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3-2.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사우론의 계략

꿈러기 2023. 3. 21. 17:45
※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프라임 비디오 '힘의 반지'는 원작 각색이 너무 많이 되어 그것과 비교하면 많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암약하는 어둠

  잠시 분노의 전쟁이 끝난 직후로 돌아가서. 발라가 패배한 모르고스를 끌고 돌아간 뒤, 뒤처리를 위해 남아 있던 마이아 에온웨에게 모르고스의 부관이었던 마이아가 찾아왔으니, 그는 바로 엘다르에게 잔인한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사우론이었습니다. 전쟁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그는 에온웨에게 찾아가서 용서를 빌었으나, 같은 마이아의 처벌을 정할 권한이 없었던 에온웨는 그에게 발리노르로 찾아가 발라의 용서를 구할 것을 제안하고 먼저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사실 사우론이 이때 한 참회는 새빨간 거짓이었고 에온웨가 사라지자 사우론은 즉시 남쪽의 모르도르로 내려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후 사우론은 아무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조용히 가운데땅의 정세를 지켜봤습니다. 끔찍했던 전쟁의 여파로 황폐해진 땅, 많은 엘다르가 서녘으로 떠나서 버려진 땅.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도움이 손길이 뻗치지 않는 땅.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사우론은 확신했습니다.

 

"발라는 가운데땅을 또다시 잊어버렸다."

 

위대한 존재들이 다시 개입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우론은 모르도르의 깊은 토굴에서 검은 속내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서녘으로 떠나지 않은 많은 엘다르가 에리아도르와 히사에글리르 너머의 로바니온으로 퍼지고 있었고 발라의 축복을 받은 두네다인이 이따금 해안에 나타났지만, 아직 행동을 개시하기에 사우론의 힘과 세력은 너무 약했고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숨죽이며 그의 적들을 시기 어린 눈으로 바라만 봤습니다.

 

모르도르 from The One Wiki Rule Them All

 

 

절대 반지

  잔류 엘다르의 가운데땅 정착이 끝나고 누메노르와 가운데땅을 활발히 오가던 두네다인의 발길이 어느 순간 끊기자(누메노르 제6대 왕 타르알다리온 시기까지 활발히 교역하다가 제7대부터 제10대까지는 가운데땅 엘다르와의 교역을 중단했습니다) 사우론은 드디어 오랜 시간 꾸며온 계략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본디 마이아나 발라와 같은 존재는 영적인 존재로 죽어도 죽지 않으며 영이 취할 수 있는 육체를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사우론은 자신의 영이 취할 수 있는 육체 중 가장 수려하며 지혜로워 보이는 현자의 모습을 취한 뒤 이름을 선물의 군주라는 뜻의 안나타르로 바꿨습니다. 사우론은 준비가 끝나자 안나타르의 모습으로 에리아도르와 로바니온 곳곳에 퍼져 있는 엘다르를 만나러 다녔습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친교를 쌓으면서 다양한 지식을 전수해 주되 이익이 발생하면 최대한 그들에게 돌려주면서 큰 신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로 인해서 에레기온의 켈레브림보르 및 많은 엘다르가 항상 그를 반갑게 맞이했으나, 그의 친절과 정체를 의심했던 린돈의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왕과 엘론드는 끝까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우론은 어떻게든 엘다르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거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의 수하에는 오르크와 동부인 출신의 인간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엘다르가 지닌 강함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강인하고 총명한 엘다르를 마음대로 부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를 위해 사우론이 고민 끝에 발견한 방법은 바로 힘의 반지였습니다. 사우론은 안나타르의 모습으로 에레기온을 방문한 뒤 힘의 반지에 대한 구상을 그들에게 전달했고, 아니나 다를까 켈레브림보르와 놀도르 대장장이들은 미끼를 덥석 물어서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반지 16개가 만들어지자 사우론은 즉시 에레기온을 빠져나와 모르도르로 돌아갔으며 불의 산 뜨거운 용암으로 담금질 한 또 한 개의 반지를 만들었으니니, 이것이 바로 절대 반지였습니다. 다른 모든 반지는 이 반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완전히 종속되었으며 이 반지가 존재하는 동안에만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 이는 힘의 반지가 사우론의 조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에레기온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반지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반지는 그 이상의 힘을 지녀야 했고, 사우론은 이 반지에 자신이 가진 엄청난 힘을 쏟아부어 자신과 이 반지의 운명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절대 반지 계획은 그만큼 그에게 중대한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이제 사우론은 이 반지를 통해서 다른 반지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반지를 끼고 있는 자들의 생각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절대 반지 from The One Wiki Rule Them All

