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서재/[연대] 반지의 제왕

2-19. 퀜타 실마릴리온 : [태양 제1시대] 레이시안의 노래 - 2

꿈러기 2023. 1. 29. 22:04
※ 알리는 글
● 본 블로그의 반지의 제왕 역사 시리즈는 읽는 재미를 위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내용, 표현에 살을 붙이고 있습니다. 
● 베렌과 루시엔은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아라고른이 프로도 일행을 브리에서 빼낸 뒤 습지를 지나갈 때,
     호빗 일행이 잠든 사이 아라고른이 홀로 흥얼거리고 있던 노래의 이야기입니다.

위기에 빠진 여정

  핀로드 펠라군드와 놀도르 10명의 도움을 얻은 베렌은 본격적으로 앙그반드를 향했습니다. 일행은 오르크와의 교전을 최대한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들은 앙그반드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 이전에 가장 위험한 곳 근처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다름이 아닌 에레드 웨스린과 에레드 고르고로스 사이의 좁은 협곡인 시리온 통로로, 이곳에 위치한 톨인가우로스는 변함없이 사우론의 본거지였습니다.

시리온 통로 전체를 내려다 보는 톨인가우로스의 시선을 피하여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산맥을 넘는 것 역시 터무니 없었습니다. 일행은 결국 고민 끝에 인근 오르크 야영지를 습격해서 장비를 탈취한 뒤 그들의 옷가지로 변장하여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일행은 최대한 오르크 같이 행동하며 시리온 통로를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철커덕철커덕.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오르크의 갑옷과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답답하고 기괴한 철제 투구. 핀로드는 투구의 괴상한 눈구멍 너머로 저 멀리 보이는 톨인가우로스를 바라봤습니다. 한때 자랑스럽게 느꼈던 감시탑은 겉모습이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나르고스론드를 떠나기 전에 동생 오로드레스가 했던 당부를 떠올렸습니다.

 

"전 솔직히 이 원정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가문의 반지를 걸고 한 형님의 맹세를 막지는 못하겠죠.

 그렇다면 핀로드 형님.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명심해주세요.

 절대로 시리온 통로를 지나는 길은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나스 티리스, 아니 톨인가우로스의 사우론은 여태 우리가 경험했던 자들과는 다릅니다.

 형님의 능력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생각하시든 그 이상을 준비할 간악한 자입니다.

 부디... 제 경고를 잊지 말아주세요."

 

오로드레스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방법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고 생각하며 핀로드는 묵묵히 일행을 이끌고 걸어갔고, 그 뒤를 바짝 따라가는 베렌은 탑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쾌한 시선을 느껴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시리온 통로에 있는 호수의 톨 시리온, 그곳에 세워진 톨인가우로스(구 미나스 티리스)

 

  시리온 통로를 반 이상 지나갔다고 생각이 들 즈음에 별안간 앞쪽에서 오르크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어림잡아도 일행보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았으며 그들은 틀림없이 핀로드와 베렌 일행을 주시하면서 이들이 가까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각된 것일까. 만일의 사태를 위해 베렌이 칼에 손을 가져가려 하는데 핀로드가 그를 제지하면서 주변 숲속으로 눈길을 줬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매서운 눈동자. 늑대인간들이 이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직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아 발각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일단 태연하게 계속 걸어가는 일행.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르크 무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걸어나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런 멍청한 놈들 같으니! 까먹을 게 따로 있지 그걸 까먹어?!

 시리온 통로를 지날 때는 사우론 님께 먼저 보고를 드리라면 말이야, 보고를!

 네놈들 때문에 하마터면 내 목이 날아갈 뻔 했잖아! 당장 따라와!

 아 뭐해! 어서 안 따라오고! 귀까지 먹었냐!" 

 

아뿔사. 모르고스 군대에는 시리온 통로를 지날 때 사우론에게 먼저 보고를 해야 하는 규칙이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직 정체가 발각되지는 않은 모양. 일행은 우선 반항하지 않고 조용히 오르크들을 따라 갔습니다. 어느덧 가까이에서 보게 된 톨인가우로스. 핀로드는 존재감만으로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거대한 탑을 보며, 그렇게나 듬직했던 곳이 어떻게 한순간에 이렇게 바뀔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탑 안에 도사리고 있을 존재에 대한 걱정을 애써 억눌렀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올라 마침내 시리온 통로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곳 전망대에 도달한 일행. 그곳에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는데, 그가 돌아서서 쳐다보자 일행은 단지 그것만으로도 발가벗겨진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잠시 후 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내게는 고민이 있는데 말이야, 한 번 들어보지 않겠나?

