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3-1. 아칼라베스 : [태양 제2시대] 재기하는 세계

꿈러기 2023. 3. 20. 18:35
※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프라임 비디오 '힘의 반지'는 원작 각색이 너무 많이 되어 그것과 비교하면 많은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누메노르의 번영

  끔찍했던 태양 제1시대의 마지막 전쟁이 끝나고 발라의 축복을 받으며 누메노르에 정착한 두네다인. 이들은 축복받은 땅에 살면서 일반적인 인간보다 훨씬 긴 수명을 누리며 질병도 모르는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특히 누메노르의 초대 국왕이자 반요정이었던 엘로스는 두네다인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긴 수명인 500살까지 살았고, 그의 직계 혈통 역시 다른 두네다인보다 더 긴 수명을 누렸습니다.

누메노르의 중심 도시는 발리노르가 위치해 있는 서쪽 해안의 중심 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안두니에 항구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특히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한 두네다인 도시의 결정체와 같았습니다. 섬 중앙에는 메넬타르마라는 높은 산이 우뚝 서있었는데 이곳에는 일루바타르에게 제사를 지니는 신전이 있었고 이 땅에서 신전은 이곳뿐이었습니다. 그 산의 기슭에는 왕들의 무덤이 있었으며 옆 언덕에는 아르메넬로스 왕궁이라는 누메노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건설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누메노르의 두네다인은 발라의 보호와 서녘 엘다르의 지원 속에서 눈부신 번영을 이뤘습니다. 두네다인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기는 했지만 발리노르의 엘다르와 교류하면서 그들의 언어 역시 배워서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이들과 이들의 도시는 모두 그들의 언어와 엘다르의 언어로 된 두 가지 이름을 가졌습니다. 발리노르의 엘다르는 이따금 배를 타고 누메노르를 방문하여 두네다인에게 다양한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그들은 특히 님로스라는 텔페리온을 닮은 나무를 선물했는데, 이 나무는 발라 야반나가 엘다르에게 선물한 나무에서 이어진 묘목이었습니다. 이 나무는 아르메넬로스 왕궁 안뜰에 뿌리를 내리고 텔페리온처럼 저녁에 꽃을 피웠습니다.

 

두네다인은 여러 방면에서 번영을 이뤘지만 특히 항해술과 조선술에 능했습니다. 그래서 용감한 두네다인 청년들은 누메노르 땅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상 곳곳으로 배를 타고 나가 모험했습니다. 이들은 가운데땅 전역을 누비면서 아직까지 그곳에 살고 있는 낙후된 인간들에게 농경과 질서 등 다양한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두네다인은 이 넓은 땅을 탐험할 뿐이지 도시를 건설하여 정착하지는 않았는데, 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메넬타르마 정상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서녘의 발리노르를 갈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녘으로의 항해는 발라의 엄명으로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발라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두네다인이 불멸의 땅에 현혹되면 일루바타르가 내린 그들의 유한한 삶을 넘어서려 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두네다인은 날이 좋으면 메넬타르마 정상에 올라서 서쪽에 어렴풋이 보이는 불멸의 땅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 드라마 '힘의 반지'의 누메노르

 

 

에레기온과 안나타르

  누메노르가 날로 번영하고 있는 그 무렵,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부하고 가운데땅에 남아있는 이들도 자신들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페아노르의 손자이자 쿠루핀의 아들 켈레브림보르와 그를 따르는 놀도르는 히사에글리르 산맥 서쪽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 에레기온이라는 대장간을 세웠는데, 이들은 특히 엘다르로써는 드물게 바로 근처 지하에 있었던 모리아 왕국의 난쟁이들과도 친분을 유지했습니다.

본래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켈레브림보르와 놀도르 대장장이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작품을 더 높은 경지로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들은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부하면서까지 이곳에 남으면서 떠난 이들이 여기에서 누렸어야 할 것까지 모두 누리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쉴 틈 없이 실력을 갈고닦았고 그 덕분에 기술은 날로 진보했습니다.