 

 

켈레브림보르

  준비를 모두 마친 사우론은 마침내 절대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습니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두 가지 벌어졌습니다. 먼저 그가 확인하지 못한 반지가 3개가 추가로 제작된 것. 16개 반지가 만들어지자마자 에레기온을 떠났던 그는, 켈레브림보르가 그의 도움 없이 만든 가장 강력한 반지 나랴, 네냐, 빌랴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 반지들 역시 그의 기술을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절대 반지에 종속되어 있긴 했으나, 사우론은 이 반지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힘을 지녔는지도 알지 못했으며 그저 다른 반지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만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힘의 반지를 이용하면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엘다르가 생각보다 강력하게 저항했고, 그들이 사우론의 계략을 깨닫자마자 반지를 빼버렸다는 것입니다.

사우론은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분노했고 모든 반지를 빼앗기 위해 즉시 가운데땅 엘다르에게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사우론의 군대가 에레기온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켈레브림보르는 긴급하게 미슬론드로 지원을 요청했고, 갈라드리엘과 그녀의 남편 켈레보른은 사우론의 군대가 로바니온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암디르의 왕국이 있는 로스로리엔으로 급히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사우론과 달리 평화에 취해있었던 엘다르의 대응은 너무나도 늦었습니다.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왕의 명을 받은 엘론드가 에리아도르의 병력을 규합하여 에레기온을 지원하러 가기 전에 사우론의 군대가 먼저 도착했고, 아무런 전쟁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에레기온은 손쉽게 점령됐습니다. 사우론은 에레기온에 있는 9개의 반지를 먼저 빼앗고 행방이 묘연했던 7개의 반지 역시 켈레브림보르를 고문하여 찾아냈으나, 그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마지막 3개의 반지는 아무리 고문해도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켈레브림보르를 끌어낸 사우론은 다시 한번 그에게 물었습니다.

 

"이보게, 켈레브림보르... 언제까지 그렇게 굳게 입을 다물고 있을 텐가?

  어차피 절대 반지가 두려워 쓰지도 못할 반지가 아깝지도 않은가?"

"..."

"이제 그만 털어버리게. 그러면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 자비로운 사우론이 반지를 만든 자네의 공로를 높이 사서 풀어줄 지도 말이야. 큭큭."

"그 반지들은 네 것이 아니다..."

"이런 이런... 내가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들이 아닌가.

  그러니 소유권에 대한 내 주장은 꽤나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

"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군.

 자네는 내가 그 반지들의 행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

"켈레브림보르... 나도 바보가 아니라네.

 자네가 그리 소중하게 생각하니 분명 강대한 자들을 수호자로 선정했겠지."

"..."

"어디 보자... 그래, 린돈 미슬론드 항구의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왕이라거나."

"..."

"후후... 뭐 좋아. 가서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

 자네는 그만 푹 쉬도록 하게. 아, 만도스의 궁정에서 말이야."

"크윽... 발라의 심판이 너를 찾아갈 것이다. 사우론!"

"아~ 저기 서녘 너머에 위엄있게 앉아서 방관하고 계신 그분들 말인가?

  제발 찾아오셨으면 좋겠군. 큭큭큭."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사우론은 켈레브림보르를 처형했으며, 마지막까지 3개 반지의 행방을 지킨 켈레브림보르의 시신은 잔인한 사우론에 의해 화살 세례가 된 채로 사우론의 군대 선봉의 창 끝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에레기온은 아름다웠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잿더미만 남은 폐허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켈레브림보르의 죽음 by Alan Lee

 

 

반지의 행방

  켈레브림보르가 직접 만든 3개의 반지는 사실 사우론이 에레기온을 공격하기 전에 엘다르 중 가장 강대한 자들을 수호자로 지목하여 빠르게 전달됐습니다. 먼저 공기의 반지 빌랴와 불의 반지 나랴는 미슬론드 항구의 놀도르 왕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는 빌랴를 자신이 끼고 나랴는 조선공 키르단에게 주었고, 물의 반지 네냐는 로스로리엔으로 떠난 갈라드리엘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즉, 확신은 없었지만 사우론의 추측이 어느정도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왕과 갈라드리엘 from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힘의 반지'

 