 그래... 산채로 양팔이 절단하는 것과 늑대인간의 취향에 따라 몸을 먹게 하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지?"

 

질문이 끝나자마자 핀로드는 즉시 깨달았습니다. 이 자가 바로 오로드레스가 말했던 자, 사우론임을.

 

"후후후, 달콤한 공포의 향기가 느껴지는군. 허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 위대한 사우론께서는 오르크가 보고 명령을 어겼다고 해서 그런 벌을 내릴만큼 매정하지 않으시거든."

 

아직 발각되지 않은 것일까, 베렌은 심연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하지만... 그래, 한 가지 문제가 있군."

 

말을 마치자마자 사우론의 모습이 갑자기 온데간데 없어졌는데 갑자기 핀로드와 베렌의 바로 옆에서 조롱하는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흰 오르크가 아니라는 문제가 말이야..."

 

베렌이 빠르게 칼을 뽑아 사우론을 공격하려 했는데, 그는 순식간에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선 노래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마술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유일자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이라고 자칭하는 이들.

 그 끝을 알 수 없는 오만함은 형제를 배신하며 종은 주인의 자리를 노리고 친한 친구의 비밀은 누설하지.

 수면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니, 광대놀음이 따로 없더라."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과 용기마저 앗아가는 듯한 뒤틀린 조롱의 말에 일행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핀로드 펠라군드가 입고 있던 변장을 벗어던지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거룩한 존재들의 부름을 받은 유일자의 자녀들.

 두 나무의 빛 아래 눈부신 문명을 이룩했으며 불의에 맞서기 위해 아르다를 건너왔다네.

 위대한 나르고스론드 왕국은 세상의 검은 적에 맞서 기꺼이 목숨을 다해 맞서싸우리."

 

어둠속의 한줄기 빛처럼 울려퍼지는 핀로드의 목소리. 그러나 사우론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였었습니다.

 

"두 나무의 빛은 심연보다 어두운 위장으로 빨려 들어갔고 빛의 조각들은 잃어버렸네.

 욕심에 눈이 먼 자들은 은혜를 배덕으로 보답했고 손은 동족의 피로 붉게 물들었지.

 하얀 백조는 배신의 불에 타오르는데 살을 에는 얼음에 갇힌 이들에겐 닿지 않네.

 

 빛의 조각과 동족의 피 중 값진 것은 무엇이던가, 답은 그들만이 알리니."

 

사우론의 간사한 혀는 핀로드의 마음속 깊이 잠들어있던 죄책감과 분노를 날카롭게 파고 들었으며, 결국 그도 사우론에게 대항할 의지를 잃고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사우론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오르크들을 시켜 일행을 지하 감옥에 가두로록 지시했습니다. 그는 일행에게 죽음을 선사할 생각이 없었으며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고 무슨 목적으로 이곳을 지나가려 했는지 낱낱이 파헤칠 생각이었습니다.

 

사우론의 앞에 쓰러진 핀로드 - Kurai Geijutsu

 

 

루시엔의 모험

  그 시각 도리아스의 메네그로스 궁정. 위험한 임무에 베렌을 떠나 보낸 루시엔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베렌에게 소식이 닿지 않자 그녀는 통찰력을 가진 어머니 멜리안을 찾아갔습니다. 딸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가 원하는 것을 깨달은 멜리안은 루시엔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하여 베렌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았습니다. 벨레리안드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건의 환상과 비명속에서 멜리안은 마침내 몇 가지 단서를 잡아냈습니다. 외딴 섬 위에 세워진 높은 탑, 늑대인간, 감옥 그리고 죽음. 그때 어떤 음험한 시선이 멜리안을 눈치채려고 하자 그녀는 황급히 집중을 멈췄습니다. 톨인가우로스 지하 감옥. 멜리안의 이 한마디에 루시엔의 가슴은 무너져내렸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루시엔의 방. 그녀의 부름을 받은 신다르 음유시인 하나가 비밀리에 찾아왔습니다. 그의 이름은 다이론으로, 많은 노래와 룬 문자를 만든 싱골 왕의 총애를 받는 자이며 루시엔과는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베렌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자 투성이인 도리아스에서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습니다. 루시엔은 그에게 도리아스 탈출 계획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이론은 그녀의 계획을 진지하게 들어준 뒤, 한 편의 시와도 같은 그녀의 사랑과 열정을 열렬히 응원한다며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 하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루시엔이 떠나기로 한 날. 그녀는 어두운 밤을 틈타 왕궁의 샛길을 통해 다이론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습니다. 어두운 메네그로스 궁정을 빠져나와 이실의 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도달했을 때, 안타깝게도 그녀가 마주한 것은 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다이론 대신 빈틈없이 그녀를 포위하고 있는 왕궁 수비대였습니다.