 

프라임 비디오 드리마 '힘의 반지'의 켈레브림보르

 

그런데 어느 날, 에레기온에 낯선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에레기온의 놀도르 여러분. 저는 안나타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뛰어난 기술에 대한 소문을 듣고 기술을 교류하기 위해 먼 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자신을 안나타르라고 소개한 이 인물은 누가 보아도 매우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가 가진 지식은 너무나 방대하여 이전까지 에레기온의 대장장이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기꺼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전수하고 함께 기술 발전을 도모하자고 하는 이 신비로운 인물의 제안에 켈레브림보르와 에레기온의 놀도르는 거리낌없이 제안을 수락했고, 이들은 우애를 나누고 서로 신뢰를 쌓으며 수많은 역작을 탄생시켰습니다. 얼마 안 가서 안나타르는 에레기온의 놀도르에게서 상당한 신뢰를 얻었고,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종종 에레기온을 떠나 먼곳에 있는 다른 엘다르와도 교류하며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안나타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에레기온으로 전령이 하나 찾아왔는데, 그는 다름이 아닌 린돈에 있는 회색 항구 미슬론드의 길갈라드 에레이니온이 보낸 자였습니다. 그는 켈레브림보르와 놀도르를 모아놓고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이곳에도 안나타르라는 자가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덕분에 에레기온은 이제 서녘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기술을 얻었습니다."

"벌써 다녀갔군요. 실은 길갈라드께서 그 자를 조심하라 이르셨습니다."

"조심... 하라고요?"

"예."

"그대도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 현자를 왜 조심하라는 말입니까?"

"그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친절하게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생각해 보세요. 그런 대단한 자를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그런 자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그것을 공유한다니 수상하지 않습니까?"

"가운데땅은 넓어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아직 그의 정체가 뭔지조차 확실히 모릅니다."

"지금 증거도 없이 그저 심증으로 그를 몰아세우는 것 아닙니까?"

"길갈라드 뿐만이 아니라 엘론드 역시 그를 의심하고 계십니다."

"됐습니다. 대화는 여기까지 하죠."

"하지만...!"

"안나타르는 에레기온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 그를 당신들의 말만 믿고 멀리할 수는 없어요. 이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안나타르는 에리아도르 전역의 엘다르와 교류하며 신뢰를 쌓고 있었지만, 오직 린돈만이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갈라드 에레이니온과 엘론드는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무장하고 친절하게 접근해오는 이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왠지 모를 어두운 의도를 느꼈으며, 그의 정체를 아직 알지는 못했지만 가까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 엘다르에게 전령을 보내 그를 경계하라고 일렀지만, 이미 안나타르와 많은 신뢰를 쌓은 이들은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선물의 군주 안나타르 from 게임 '미들 어스 : 쉐도우 오브 모르도르'

 

 

힘의 반지 그리고...

  어느 날, 에레기온으로 돌아온 안나타르는 켈레브림보르와 놀도르를 찾아가서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친 덕분에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군요."

"다 그대, 안나타르 덕분입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까? 편히 말씀하시죠."

"제게 역사에 길이 남을 역작의 발상이 떠올랐는데 이걸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말 못 할 이유라도 있나요?"

"이걸 만들려면 우리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며 그렇더라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실패했을 때 여러분의 상심이 크실까 걱정이 되어 말씀드리기 망설여지는군요."

"안나타르, 당신과 우리의 실력을 못 믿는 겁니까?"

"못 믿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함께 만든 것을 생각해 보세요.

 이제 우린 감히 서녘에 있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세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겁니다."

"바로 반지입니다."

 

안나타르가 제안한 것. 그것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강력한 마법이 담겨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의 반지였습니다. 그 작은 장신구 안에 강력한 마법의 힘을 담아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작업이 분명했지만, 켈레브림보르를 필두로 한 에레기온의 놀도르 대장장이들은 안나타르의 인도에 따라 작업에 착수했고, 마침내 그들이 가진 모든 기술의 정수가 담긴 힘의 반지 16개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켈레브림보르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안나타르의 도움만을 받아서는 안돼..."

