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스 부족을 규칙 다양화로 해소 필요
호요버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이 회사는 리소스 부족을 규칙을 다양화해서 참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하려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가장 곤란한 상황 중 하나는 바로 리소스 생산입니다. 게임에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PC든, NPC든)나 몬스터가 등장하면 당연히 너무나도 재미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만큼의 많은 리소스를 생산하기는 어렵습니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영역이 리소스인데, 더 많은 리소스를 확보하려하면 할수록 개발 기간은 길어지며, 게임의 용량 역시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그나마 런칭하기 전이라면 어떻게든 리소스를 많이 확보한 상태에서 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런칭해서 라이브 서비스에 돌입하면 유저들이 새로운 리소스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게임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전체 제작 공정을 관리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게임 개발 현장에서도 특히 주니어 개발자 중에서는 '신규 리소스가 많으면 재미있을 텐데 왜 많이 만들지 않느냐'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 느낌을 알기 위해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붕괴 스타레일의 전쟁의 여운 주간 보스를 하나 제작한다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들어갈까요? 1~2개월일까요?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하면 대충 이런 공정이 필요합니다.
● 설정 기획 : 1주
● 스킬 기획 : 1주
● 원화 제작 : 2주
● 모델 제작 : 4주
● 모션&FX : 4주
● 몬스터 AI : 1주
● 밸런싱, QA : 1주
최소 3개월반. 이것도 중간에 작업 혼선이나 의견 충돌 등이 없이 한 번에 쭉 진행됐다고 했을 때나 가능한 일정입니다. 즉,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익히 알려져 있듯이, 유저의 콘텐츠 소비속도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걸려 리소스를 제작해도 1주일도 버틸 수 없습니다. 물론 3개월반의 기간 동안 2개, 3개가 나올 수 있도록 사람을 2배, 3배로 쓰는 방법도 있지만, 그럼 개발비도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리소스를 계속 투입하는 것은 소위 말해 무덤을 파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영화나 애니 같은 영상 콘텐츠가 아닌 게임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유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신규 리소스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만들어진 리소스를 다양한 게임 규칙을 활용하여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콘텐츠 기획자의 주요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이것을 잘 해내고 있는 것이 바로 호요버스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붕괴 스타레일을 보면 아주 약간의 규칙과 설정 조정만으로 기존 리소스를 활용하여 영리하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바로 시뮬레이션 우주 콘텐츠 시리즈입니다.
초기의 시뮬레이션 우주는 여느 게임들이 그랬듯 단순히 로그라이트를 표방하는 반복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나 붕괴 스타레일 개발진은 이것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곤충떼 재난, 황금과 기계, 인지 불가 영역, 차분화 우주 등 설정 컨셉을 다양화한 다음에, 그 컨셉에 맞게 기존 시뮬레이션 우주 규칙에 추가적인 규칙들을 더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어떤 형태로 되어있는지는 온라인에 자료가 많으니 굳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모바일 게임 시장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콘솔 게임 시장까지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수많은 게임이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새 리소스가 있어야 경험을 줄 수 있다'는 형태의 방식은 너무나 느긋한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제한된 리소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욱 각광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