다이론은 루시엔을 오랜기간 남몰래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사실 그녀와 베렌이 비밀리에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싱골 왕에게 고한 것 역시 그였습니다. 그는 그녀가 베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녀를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한낱 에다인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위험한 곳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탈출 계획을 싱골 왕에게 고했습니다. 싱골 왕은 물론 노발대발하며 루시엔을 나무랐습니다. 그는 넬도레스 숲에서 가장 높은 나무에 집을 지은 뒤 루시엔을 가뒀으며, 필요한 물품을 줄 때를 제외하곤 사다리도 치워버리고 경비병이 감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성격을 닮은 탓일까. 루시엔 역시 이대로 포기할 성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마법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매우 길게 자라도록 한 다음 거기에 잠의 주문을 걸었으며, 머리카락을 잘라 검은 외투와 밧줄을 만든 뒤 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경비병들 머리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어 그들 모두를 잠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루시엔은 재빠르게 밧줄을 타고 내려와 검은 외투로 몸을 가린 채 베렌을 찾기 위해 도리아스를 빠져나왔습니다.

 

도리아스에서 탈출하는 루시엔 - Ted Nasmith

 

  한편, 나르고스론드 궁정 북쪽의 타우르엔파로스에는 두 놀도르가 사냥개들을 데리고 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름이 아닌 켈레고름쿠루핀으로, 이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으면 누구보다 빨리 핀로드의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하여 나와있었던 것인데, 이 당시 사우론이 많은 늑대를 벨레리안드에 풀어놓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사냥개들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이 사냥개들의 우두머리는 후안이라는 하얀 사냥개였는데, 그는 아만 대륙 출신으로 먼 과거에 발라 오로메가 켈레고름에게 선물한 개였습니다. 충성심이 대단했던 후안은 놀도르가 아만 대륙을 떠날 때도 주인을 따라 가운데땅까지 건너왔습니다. 그에겐 두 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었는데, 발라의 축복으로 그는 죽기 전에 딱 3번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었으며, 발라 중 하나가 그는 세상에서 가장 힘 센 늑대와 겨루다 죽을 운명이라고 예언한 것이었습니다.

켈레고름과 쿠루핀이 잠시 말에서 내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사이, 후안은 근처에서 수상한 냄새를 맞았습니다. 나르고스론드의 것은 아니며 오르크나 늑대의 악취도 아닌 냄새. 후안은 냄새가 멀어지기 전에 빠르게 쫓아갔다가 잠시 뒤 검은 외투와 파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신다르 여성을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다름이 아닌 루시엔으로, 켈레고름과 쿠루핀이 놀도르의 높은 군주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물론 베렌이 나르고스론드를 왔다갔기 때문에 둘은 사정을 듣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특히나 실마릴에 대한 건은 이들에게 매우 민감했습니다. 그래서 쿠루핀은 그녀에게 경고하려 했는데 대뜸 켈레고름이 그를 막아서더니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것 참 사정이 딱하군요, 루시엔. 

 에다인 가문과 우리 놀도르는 다고르 브라골라크에서 함께 피를 흘린 형제와도 같은 사이.

 그가 만약 나르고스론드로 먼저 찾아왔다면 기꺼이 도움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아가씨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가볍게 사냥을 나온 터라 가진 게 없으니,

 우선 우리와 함께 나르고스론드로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켈레고름의 친절에 속은 루시엔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함께 나르고스론드로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켈레고름은 나르고스론드에 도착하자마자 루시엔의 검은 외투를 빼앗은 뒤 궁정에 가둬버렸으며, 그녀는 켈레고름과 쿠루핀 외에는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게 됐습니다. 사실 켈레고름은 루시엔을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으며 싱골 왕에게 루시엔과 결혼할 것이라고 강요하려는 속셈이었습니다. 이 당시 나르고스론드 주민들의 마음은 거의 켈레고름과 쿠루핀 형제에게 있었기 때문에 오로드레스는 루시엔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과 달리 발라 오로메의 사냥개 후안은 정의로움에 가득찬 자였습니다. 그는 루시엔의 사정을 몹시 딱하게 여겼으며, 자신이 충정을 바친 주인이 동족을 속이고 불의를 저지르는 것을 슬프게 여겼습니다. 또한, 후안 역시 아름다운 루시엔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방을 자주 찾아갔고 밤에는 수상한 자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문 앞을 굳건하게 지켰습니다. 그러는 사이 둘은 가까운 사이가 되어 루시엔은 후안에게 많은 이야기, 특히 베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둘의 애틋한 사랑에 감동받은 후안은 결국 주인의 명령을 어기고 루시엔을 탈출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깊은 밤에 몰래 루시엔의 검은 외투를 가져온 뒤 세 번의 기회 중 하나를 사용하여 루시엔에게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루시엔. 톨인가우로스까지 가는 길은 매우 멀고 험난합니다.