 

켈레브림보르는 안나타르의 도움 없이 힘의 반지를 만드는 것에 도전했고 그 결과 세 개의 반지가 더 탄생했습니다. 각각 불의 반지 나랴, 물의 반지 네냐, 공기의 반지 빌랴라고 불린 이 반지들은 힘의 반지 중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가장 아름다웠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안나타르는 이 반지를 직접 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앞선 16개의 힘의 반지가 완성되자 그가 홀연히 어디론가 떠났기 때문입니다.

 

프라임 비디오 드리마 '힘의 반지'의 나랴, 네냐, 빌랴

 

총 19개의 힘의 반지를 만든 켈레브림보르와 에레기온의 대장장이는 기쁜 마음에 반지를 끼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함께 반지를 만들었던 안나타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완성된 반지 중 그 어느 것도 받지 않고 그저 여러분이 만든 역작이라는 말을 한 채 어디론가 떠났으며, 그가 남쪽으로 향했다는 소문만이 풍문으로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크, 크윽! 이건 대체...!"

 

어느 날 힘의 반지를 끼고 있던 켈레브림보르는 갑작스럽게 어두운 기운을 느꼈습니다. 이 기운은 그의 머릿속을 파고들더니 그가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을 들춰내려 하면서 기운을 보내는 자의 어두운 의도를 머릿속에 주입하려 시도했습니다. 켈레브림보르는 필사적으로 기운에 저항하다가 문득 이 기운이 힘의 반지를 통해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빼려 했습니다. 그때 힘의 반지와 연결된 또 다른 반지를 끼고 있는 어두운 기운의 주인을 목격한 그는, 반지를 빼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어떤 이름을 읊조리며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럴수가... 사, 사우론...?"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인물

요정(놀도르) 길갈라드 에레이니온 현 가운데땅 놀도르의 왕이자 린돈의 군주
페아노르의 증손이며 핑골핀의 손자이자 핑곤의 아들
요정(놀도르) 엘론드 에아렌딜의 엘다르의 삶을 선택한 첫째 아들
인간(두네다인) 엘로스 누메노르 왕국의 초대 왕
에아렌딜의 인간의 삶을 선택한 둘째 아들
요정(놀도르) 갈라드리엘 페아노르의 손녀이자 피나르핀의 딸이며 켈레보른의 아내
요정(신다르) 켈레보른 도리아스 신다르 출신이며 갈라드리엘의 남편.
요정(신다르) 암디르 (아들 : 암로스)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스로리엔 지역에 정착.
요정(신다르) 오로페르 (아들 : 스란두일) 신다르 출신의 군주로 로바니온 초록큰숲에 정착
요정(놀도르) 켈레브림보르 에레기온 대장간의 군주이자 힘의 반지를 만든 자.
페아노르의 손자이며 쿠루핀의 아들.
미상 안나타르 사우론이 엘다르를 속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형상.
마이아 사우론 고르사우르라고 불렸던 모르고스의 주요 부관

※ 태양 제2시대의 주요 지명

- 누메노르 발라가 3대 에다인 가문에게 선물로 선사한 섬
아만 대륙과 가운데땅 사이에 떠있으며, 두네다인 사는 땅
누메노르 메넬타르마 누메노르 중앙의 높은 산으로 일루바타르의 신전이 있음
누메노르 안두니에 항구 누메노르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항구
누메노르 아르메넬로스 왕궁 두네다인의 누메노르 왕국 수도.
가운데땅 린돈 에레드 루인 서부에 위치한 옛 벨레리안드 땅
가운데땅 에레드 루인 린돈(옛 벨레리안드)과 가운데땅 사이에 상하로 뻗은 산맥
가운데땅 회색 항구 미슬론드 린돈에 위치한 엘다르의 항구 도시
가운데땅 에레기온 대장간 켈레브림보르가 세운 놀도르의 대장간.
가운데땅 모리아 왕국 히사에글리르 지하, 에레기온 옆에 위치한 난쟁이의 왕국
가운데땅 히사에글리르 안개 산맥. 가운데땅 북부를 상하로 가로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