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하여 3. 죽음은 항상 곁에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이 말은 죽음을 다루는 콘텐츠에서 이미 수없이 많이 말했던 내용이라서 더 자세히 다룰 필요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고, 아무리 반복해도 와닿지 않는 법이니 이참에 한 번 더 상기하고 가도 괜찮습니다.
죽음은 언제든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찾아올 수 있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원인은 질병, 사고, 천재지변 등 무수히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주사위로 운명을 결정하는 CRPG가 그렇듯이 매 순간 우리의 운명을 시험 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90세에 나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평화 속에 죽는다는 것은, 90에서 살아온 시간만큼을 뺀 남은 시간을 모두 주사위로 굴렸을 때 운이 좋아야 맞이할 수 있는 소수의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매우 낮은 확률이라는 것은 특별히 계산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오늘이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원래 부조리하다
죄를 짓지도 않고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위험한 짓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살았는데 단명할지도 모른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너무나 부조리하게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부조리해서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았다고 해서 오래 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미 많이 접했습니다.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세계는 원래 부조리하다고 말했습니다. 천재지변이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때 우리는 그것을 보고 부조리하다고 말하지만, 세계는 그냥 그렇게 있었을 뿐입니다. 그것을 보고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그것을 우리의 논리로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건 죽음이 나를 최대한 피해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허무주의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실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오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걱정합니다. 건강이 나빠지면 어떻게 할까,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망하면 어떻게 할까, 저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어떻게 할까.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수 년치의 걱정에 잠을 못 이루고 스트레스에 고통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항상 우리의 곁에, 부조리하게 찾아옵니다.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 나의 마지막 오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는 애초에 가지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재에 집중해야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그저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스레 미래의 걱정도 해결될 것입니다.
후회할 일은 해선 안 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라고 알려진 것이 바로 후회입니다.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애석하게도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후회스러운 기억들을 더 잘 기억합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생물은 진화를 위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부정적인 일도 잘 기억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 지 모르는 한 번 뿐인 인생. 후회할 일을 해서 죽기 전까지 고통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올곧게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며, 그것을 속여 나중에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없어도 지구는 돈다
"우주는 우리가 없더라도 돌아갑니다."
"지구는 우리가 죽더라도 돌아갑니다."
"세계는 우리가 죽더라도 돌아갑니다."
"한국은 우리가 죽더라도 돌아갑니다."
"회사는 우리가 죽더라도 돌아갑니다."
"주변인은 우리가 죽더라도 살아갑니다."
범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 하나가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 주변은, 세계는, 지구는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에게 무관심 했던 것처럼 변함없이 돌아갑니다. 따라서 우리가 죽고 난 뒤에 대해서 의미를 찾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죽음 뒤의 모든 것을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겨진 주변인을 걱정함은 당연하여, 우리가 우주적 관점에서 보잘 것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자존감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이며 관점을 조금 바꾸면, 우리가 없는 세계는 우리에게는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무의미합니다.
따라서,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말고 우리에게 의미 있는, 우리가 있는 세계, 바로 지금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