 그러니 제가 당신을 등에 태워 평원을 달리게 허락해줬으면 합니다.

 

 또한, 그곳의 지배자이자 늑대인간들의 군주 사우론은 잔인한 자입니다.

 다행히 제 운명은 늑대와의 싸움으로 죽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니 제가 당신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저를 대신하여 위험을 감수하지 마세요."

 

후안 덕분에 다시금 결연한 의지로 가득찬 루시엔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의 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러자 후안은 나르고스론드의 비밀통로를 빠르게 지나서 지상으로 빠져나온 뒤 톨인가우로스를 향해 바람같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후안에 올라타 도주하는 루시엔 - Ted Nasmith

 

핀로드 펠라군드

  시리온 통로의 톨인가우로스 지하 감옥. 나르고스론드를 출발할 때 12명이었던 일행은 이제 하나하나 늑대인간에게 잡아먹혀 베렌과 핀로드만 남아있었습니다. 사우론은 잔인하고 끔찍한 고문으로 이들이 베렌과 핀로드라는 것은 알아냈지만 끝내 그들의 임무가 무엇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일행을 아무리 고문해도 더는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온 고문 시간. 그러나 오늘은 사우론 대신 늑대인간이 나타났으며 놈의 발걸음은 베렌에게로 이어졌습니다. 베렌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사우론은 아마 더는 베렌에게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습니다. 벌써 놀도르를 열 명이나 먹어치운 늑대인간은 간만에 맛보는 에다인 고기가 기대됐는지 침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베렌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름다운 루시엔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다려... 기다려라! 이 사악한 괴물아!

  감히 내 눈 앞에서 내 은인의 아들의 목숨을 앗아가게 둘 성 싶으냐!

  그렇게는 못한다, 그렇게는! 으, 으아아아!!"

 

철그렁철그렁 쨍! 크아아아아! 으아아!

 

베렌이 눈을 감은 그 순간, 핀로드의 외침과 함께 들린 쇠사슬이 끊어지는 소리 그리고 이어진 늑대인간과 핀로드의 고성.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잠시 후 눈을 뜬 베렌의 눈 앞에는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베렌이 위기에 처하자 핀로드는 살이 뜯겨 나가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참으며 죽을 힘을 다해 쇠사슬을 끊었으며, 오랜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거대한 늑대인간과 맨손으로 사투를 벌인 끝에 놈을 죽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핀로드 또한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고 그는 폭포수 같은 피를 쏟아내며 베렌의 곁에 누워있었습니다. 핀로드는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미안... 미안하네... 자네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선... 이렇게 먼저 떠나게 되어...

 부디 내가 없더라도... 자네가 사랑하는 루시엔을 위해서... 용기를 잃지 말게..."

 

힘겹게 베렌에게 작별인사를 건낸 핀로드는 베렌이 뭐라 말을 꺼내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핀웨의 손자이자 피나르핀 가문의 장자이며 나르고스론드 왕국을 세웠고 에다인과 가까운 우정을 나눴던 놀도르 군주, 핀로드 펠라군드는 만도스의 궁정으로 떠났습니다. 베렌은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임무로 인해 동료들이 모두 죽었을 뿐만이 아니라 가장 의지하고 있었던 핀로드마저 죽다니, 더는 남은 희망이 없어 보였습니다. 싸늘하게 식은 핀로드의 시신 옆에서 흐느껴 울고 있는 베렌. 그런데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절대 이곳에서 들릴리가 없을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베렌의 귀에 들린 것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익숙하며 한없이 그립고 그리웠던 노래와 목소리. 베렌은 벅차오르는 그리움에 있는 힘을 다해 답가를 불렀습니다. 