한편, 사우론은 에레기온에서 빼앗은 16개의 반지를 엘다르가 아닌 다른 종족들에게 나누어주고 거기에 자신의 악의를 심어 지배하려고 했습니다. 먼저 난쟁이 왕들에게 7개의 반지를 주었는데, 원래부터 성격이 완고하고 고집이 셌던 이들은 사우론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반지의 힘이 그들의 분노와 황금에 대한 탐욕을 잘 통제하지 못하는 성격에 불을 붙였고, 많은 난쟁이 왕들이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보물창고를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사우론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남은 9개의 반지인간 군주들에게 주어졌습니다. 명예와 부에 눈이 먼 인간은 반지의 강력한 힘을 마음껏 사용하여 왕이 되거나 마법사 또는 용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반지를 사용할 때마다 그들은 사우론이 만든 유령과 환상에 노출됐으며, 종국에는 한 사람씩 반지의 노예가 되어 절대 반지를 지닌 자 외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악령이 되었는데, 이들을 반지악령 곧 나즈굴이라고 불렀습니다. 나즈굴은 수많은 사우론의 부하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했으며 언제나 죽음의 음성을 울부짖었습니다. 특히 아홉 나즈굴의 우두머리는 마술사왕(Witch-king)으로 알려진 자로 사우론의 신뢰 받는 부관이었습니다.

 

아홉 악령 by Anato Finnstark

 

  이제 반지와 강력한 부하들까지 얻은 사우론은 자신을 지상의 왕이라고 칭한 뒤 대대적으로 가운데땅을 침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모르고스의 부하들을 있는 대로 끌어모은 뒤 모르고스 땅에 바랏두르 성채를 세웠습니다. 이후 사우론의 부하들은 가운데땅 전역에서 엘다르를 사냥하고 다녔으니, 이는 곧 태양 제2시대의 가장 암울한 시기였던 암흑의 시대의 시작이었습니다.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인물

요정(놀도르)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현 가운데땅 놀도르의 왕이자 린돈의 군주
페아노르의 증손이며 핑골핀의 손자이자 핑곤의 아들
요정(놀도르) 엘론드 에아렌딜의 엘다르의 삶을 선택한 첫째 아들
인간(두네다인) 엘로스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
에아렌딜의 인간의 삶을 선택한 둘째 아들
요정(놀도르) 갈라드리엘 페아노르의 손녀이자 피나르핀의 딸이며 켈레보른의 아내.
요정(신다르) 켈레보른 도리아스 신다르 출신이며 갈라드리엘의 남편.
요정(신다르) 암디르 (아들 : 암로스)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스로리엔 지역에 정착.
요정(신다르) 오로페르 (아들 : 스란두일)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바니온 초록큰숲에 정착
요정(놀도르) 켈레브림보르 (사망) 에레기온 대장간의 군주이자 힘의 반지를 만든 자.
페아노르의 손자이며 쿠루핀의 아들.
미상 안나타르 사우론이 엘다르를 속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형상.
마이아 사우론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모르고스의 주요 부관
인간(악령) 마술사왕 아홉 나즈굴의 대장이며 사우론의 부관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지명

- 누메노르 발라가 3대 에다인 가문에게 선물로 선사한 섬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에 떠있으며, 두네다인 사는 땅
누메노르 메넬타르마 누메노르 중앙의 높은 산으로 일루바타르의 신전이 있음
누메노르 안두니에 항구 누메노르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누메노르 아르메넬로스 왕궁 두네다인의 누메노르 왕국 수도.
가운데땅 린돈 에레드 루인 서부에 위치한 옛 벨레리안드 땅
가운데땅 에리아도르 히사에글리르 서부에 위치한 땅
가운데땅 로바니온 히사에글리르 동부에 위치한 땅
가운데땅 에레드 루인 린돈(옛 벨레리안드)과 가운데땅 사이에 상하로 뻗은 산맥
가운데땅 회색 항구 미슬론드 린돈에 위치한 엘다르의 항구 도시
가운데땅 에레기온 대장간 켈레브림보르가 세운 놀도르의 대장간.
가운데땅 모리아 왕국 히사에글리르 지하, 에레기온 옆에 위치한 난쟁이의 왕국
가운데땅 히사에글리르 안개 산맥. 가운데땅 북부를 상하로 가로지른다.
가운데땅 모르도르 로바니온 남쪽에 위치한 척박한 땅. 불의 산이 있는 곳.
가운데땅 바랏두르 모르도르에 위치한 사우론의 요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