 너무나 깊었습니다. 이미 많은 엘다르가 목숨을 잃거나 서녘으로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에레기온 대장간은 폐허만 남은 잿더미 땅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사우론은 모르도르의 바랏두르 성채에 건재하고 있었으니 남은 이들은 이제 다음을 대비해야만 했습니다. 그리하여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의 주최로 최초의 백색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엘다르 중 영향력 있는 자들이 한곳에 모였는데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을 주축으로 엘론드, 키르단, 갈라드리엘 등이 함께 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 길갈라드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의 '힘의 반지' 스틸컷 (본문 내용과는 무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장면입니다)

 

"얼마 전 큰 대가를 치르고 우리는 이 땅에 아직 악이 남아있음을 확인했고

 안타깝게도 사우론은 목숨을 부지하여 여전히 바랏두르에 건재하고 있소.

 따라서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미래를 대비해야 하오."

"사우론은 켈레브림보르가 만든 세 개의 반지를 노렸었죠."

"그렇소. 갈라드리엘. 그러니 안전을 위해 반지들은 따로 보관해야 하오."

"미슬론드에서 두 개를 가지고 계시죠. 하나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엘론드."

"예.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공기의 반지 빌랴를 그대가 임라드리스에서 지켜주시오."

"예.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에리아도르 동부에 새로운 요새가 필요하오."

"에레기온을 다시 재건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좋은 선택 같지는 않군요. 그 땅에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슬픔이 각인됐어요."

"동감하오. 우리가 언제나 누메노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엘론드. 그대의 임라드리스가 에리아도르 동부의 새로운 요새가 되어야 하오.

  또한, 그대를 내 부섭정으로 임명하니 미슬론드가 함락되면 그대가 남은 이들을 이끌도록 하시오."

"제가 말입니까? 하지만..."

"그대는 지난 전쟁에서 그대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소.

 이건 에아렌딜의 피 때문도 아닌 엘론드 그대가 스스로 증명한 가치라오."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명에 따르겠습니다."

 

이리하여 켈레브림보르의 세 반지 수호자는 각각 키르단, 엘론드, 갈라드리엘로 정해졌습니다. 이후 갈라드리엘과 켈레보른은 임라드리스에서 머물렀으며 엘론드는 그들의 딸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한편, 두네다인은 자신들의 힘과 가운데땅의 가능성을 확인하여 과거와 달리 잠깐 머물다 떠나지 않고 서부 해안지대에 정착지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누메노르 왕국의 힘을 두려워 한 사우론은 감히 모르도르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숨어서 천천히 힘을 키웠습니다.

 

이후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가운데땅의 평화가 지속됐는데, 향후 이것을 깨고 세상을 어지럽힌 불경한 기운은 놀랍게도 가운데땅 남부의 모르도르가 아니라 서쪽 바다에 떠있는 누메노르 왕국에서 시작됐습니다.

 

프라임 비디오의 '힘의 반지'에 등장하는 엘론드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인물

요정(놀도르)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현 가운데땅 놀도르의 왕이자 린돈의 군주
페아노르의 증손이며 핑골핀의 손자이자 핑곤의 아들
요정(텔레리) 키르단 길갈라드와 함께 미슬론드 항구를 관리하는 조선공
요정(놀도르) 엘론드 에아렌딜의 엘다르의 삶을 선택한 첫째 아들
인간(두네다인) 엘로스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
에아렌딜의 인간의 삶을 선택한 둘째 아들
요정(놀도르) 갈라드리엘 페아노르의 손녀이자 피나르핀의 딸이며 켈레보른의 아내.
요정(신다르) 켈레보른 도리아스 신다르 출신이며 갈라드리엘의 남편.
요정(신다르) 암디르 (아들 : 암로스)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스로리엔 지역에 정착.
요정(신다르) 오로페르 (아들 : 스란두일)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바니온 초록큰숲에 정착
요정(놀도르) 켈레브림보르 (사망) 에레기온 대장간의 군주이자 힘의 반지를 만든 자.
페아노르의 손자이며 쿠루핀의 아들.
미상 안나타르 사우론이 엘다르를 속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형상.
마이아 사우론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모르고스의 주요 부관
인간(악령) 마술사왕 아홉 나즈굴의 대장이며 사우론의 부관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지명

- 누메노르 발라가 3대 에다인 가문에게 선물로 선사한 섬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에 떠있으며, 두네다인 사는 땅
누메노르 메넬타르마 누메노르 중앙의 높은 산으로 일루바타르의 신전이 있음
누메노르 안두니에 항구 누메노르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누메노르 아르메넬로스 왕궁 두네다인의 누메노르 왕국 수도.
가운데땅 린돈 에레드 루인 서부에 위치한 옛 벨레리안드 땅
가운데땅 에리아도르 히사에글리르 서부에 위치한 땅
가운데땅 에네드와이스 히사에글리르 남서쪽에 위치한 땅
가운데땅 로바니온 히사에글리르 동부에 위치한 땅
가운데땅 에레드 루인 린돈(옛 벨레리안드)과 가운데땅 사이에 상하로 뻗은 산맥
가운데땅 회색 항구 미슬론드 린돈에 위치한 엘다르의 항구 도시
가운데땅 에레기온 대장간 켈레브림보르가 세운 놀도르의 대장간.
가운데땅 모리아 왕국 히사에글리르 지하, 에레기온 옆에 위치한 난쟁이의 왕국
가운데땅 히사에글리르 안개 산맥. 가운데땅 북부를 상하로 가로지른다.
가운데땅 모르도르 로바니온 남쪽에 위치한 척박한 땅. 불의 산이 있는 곳.
가운데땅 바랏두르 모르도르에 위치한 사우론의 요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