 

지하감옥 속에서 - Mysilvergreen

 

  톨인가우로스 앞 다리. 쉴 새 없이 달려온 여정 끝에 마침내 루시엔과 후안이 도착했습니다. 우선은 베렌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루시엔은 주저없이 넬도레스 숲에서 베렌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필사적으로 자신이 왔음을 베렌에게 알렸습니다.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반응이 없자 점차 희망이 사라져가던 그때, 마침내 지하 깊은 곳에서부터 그토록 그리웠던 목소리가 흘러 나왔고 베렌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루시엔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탑 위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사우론이 신중하게 불청객들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벨레리안드에 뿌려둔 많은 첩자를 통해 저 신다르 여성의 정체가 루시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도리아스 왕의 하나뿐인 딸을 잡아가면 모르고스가 틀림없이 큰 보상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 가지 변수가 있다면 그녀가 타고 온 하얀 사냥개였는데, 그의 존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수하의 늑대와 늑대인간들을 계속 내보냈지만, 놀랍게도 모두가 제대로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물려 죽어버렸습니다. 사냥개의 힘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서 모든 앙그반드 늑대와 늑대인간의 시조 드라우글루인을 내보냈습니다. 강적의 등장에 루시엔은 후안이 걱정됐지만 그가 세 번 밖에 안되는 소중한 기회를 사용하여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를 믿고 싸움을 지켜봤습니다. 시작된 후안과 드라우글루인의 싸움. 막상막하의 처절한 싸움이 벌어졌지만 아직은 후안의 운명의 때가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치명상을 입은 드라우글루인은 후안에게 패배하여 도망쳤으며 가까스로 사우론의 앞까지 도달한 그는 죽기 직전에 사우론에게 이 말을 건냈습니다.

 

"사우론 님... 저, 저기에 후안이 있습니다..."

 

발라 오로메의 사냥개 후안. 사우론 역시 이 사냥개의 정해진 운명을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힘 센 늑대에게 죽는 운명이 정해져 있다. 사우론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매듭을 지어주면 되는 일. 잠시 뒤 톨인가우로스 문 안쪽에서부터 악의에 찬 지독한 악취가 흘러나오자 루시엔과 후안은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거대한 늑대인간. 그것은 후안의 운명을 매듭짓기 위해 변신하여 나타난 사우론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위용에 잠시 움츠러든 후안이 옆으로 살짝 몸을 피하자 사우론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루시엔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후안은 어찌되었든 사우론에게 있어선 루시엔만 포획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사우론이 갑작스레 접근하자 루시엔은 그의 악취에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기절하여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사우론이 너무 빨리 접근한 나머지 그녀가 입고 있던 잠의 마법이 걸린 검은 외투가 그를 휘감았고 그는 순간 졸음에 빠질 뻔하여 휘청거렸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속수무책으로 루시엔을 빼앗길 뻔했던 후안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덤벼들었고 곧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물고 물리며 할퀴고 할퀴는 혈투 끝에 후안이 위기를 벗어나려 늑대로 변한 사우론의목덜미를 무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우론은 온갖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다가 끝내 원래 모습으로까지 돌아가봤지만 후안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마이아는 죽여도 완전히 없어지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깨어난 루시엔은 사우론에게 다가와서 톨인가우로스의 지배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육체없는 영으로 남아 영원히 모르고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 거라고 협박했고, 사우론은 어쩔 수 없이 지배권을 포기한 뒤 후안이 목덜미를 놓아주자마자 앙그반드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드라우글루인과 대면한 루시엔과 후안 - Justin Gerard

 

이후 루시엔이 톨인가우로스 꼭대기에서 올라서 지배권을 선포하자 이곳을 옭아메고 있던 모든 쇠사슬이 떨어지며 과거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지하에 갇혀있던 모든 포로들은 놀라움과 기쁨에 속속들이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루시엔과 후안은 이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베렌을 찾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후안과 함께 성을 샅샅히 뒤진 루시엔은 마침내 지하 감옥에서 핀로드의 시신 옆에 쓰러진 베렌을 발견했습니다. 루시엔은 그가 목숨을 잃은 줄만 알고 그를 껴안고 펑펑 울었지만 루시엔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다행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베렌, 루시엔 그리고 후안은 핀로드 펠라군드의 시신을 수습한 뒤 탑 근처 가장 높은 언덕에 그의 무덤을 세웠으며 위대한 군주의 무덤은 사우론에 의해 타락했던 섬을 점차 정화했습니다. 이후 베렌이 다시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둘은 숲을 거닐며 휴식을 맛보았고, 사냥개 후안은 충성심 때문에 다시 켈레고름에게 돌아갔지만 그가 루시엔의 일에 관여했다는 것을 느낀 켈레고름과 후안의 사이는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드라마 힘의 반지에서 등장한 핀로드의 죽음과 슬퍼하는 갈라드리엘

 

 

충정과 우정 사이

  한편, 나르고스론드는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우론의 포로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입니다. 그들이 가져온 톨인가우로스 소식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이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엘다르 군주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한 처녀가 해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나르고스론드 왕국 군주 핀로드 펠라군드의 죽음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슬픔이었으며, 켈레고름과 쿠루핀이 꾸몄던 일들이 낱낱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핀로드의 동생이자 그가 떠나기 전에 통치권을 넘겨준 적통한 군주 오로드레스에게 복종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핀로드의 죽음은 많은 백성이 이 일에 책임을 질 이를 찾게 만들었으며, 화살은 힘든 시기에 도움을 줬지만 그것을 배덕으로 갚은 켈레고름과 쿠루핀을 향했습니다. 나르고스론드의 많은 이들이 둘의 사형을 원했지만 새로운 군주 오로드레스는 대신 추방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이 나르고스론드에는 만도스의 저주가 만연했는데 만약 동족의 피까지 흘리게 만든다면 저주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 실로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당시 군주가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추악한 행적에 질려버린 그들의 백성들조차 따라나서지 않았는데, 심지어 쿠루핀의 아들 켈레브림보르 또한 부친을 버리고 나르고스론드에 잔류하기로 결정했을 정도였습니다. 그 둘을 따라나선 것은 끝까지 충성심을 버리지 못했던 정의감 투철한 하얀 사냥개 후안뿐이었습니다.

 

나르고스론드를 나온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힘링에 있는 맏형 마이드로스와 합류하기 위해 도리아스 변경을 따라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도리아스와 난 둥고르세브 사이를 지나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둘은 예상치 못한 이들을 목격했습니다. 브레실 숲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서 베렌과 루시엔을 발견한 것입니다. 회복이 끝난 베렌은 루시엔을 우선 안전한 도리아스에 데려다준 후 다시 앙그반드로 떠나려고 했는데, 루시엔이 따라가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본 켈레고름은 위장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느끼고 베렌을 깔아뭉겔 작정으로 말에게 채찍질을 가했습니다. 대지를 울리는 거친 말발굽 소리에 깜짝 놀란 베렌과 루시엔은 달려오는 켈레고름을 발견하여 아슬아슬하게 피했습니다. 그런데 뒤를 따라오고 있던 쿠루핀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억센 힘으로 루시엔을 낚아채 말에 태웠습니다. 자칫 그대로 루시엔이 납치될지도 모르는 상황. 이를 본 베렌은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높이 그리고 멀리 뛰어올라 쿠루핀을 말에서 낚아챘고 루시엔 역시 풀밭에 떨어졌습니다. 이 놀라운 도약은 먼 훗날까지 인간들과 엘다르 사이에서 베렌의 도약으로 알려져 두고두고 회자되었습니다.

 

베렌의 도약 - Ted Nasmith

 

엎치락뒤치락 뒤엉켜 싸운 끝에 베렌이 쿠루핀의 목을 조르며 우위를 확보했지만, 앞서 지나갔던 켈레고름이 말을 돌려 창을 들고 베렌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가 베렌을 향해 창을 내리꽂으려 하는 그 순간. 갑작스럽게 측면에서 달려든 짐승의 공격 때문에 켈레고름은 급히 말고삐를 틀어야 했습니다. 습격자의 정체를 확인한 켈레고름은 놀라움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눈으로 배은망덕한 배반자를 노려봤습니다. 사냥개 후안이 끝내 충성을 포기하고 켈레고름에게 덤벼든 것입니다. 화가 난 켈레고름은 후안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정신차린 루시엔이 베렌에게 쿠루핀을 죽이지 말라고 부탁하자 베렌은 그의 갑옷과 검을 빼앗은 뒤 번쩍 들어서 켈레고름에게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곤 그의 친척들이 용기를 더 좋은 곳에 쓰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며 떠나라고 말했습니다. 쿠루핀이 황급히 켈레고름의 말 위에 올라타며 하늘을 향해 베렌에게 저주를 퍼부었지만, 그래도 분이 삭히지 않은 그는 켈레고름의 활을 빼어들어 방심한 루시엔을 향해 화살 두 개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첫 번째 화살은 후안이 잽싸게 낚아챘고, 두 번째 화살은 베렌이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화살이 가슴에 박히고 말았습니다. 또다시 은혜를 배반으로 갚자 몹시 분노한 후안이 그들을 쫓아갔지만 겁에 질린 켈레고름과 쿠루핀은 순식간에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똑똑한 후안은 돌아오는 길에 약초 하나를 가져왔으며, 이 약초와 루시엔의 정성으로 베렌은 가까스로 회복했고 셋은 당분간 도리아스 변경 안에서 휴식했습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도록

  몸이 완전히 회복되자, 베렌은 후안에게 그녀를 지켜줄 것을 부탁하고 루시엔이 풀밭 위에서 잠들어 있는 사이에 자신의 맹세를 지키려 홀로 앙그반드로 떠났습니다. 시리온 통로를 넘어 안파우글리스 변경에 도착한 베렌은 쿠루핀의 말을 풀어준 뒤 루시엔을 찬미하는 이별의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베렌의 두려움 없는 이 우렁찬 목소리는 저 멀리에서 잠들어있던 루시엔에게까지 전해지고 말았습니다. 베렌이 자신을 두고 앙그반드로 떠났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노래소리를 따라 정신없이 북쪽으로 뛰어갔으며, 이를 본 후안은 예전처럼 루시엔을 등에 태운 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가는 길에 텅 빈 톨인가우로스에 들려 드라우글루인의 가죽과 사우론의 흡혈박쥐 전령 수링웨실의 가죽을 챙겨 뒤집어 쓴 뒤 안파우글리스를 질주했으며, 드라우글루인과 수링웨실이 나타난 것으로 착각한 오르크들은 모두 놀라서 달아났습니다.

마침내 이들이 앞에 도달하자 베렌은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루시엔이 가죽을 벗어던지고 그의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둘은 잠시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베렌의 생각은 변함없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위험한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런 위험들에서 사랑하는 루시엔을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베렌은 루시엔이 위험에 처할 바에는 자신이 싱골에게 죽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며 한탄했습니다. 그때, 베렌에게는 낯설고 루시엔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그에게 말을 건냈습니다.

 

"베렌이여. 이미 루시엔은 죽음의 운명에 엮어 들어갔으니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대와 루시엔에게는 몇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대로 맹세를 포기하고 영원히 도피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운명을 따르되 루시엔을 남겨두고 그녀가 홀로 남아 외롭게 죽어가도록 두거나,

 그녀와 함께 운명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겁니다.

 

 그대 눈에는 아마 희망이 없어보여 그녀를 두고 가려 했겠지요.

 하지만, 발라가 내리신 제 눈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희망을 찾아내는 그대의 모습이 보이니,

 결국에는 함께 도리아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미 제게 주어진 세 번의 말할 수 있는 기회 중 두 번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이게 제가 드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조언일 것이며,

 제 운명은 정해져 있으므로 여러분과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후안의 말을 들은 베렌은 루시엔을 바라봤습니다. 루시엔의 표정은 이미 한치의 흔들림 없이 파멸의 운명이 기다려도 함께 가겠다는듯 결연했습니다. 베렌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좋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결국 베렌은 루시엔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심했으며, 후안은 드라우글루인의 가죽을 그에게 건내준 뒤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남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진정으로 함께할 준비가 된 베렌과 루시엔은 각각 드라우글루인과 수링웨실의 가죽으로 변장한 뒤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안파우글리스 저 너머에 보이는 에레드 엔그린의 상고로드림. 그 아래에 위치한 앙그반드를 향해서.

 

베렌, 루시엔 그리고 후안 - Alan Lee


※ 놀도르 군주 일족 백과

[놀도르의 초대 왕]
핀웨
(사망 : 나무의 시대 끝에 모르고스의 실마릴 강탈 사건 당시)
[핀웨의 두 아내]
미리엘
(사망 : 페아노르를 낳은 뒤)
인디스
(생사 불명 : 원작에서 언급되지 않음)
[핀웨의 세 아들]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사망 : 제 2전쟁 다고르누인길리아스)
놀도르의 2대 왕 핑골핀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발리노르 놀도르의 왕 피나르핀
(발리노르에 잔류)
[페아노르의 일곱 아들] [핑골핀의 자녀] [피나르핀의 자녀]
장신의 마이드로스 놀도르의 3대 왕 핑곤 핀로드 펠라군드
(사망 : 베렌의 임무 중 톨인가우로스)
위대한 가수 마글로르 투르곤 오로드레스
아름다운 켈레고름 백색의 아레델(딸)
(사망 : 마이글린을 낳고 얼마 뒤 창에)
앙그로드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검은 얼굴 카란시르   아이그노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재주꾼 쿠루핀   갈라드리엘(딸)
쌍둥이 암로드    
쌍둥이 암라스    
 [페아노르 일가의 3세대] [핑골핀 일가 3세대]  
 켈레브림보르
(쿠루핀의 아들)
에레이니온
(핑곤의 아들)
 
  이드릴 켈레브린달
(투르곤의 딸)
 
  마이글린
(아레델의 아들)
 

※ 3대 에다인 일족 백과 

[베오르 일가] [말라크 일가] [할레스 일가]
[초대 지도자]
도르소니온 초대 왕 보로미르
(사망 : 시기 미상)
도르로민 초대 왕 하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할단
(사망 : 시기 미상)
브레고르
(사망 : 시기 미상)
   
[다고르 브라골라크 세대]
브레골라스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갈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할미르
바라히르
(사망 : 다고르 브라골라크 이후 저항 중) 
군도르
(사망 : 제 4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
 
[다고르 브라골라크 이후 세대]
[바라히르의 아들] [갈도르의 두 아들]  
베렌 도르로민의 왕 후린  
  후오르  

※ 종족 대백과

요정 퀜디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
요정들이 최초에 자신들을 부른 말.
요정 엘다르 별의 민족이라는 뜻.
발라의 부름에 서녘으로 이동하기로 한 이들.
요정 바냐르 참 요정. 엘다르 무리 중 잉궤의 일족.
요정 놀도르 지식의 요정. 엘다르 무리 중 핀웨의 일족.
손재주가 매우 좋다고 한다.
요정 텔레리 바다의 요정. 팔마리. 엘다르 무리 중 엘웨와 올웨의 일족.
물과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요정 난도르 텔레리 중에서 렌웨를 따라 안두인 대하에서 남하한 요정.
요정 라이퀜디 녹색 요정. 벨레리안드 첫 전투 후 지어진 난도르의 또다른 이름
요정 아바리 서녘으로 떠나기를 거절한 퀜디.
요정 우마냐르 서녘으로의 여정 중 낙오되거 중간에 잔류하기로 한 이들.
요정 모리 퀜디 어둠의 요정. 아바리와 우마냐르의 통칭.
서녘 나무의 빛을 보지 못한 이들.
요정 팔라스림 팔라스의 요정들.
마이아 옷세의 설득으로 아만 대륙으로 건너가지 않은 텔레리.
요정 에글라스 버림받은 민족.
엘웨를 찾기 위해 아만 대륙에 가지 못하고 잔류한 엘웨의 친구들
요정 신다르 엘웨 싱골로(엘루 싱골, 싱골)을 따르는 벨레리안드의 요정들
팔라스림과 에글라스가 여기에 속한다.
난쟁이 나우그림 발육이 멈춘 종족. 곤히림(돌의 장인들)이라고도 불림.
아울레가 창조한 종족.
인간 힐도르 뒤에 오는 자들. 일루바타르의 두 번째 자손. 인간을 뜻한다.
인간 에다인 요정의 친구들. 엘다르를 도와 모르고스에 대적한 3대 인간 가문

※ 벨레리안드 지도

앙그반드 모르고스의 거점. 상고로드림 아래의 지하에 있다.
상고로드림 모르고스가 세운 다섯 산봉우리
도리아스 은둔의 왕국. 신다르의 왕 싱골과 그의 아내 멜리안의 왕국.
넬도레스 숲, 레기온 숲을 감싸는 멜리안의 장막 내 왕국.
메네그로스 천의 동굴. 동굴로 이루어진 도리아스의 수도
노그로드, 벨레고스트 나우그림들의 도시
브리솜바르, 에글라레스트 팔라스림의 항구 도시들.
에이셀 시리온 에레드 웨스린에 위치한 히슬룸과 안파우글리스 사이의 협곡
마이드로스 변경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구성한 앙그반드 포위선
나르고스론드 메네그로스를 본떠서 만든 핀로드 펠라군드의 동굴 궁정
곤돌린 투르곤이 티리온을 본떠서 만든 산맥 사이에 숨겨진 비밀 왕국
톨인가우로스(구 미나스 티리스) 시리온 통로에 있는 톨 시리온 섬에 세워진 감시탑
발라르 섬 투르곤이 서녘으로 배를 띄우고 있는 섬

※ 벨레리안드의 전쟁

1차 전쟁(이름 없음) 놀도르가 오기 전에 벌어진 신도르&난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난도르의 왕 데네소르
다고르누인길리아스(별빛 속의 전투) 가운데땅에 막 도착한 페아노르 일가와 모르고스와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페아노르
다고르 아글라레브(영광의 전투) 모르고스의 기습으로 벌어진 놀도르와 모르고스의 전쟁
다고르 브라골라크(돌발화염 전투) 화산분화와 함께 시작된 놀도르&에다인과 모르고스의 전쟁
전사자 : 놀도르의 왕 핑골핀
             피나르핀의 자녀 앙그로드, 아이그노르
             에다인 일가의 브레골라스, 하도르, 갈도르, 군도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